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북섬 소들은 스마트 목걸이를 차고 다닌다는데..

장형태 기자 2021. 11. 11.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 떼에 스마트 목걸이 착용 시켜 휴대폰 터치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
가축 원격으로 조종, 돼지 얼굴인식까지.. '축산테크'가 뜬다

뉴질랜드 북섬 와이카토 지방의 한 육우 목장. 목장 주인이 스마트폰 속 위성 지도 화면을 터치하자 풀을 뜯고 있던 소 수십 마리가 일제히 화면 속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화면 속 지도에는 소의 위치를 표시한 점 수십개가 표시됐다. 비결은 뉴질랜드 스타트업 홀터가 개발한 스마트 목걸이. 홀터는 “정교한 진동과 소리 신호를 내보내 소에게 이동 명령과 방향을 알려준다”며 “목걸이를 찬 뒤 4~5일 정도 훈련하면 신호를 따른다”고 했다. 2016년 창업한 이 스타트업은 올해에만 투자금 3200만달러(약 378억8800만원)를 모았다. 사람보다 가축이 많은 뉴질랜드에서 효율적으로 가축을 돌보기 위한 테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축산 테크가 전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축산은 디지털 혁신이 가장 늦었던 분야로 꼽혀왔다. 하지만 동물 복지와 친환경을 충족하면서도 생산은 효율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하면서 이 분야를 혁신하려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글로벌 농축산 시장조사 업체 애그펀더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 분야 기업에 몰린 투자금만 305억달러(약 35조9231억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34.5% 늘어난 규모다.

◇소 원격조종, 돼지 안면 인식… 축산 테크가 뜬다

축산 테크 분야는 주로 중국 대기업들과 서구권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드론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축산 생산력을 높여 도시와 농촌 간 빈부격차를 줄인다는 국가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알리바바·텐센트·징둥닷컴 같은 대기업이 주도해온 이 시장에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스마트폰 사업 위기를 맞은 화웨이까지 뛰어들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이후 첫 신산업으로 양돈업을 선정했다. 런정페이 회장과 최고위급 임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일명 ‘스마트 양돈’은 화웨이의 안면 인식 기술을 돼지에게 적용해 돼지를 식별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돼지 각각의 체중과 건강 상태를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돼지가 크고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사료의 양과 종류를 맞춤형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징둥도 이 같은 스마트 양돈업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스마트 양돈업으로 관리하니 암퇘지 한 마리당 연평균 새끼를 3마리씩 더 낳는다”고 했다. 중국 최대 게임 기업 텐센트는 2018년부터 AI 생태 거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거위 안면 인식은 기본에 거위 울음소리까지 번역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 중이다.

드넓은 목초지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은 서구권 국가들은 무인 사육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동물 복지 개념이 확산하면서 소를 비좁은 축사에서 키우면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를 축사에서만 키우는 것이 불법인 노르웨이의 스타트업 노펜스는 ‘가상 울타리’를 개발했다. 소 목에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목걸이를 달아 두는 방식이다. 목장주가 앱을 통해 소들이 다닐 수 있는 가상의 지역을 설정해두고 소가 그 경계로 다가가면 큰 음악 소리나 미약한 전기 신호를 내보내 다시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목걸이 1만7000개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한국, 고기 당일 배송에 한우 투자까지 다양

국내에서도 스타트업들이 축산 전 분야에서 고루 활약하고 있다. 스마트 축사뿐 아니라 육류 신선 배송, 한우 조각 투자까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연간 24조원에 달하는 국내 축산 시장을 혁신하는 것이다. 여기에 당일·익일배송 분야를 넓혀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려는 네이버와 식품 대기업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축산 테크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는 최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신한벤처투자·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가축 헬스케어 프로그램인 팜스플랜을 개발한 곳으로, 축사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로 돼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AI 분석 기술로 돼지의 체중을 측정하는 기술을 지녔다. 돼지가 이상 움직임을 보이면, 혈액을 채취해 건강검진을 진행한 뒤 농가에 맞춤형 대처 방식을 알려주기도 한다. 한국축산데이터는 “팜스플랜을 도입한 농가는 매월 항생제 사용을 80% 줄였고, 생산성은 30% 이상 높아졌다”고 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인도·말레이시아 축산 농가에서도 팜스플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기업가치 45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는 지난달 축산 스마트팜 기업 리얼팜과 축산 유통기업 예술소를 차례로 인수했다. 리얼팜은 축사의 온·습도, 악취 정도와 가축의 발정·교배 등 생산 정보를 모두 연동해 최적의 목장 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육류 신선 배송 경쟁도 치열하다. 도축과 유통 과정을 줄여 잡은 지 수일 내 신선한 고기를 빠른 시간 내에 배송해 주는 온라인 정육점들이 인기다. 이들은 익일 배송을 넘어 당일 배송, 이제는 1시간 내 배송까지 선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정육각은 도축 후 1~4일 이내 돼지고기와 아침에 암탉이 낳은 달걀을 당일 보내주는 ‘초신선’ 배송을 선보였다. 젊은 고객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신선식품 강화를 꾀하던 네이버가 지난 8월 100억원을 투자해 ‘동맹’을 맺었다. 축산 유통 스타트업 육그램은 고기 당일 배송뿐 아니라 최근 아예 고기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를 먹는 대신 투자하는 앱도 등장했다. 지난 5월 출시된 뱅카우는 여러명이 모여 한우 한 마리에 쪼개기 투자가 가능하게 했다. 뱅카우가 한우 농가와 협약을 맺고 개인 투자자를 공모하면, 이 돈으로 한우 농가가 송아지를 사들여 키우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2년 뒤 소가 경매로 팔리면 수익을 나눠 갖게 된다. 뱅카우는 “연간 수익률은 8% 내외로 추산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