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까지..요소수 찾는 '주유소 유목민' 등장

도심 품귀에 휴게소까지 찾아가
소문 듣고 몰린 경유차에 헛걸음
경찰, 휘발유·친환경차 우선 배차
전국 소방서엔 기부릴레이 이어져

 

8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 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요소수 대란에 경유 승용차 운전자들이 ‘주유소 노마드(유목민)’ 신세가 됐다. 인근 주유소의 요소수가 동나자 먼 거리를 달려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찾고 있어서다. 경유차량을 다수 보유한 경찰은 휘발유·친환경 차량을 우선 배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요소수 품귀사태에 전국 곳곳에서는 익명의 기부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서울방면)의 한 주유소. 휴게소 식당서부터 주유소까지 50여m 남짓 도로에 길게 늘어선 화물차량들 사이로 디젤 승용차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소수를 찾아 온 운전자들이다. SUV 차량을 모는 김모(39)씨는 “집 근처 주유소에 요소수가 없어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러봤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속도로 주유소에 가면 요소수가 있다’는 글을 보고 왔는데 헛걸음만 했다”고 푸념했다.

평택제천고속도로 금왕휴게소(제천방면) 주유소에서 만난 양모(59)씨는 “고속도로(대구) 진입 후 주유소 4곳을 들렀는데 요소수가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며 “웃돈을 얹어서라도 온라인상에서 구입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주유소 직원은 입구에 선 채 손짓을 하며 요소수를 찾는 운전자들을 연신 돌려보내기도 했다.

8일 서울 양천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평택제천고속도로 천등산휴게소(제천방면)에서 요소수를 넣었다는 한 운전자는 “20분을 기다린 끝에 요소수 5ℓ를 넣었다. 당분간 걱정이 사라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요소수는 각각 디젤승용차 5ℓ, 화물차 10~15ℓ 정도만 판매되고 있다. 이마저도 금세 동나기 일쑤다. 천등산휴게소 주유소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비축분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재고가 없다”고 했다.

요소수 품귀에 경찰은 차량 운행 최소화 대책을 내놨다. 요소수 부족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경유 차량 중 112·교통·형사순찰 등 긴급출동차량은 본래 용도로 사용하되, 관서별로 승용(휘발유)·친환경 차량을 최우선으로 배차하기로 했다. 기동대는 요소수를 쓰지 않는 버스를 활용하고 대기 시 무시동 냉·난방장치를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소방차와 119구급차에 요소수를 무료 나눔한다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평택·울산·충남북·전주·광주 등 전국에서 소방서·119안전센터에 시민들의 요소수 기부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전국에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기부 천사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40분쯤 한 시민이 광진소방서 중곡119안전센터 앞에 요소수 다섯 박스(50ℓ)를 놓고 갔다. 평택소방서 오성119지역대와 안성 미양119안전센터에도 시민들의 요소수 기부가 이어졌다.

김용언·김승환·장한서 기자, 전주=김동욱 기자 Dragonspeec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