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앞두고..다주택자들 "종부세 때려도 일단 버틴다"
차기 정부서 변경 가능성 커
정권 바뀔때마다 조였다, 풀었다
잦은 변경에 시장 혼란만 초래
文정부 중과정책도 효과 못내
◆ 종부세 중과 현실로 ◆
'종부세 폭탄'에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일단 버티기 관망에 나선 것은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 일정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 조세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는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참여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는 정권별로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도 바꿀 수 없도록 대못을 박겠다'던 노무현정부나 종부세율을 2배가량 올리며 중과 정책을 밀어붙인 문재인정부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현재 대선후보 가운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토보유세 신설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각각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누가 당선되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종부세 개편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문재인정부가 강행한 부동산 중과세 정책은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종부세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도입됐다. 9억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 3억원→1%, 3억~14억원→1.5%, 14억~94억원→2%, 94억원 초과→3% 등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세 방법도 인별 합산 방식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전환했다. 예를 들어 부부가 서로 명의로 지니고 있던 주택값을 따로 두고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고 이를 합산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2008년 헌법재판소는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종부세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걸고 나온 이명박정부는 2009년 1주택자에 한해 과세 기준을 9억원으로 돌려놓았다. 세율도 1~3%에서 0.5~2.0%로 내렸다. 또 공시가격 대신 '공정시장가액 비율(공시가격 대비 비율)'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세금 부담을 더욱 낮췄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가구별 합산을 인별 합산 방식으로 다시 바꾸기도 했다.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증가일로였던 종부세 세수는 2008년 2조1298억원에서 이듬해인 2009년 1조2071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문재인정부는 집값 안정에 사활을 걸고 27차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쏟아부었다. 종부세는 정권 초반인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폭 강화했다. 과세 기준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했고,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종부세를 중과하기로 했다. 1주택자와 비조정지역 2주택자에게는 0.6~3.0%, 다주택자에게는1.2~6.0%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9·13 대책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2만6000명에서 27만4000명(2016년 기준)으로 10배 이상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9·13 대책으로 집값 상승이 주춤해지는 듯했으나 다시 폭등세를 이어 가자 문재인정부는 이듬해인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 세율을 더 상향 조정했다. 현재 서울에 있는 아파트 4채 중 한 채가 종부세 부과 대상일 정도로 문재인정부 들어 종부세 대상은 대폭 늘어났다.
올해 역시 '역대급' 종부세가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국회는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이 최근까지도 이어져 왔고, 정부의 지속적인 공시가격 현실화와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현실화율)도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2~3% 상승한다. 게다가 지난해 0.6~3.2%였던 종부세율이 올해 2배로 뛰고,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인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90%에서 올해 95%로 올라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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