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물에 잘 녹을까, 술에 잘 녹을까 [물에 관한 알쓸신잡]

이명철 2021. 11. 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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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물질을 녹여 전달하는 물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소금은 물에 잘 녹을까요, 알코올에 잘 녹을까요? 언뜻 생각하면 소독제와 세척제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알코올에 더 잘 녹을 것 같지만, 사실 알코올은 물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다른 물질을 가장 잘 녹이는 물질, 즉 가장 훌륭한 용매이기 때문입니다. 물은 소금, 설탕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질을 녹입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물은 다른 물질을 녹여서 보유하는 능력이 대단히 크고 일부 물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질을 잘 녹입니다. 물속에 다양한 물질이 녹을 수 있다는 것은 땅 속이든 나무 꼭대기이든 우리 몸속이든,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물을 통해 다양한 물질을 공급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구상에 있는 생물이 물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죠.

물을 통해 영양분이 공급되는 과정을 사람을 비롯한 동물부터 알아볼까요? 우리가 섭취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음식물은 위를 비롯한 소화기관에서 소화돼 우리 몸에 흡수가 가능한 작은 단위로 분해됩니다.

잘게 쪼개진 소화산물과 미네랄, 비타민 등은 위나 장에서 흡수되고 영양소로 혈액을 통해 우리 몸 곳곳으로 전해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우리 몸에 영양분으로 공급되는 것입니다.

식물도 물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물을 빨아들이면서 땅 속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뿌리를 통해 흡수된 물은 물관을 통해 각 조직으로 이동하는데 이를 통해 땅 속의 영양분이 식물 전체에 전달됩니다.

이렇게 물은 다양한 물질을 녹여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해 주게 됩니다.

물은 고체뿐만 아니라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도 잘 녹입니다. 이는 물속에 사는 동물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물속에 살고 있는 동물도 육지에 살고 있는 동물처럼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대기 중에 있는 산소가 물속에 녹아들지 못했다면 물속은 아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을 것입니다.

물은 어떻게 이런 훌륭한 용매가 됐을까요? 이것을 이해하려면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중학교 과학시간에 물은 극성을 띠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극성을 띠고 있다는 의미는 물 분자가 +극과 -극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액체에서는 볼 수 없는 물만 가지고 있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과학시간에 풍선이나 플라스틱 컵을 이용해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휘게 했던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풍선을 머리카락에 문지른 다음 수도꼭지 물줄기에 가까이 갖다 대면 물줄기가 휘는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이 바로 물이 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줄기가 휘는 것은 물 분자가 +극과 -극을 가지고 있어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끌어당기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마치 자석이 N극과 S극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극끼리는 밀고 다른 극끼리는 잡아당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이 이렇게 극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물 분자의 구조 때문입니다. 물 분자 얘기까지 들어가니 어렵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물 분자의 화학식은 H2O로 산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2개로 이뤄졌습니다. 2개의 수소 원자가 1개의 산소 원자에 붙어 있는 모양입니다.

산소 원자가 수소 원자에 비해 조금 크기 때문에 오래 전 과학자들은 산소 원자 양쪽에 수소 원자가 1개씩 180°로 마주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물 분자의 구조가 밝혀졌는데 과학자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산소 원자에 수소 원자 2개가 180°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104.5°의 애매한 각도를 두고 붙어있던 것입니다.

(이미지=최종수 위원)

팬더곰 얼굴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 합니다. 팬더곰의 얼굴을 산소 원자라고 하면 두 귀가 수소 원자가 되겠죠.

한쪽으로 치우친 비대칭 구조로 결합됐기 때문에 - 전하의 산소 원자와 + 전하의 수소 원자는 물 분자로 결합한 후에도 여전히 고유한 전하를 띠게 됩니다. 산소원자가 있는 쪽은 - 전하를 띠고 수소원자가 있는 쪽은 + 전하를 갖게 돼 물 분자는 극성을 띠게 되는 것이죠.

물이 이렇게 극성을 가지고 다양한 물질을 녹일 수 있는 덕분에 동물과 식물은 물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물 분자에 있는 두 개의 수소가 우리의 예상처럼 180°로 마주보고 있었다면 물은 완전히 다른 물질이 됐을 것이고 지구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행성이 됐을 것입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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