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英배우만 고집.. 로빈 윌리엄스도 퇴짜 맞아"

정지섭 기자 2021. 11.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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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세계적 대성공을 거둔 건 원작 소설과 영화의 ‘완벽한 싱크로율 덕분’이란 평가가 많다. ‘해리 포터’ 영화의 1탄과 2탄 메가폰을 잡았던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63)가 각별한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베테랑 연출가였던 그도 자칫 자신이 영화를 망치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원작자인 영국 작가 조앤 롤링과의 면담은 압박감이 흘렀다. 출연을 강력 희망한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퇴짜를 맞았다.

오는 16일 1탄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개봉 20주년을 앞두고, 콜럼버스 감독이 시네마블랜드 등 매체들과의 잇단 인터뷰에서 촬영에 얽힌 뒷얘기들을 풀어놨다. 콜럼버스는 영화 ‘나홀로 집에’ 1·2편과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따뜻한 가족영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감독이다. 명성 속에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편 감독으로 낙점됐지만 압박감은 엄청났다. 그는 “내가 이 영화를 망치면 다신 일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영화에 실망한) 해리 포터 팬 수백만 명이 분노에 차 내 집에 몰려오지 싶었다. 보는 눈이 그토록 많은 가운데 작업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당시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 서점가를 휩쓸고 있었다. 영화화가 어설프면 소설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았다.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롤링과 만난 콜럼버스는 세 시간 동안 영화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거의 입 다물고 있던 롤링은 회동이 끝날 무렵에야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영화도 소설과 완벽히 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공포감이 들었다”고 콜럼버스는 회상했다.

영화‘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마법학교에 갓 입학한 해리 포터(가운데)와 친구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군더더기 없는 충실한 고증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를 관통하는 원칙이 됐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를 영국 출신으로만 캐스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콜럼버스는 “그 점은 특히 롤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탓에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출연이 좌절됐다. 윌리엄스는 3편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 아버지의 친구이자 늑대인간 마법사인 리무스 루핀 역을 맡고 싶어했지만, 미국 출신이라서 거절당했다.

주인공인 해리 역에 맞춤이었던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단짝인 헤르미온느 역의 에마 왓슨,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는 당시 열 살 안팎의 어린애들이었다. 아이들은 촬영 때 카메라를 들이대면 활짝 웃기 일쑤였다. 그래서 처음 석 달 동안은 단독 장면 외엔 찍을 수가 없었다. 콜럼버스는 “아이들이 미소를 짓는데 그러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며 “그때 그들과 함께한 경험은 내게도 훌륭한 감독 수업이었다”고 했다. 처음엔 ‘컷’을 남발할 정도로 연기가 서툴렀지만, 3편쯤에 이르자 열다섯 테이크(장면 단위)만으로 한 편을 뚝딱 완성할 정도였다고 콜럼버스는 말했다.

아이들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공을 넣는 퀴디치 경기 장면을 찍을 때가 특히 힘들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특수효과를 위해서) 아무것도 없는 녹색 천을 배경으로 뭔가 하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내가 네 번째 배우 역할을 해야 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7편으로 완간한 뒤 해리의 아들 이야기를 담은 속편 ‘저주받은 아이’를 2016년 연극 대본으로 선보여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영화화는 되지 않았다. 콜럼버스는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면 그땐 내가 꼭 연출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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