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30L씩 공급한다더니.. 주유소 가니 "없어요"

김동현 기자 2021. 11. 13.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 공급 대혼란

12일 오후 2시 30분, 경기 하남시 서하남휴게소 주유소 앞에 화물차와 승용차 등 30여 대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L당 2300원에 화물차는 30L까지, 승용차는 10L까지 요소수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각지에서 모여든 차량이다. 품귀 사태 이전까지 L당 1000원 안팎이던 요소수 가격은 최근 10배 넘게 치솟은 상황이다.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설치된‘요소수 판매’간판의‘판매’글자 위에 엑스(X) 자로 테이프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25t 화물차 기사 고준태(56)씨는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공급한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화성 송산포도휴게소부터 충북 쪽 일반 주유소까지 몇 군데를 들렀는데, 모두 요소수가 없다고 했다”며 “여기서도 30분 넘게 기다리다 넣었다”고 했다. 그는 “30L 넣어도 길어야 4~5일 버틴다”며 “화물차주 대부분이 ‘요소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 주유소는 오전 9시쯤 요소수 3000L를 받았는데, 5시간 만에 절반 이상이 나갔다.

정부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해 전국 주유소를 통해 차량용 요소수 530만L를 풀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요소수 구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관계 부처들은 “우리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미뤘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총괄하며, 산업부는 요소 수출입을 담당하고, 요소수 배급과 유통은 환경부 소관”이라고 했고, 환경부 관계자는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을 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요소수 판매처를 주유소로 정한다는 이야기를 정부 발표를 듣고서야 알았다”며 “언제, 어느 주유소에 요소수가 입고되는지 우리도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정부 발표와 달리 요소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한 정유사 직영 주유소엔 ‘오늘 가면 요소수를 넣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주유소 대표 조인현(58)씨는 “오늘부터 직영, 알뜰 주유소에선 인하된 유류세가 반영돼 안 그래도 바쁜데, ‘요소수 있느냐’는 전화가 오전에만 70통쯤 와서 직원 한 명이 카운터를 못 떠나고 있다”며 “요소수 공급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세부 지침은 물론 언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요 항만 인근 주유소 상황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전날부터 부산 북항 3곳, 부산 신항 4곳, 울산항 6곳 등 대형 주유소를 중심으로 요소수 판매가 시작됐지만,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 위주로 공급돼 일반 화물차 기사들이 주유소 입구를 차로 막고 항의하기도 했다. 인천 동구 만석동 한 주유소 관계자는 “차량이 몰려 경찰관들이 주유소 앞에서 교통 정리를 해야 했다”고 했다. 경기 평택시 한 주유소 관계자는 “반짝 몇 시간 팔았지만, 언제 다시 들어올지 소식조차 없다”고 했다. 전남 순천의 한 주유소 대표는 “‘주유소가 사재기하려고 요소수를 숨겨놓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던데,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이날 ‘화물차 요소수 정보 교환’이란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화물차 기사 1000여 명이 접속해 있었다. ‘여주나 이천 쪽 요소수 가능한 주유소 정보 부탁드립니다’ ‘비봉IC 쪽 에쓰오일 리터당 3000원, 제한 없네요’ ‘괴산 상행은 품절입니다’ 등의 대화가 오갔다.

경찰청은 요소수 품귀 사태를 악용한 사기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5일 만에 116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중고나라에 “요소수 4통을 35만원에 판다”는 허위 판매 글을 올리고 연락이 온 피해자로부터 35만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정부는 이날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회의를 열고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최대 2.9개월 치의 차량용 요소수 물량을 추가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에서 보유하게 될 차량용 요소수 물량은 기존 2.4개월 치에서 5.3개월 치로 늘어날 전망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