접종률 90% 달하는데, 중증환자는 왜 연일 최다인가

이준우 기자 2021. 11. 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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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 475명.. "3대 악재 겹친탓"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475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12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1.11.12./뉴시스

12일 0시 기준 전국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코로나 감염자는 475명으로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방역 지표는 병상과 의료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중증 환자 규모인데, 이 지표에 연일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3대 악재 겹쳐 중증 환자 급증”

현재 국내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 국민의 77.6%, 18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90%에 달한다. 백신 접종률이 이처럼 높은데도 중증 환자는 백신 접종 이전인 올 1월 중증 환자 최대치(411명)보다 오히려 60명 이상 더 늘어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증 환자 급증은 병원체(바이러스)와 숙주(환자), 날씨와 이동량 같은 환경적 요소 등 세 가지 악재(惡材)가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올 2월부터 백신 접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백신 접종률은 높아졌지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일상 곳곳에 바이러스 균이 누적되면서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동시에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악재는 확진 환자 중 고위험군인 고령층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점이다. 60세 이상 고령층 확진자 수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월 3주 2046명(21.6%)→10월 4주 2963명(24.4%)→11월 1주 4434명(29.5%)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평균 중증 환자 규모는 10월 4주 333명이었으나, 일상 회복을 시작한 지난주에는 365명으로 9.6% 증가했다. 이번 주 들어선 일평균 441명으로 20.8% 더 늘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이날 “60세 이상 고령층이 중증 환자의 79.2%를 차지하면서 병상 등 우리 의료 대응 체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고령층은 지난봄부터 백신 접종을 받기 시작해 현재 예방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최근 인구 10만명당 돌파 감염 확진자 수는 60대 119.9명, 70대 123.9명, 80대 이상 143.9명으로 40대(62.6명)·50대(46명) 등 중장년층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발생한 중증 환자의 백신 접종 이력을 분석한 결과 70대, 80대 이상 중 완전 접종자 비율은 각각 55.7%, 51.4%로 60대(31.7%)보다 높았다. 면역력이 현저히 약한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달 들어 60세 이상 고령층 집단감염 확진자 1001명 중 617명은 요양병원·시설에서 감염됐다.

수능 앞두고 스터디카페 방역 - 12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보건소 감염병예방팀 직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는 11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김영근 기자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2.7배 강한 델타 변이(병원체)는 최근 국내 유행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당국이 전체 확진자의 16.7%인 2437명을 무작위로 뽑아 변이 분석을 실시한 결과 전원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델타 변이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지난 5월 말 국내 중증 환자 규모는 일평균 150명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델타 변이로 인해 지금은 도처에 코로나가 널려있게 됐고, 그만큼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적 요인도 중증 환자 급증의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각종 모임이 증가하면서 국내 이동량은 작년 초 코로나 사태 직전보다 14%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실내 활동은 증가하는데 환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 환경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

◇당국, 추가 병상 확보 나서

현재 전국 중환자 병상 1125개 중 661개가 사용돼 가동률은 59% 수준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가동률이 73%에 달하는 등 병상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이날 수도권 내 병상이 700개 이상인 종합병원 7곳에 행정명령을 내려 준중증 병상 52개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 코로나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을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민간 기구인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위원회’가 이날 출범했다. 백신 안전성위원회는 새로운 인과성 기준을 마련키로 해, 지금까지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사례도 재심의를 통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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