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1억 떨어졌다"..철옹성 같았던 서울 집값이 흔들, 급매물 등장
추석 기점 상승폭 둔화, 매수세 위축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 꺾이고 매물 17%↑
향후 전망도 '상승 vs 하락' 양분
"주택공급 전셋값 안정 없으면 하락 어려워"
대체로 여전히 불안정한 전셋값이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정부의 뒤늦은 공급 정책이 수요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어 '대세 하락' 전망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가 수요를 일시적으로 억제하고 있을 뿐, 이로 인해 집값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223건으로 9월 거래량인 2690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4701건, 8월 4191건 등 감소세를 보였는데 지난달에는 4월(3669건)보다 적은 거래량을 보이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을 주도하는 '강남구'도 거래절벽을 피해가지 못했다. 10월 강남구 매매건수는 총 170건이다. 10월 매매건수 자체는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대폭 감소했다.
최근 집 거래량 크게 감소한 이유는 그동안 가파르게 치솟은 집값에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리인상,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의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8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서북권의 경우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졌다. 이달 첫 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한국부동산원, 1일 조사 기준)는 지난주보다 0.2포인트 낮은 100.7을 기록하며 8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올해 4월 12일 100.3을 기록한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이번 주 마포·서대문·은평구가 있는 서북권의 매매수급 지수는 99.8로 지난 4월 26일(98.9) 이후 처음 100 이하로 떨어졌다.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마포구 S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정이 급한 사람이 호가보다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놔도 이전과 달리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며 "정부의 돈줄 옥죄기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지수는 100.5로 지난주(100.4)보다 0.1포인트 높아졌지만 종로구·용산구 등이 위치한 도심권(100.7)과 영등포·양천·구로·동작구 등의 서남권(100.6)은 지난주보다 매매 수급지수가 떨어졌다.
실거래가 1억~2억원 떨어진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실거래가 하락 단지는 주로 서울 외곽에서 두드러졌다. 광진구 자양동 43가구 규모 아파트 광진하나플러스 전용 85㎡는 2018년 8월 6억3500만원에 거래된 후 약 2년 반 사이 3억원 이상이 뛰어 올 3월 9억47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그런데 5개월 후인 8월에는 8억원에 거래돼 1억4700만원 낮아졌다.
광장동 광장현대홈타운11차 전용 85㎡는 지난 8월 신고가인 21억원에 실거래됐지만, 9월 20억원에 매매 계약됐다. 한 달여 만에 1억원이 내린 것이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주공8단지 전용 42㎡의 실거래가도 지난 8월 7억2000만원에서 9월 6억5000만원으로 7000만원 하락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2단지 전용 44㎡의 경우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이 5억5000만원대에 호가되고 있다. 이는 직전 거래가 대비 2000만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1800가구에 이르는 이 아파트 단지 역시 매물 건수는 51건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 매매거래가 줄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 3월 대선이 주택 가격 흐름의 변수가 될 것"이라며 "집값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하락세에 접어들면 예상보다 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영끌, 빚투로 집 매입에 나선 2030세대 젊은 수요자들이 이전 세대의 '하우스푸어' 사태를 또 겪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대다수 전문가들은 매매시장의 거래절벽 상황이 가격 하락까지 이어질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주택 공급 폭탄, 기준금리의 대폭 인상 등 변수가 발생하기 전까지 대세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제한 조치 등으로 주춤하기는 하지만 집값이 하락할 요소는 적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정부의 강력한 대출·세금 규제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일시적으로 시장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강남에서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현금 부자들이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면서 신고가에 거래된 단지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추가대책 예고 등 하락요인과 전세시장 불안, 공급 감소, 풍부한 유동성 등 상승요인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며 "가을 이사 수요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상승기조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DSR제도의 본격 시행일(2022년 1월)을 앞두고 대출 막차를 타기위한 수요 쏠림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 가격의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단시일 내 매매가격 하락 반전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부동산 거래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데 이어 이달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게 대두되면서 시중금리가 최근 5%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나타나는 등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중고가 아파트의 경우 양도세 등 세금 이슈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중저가 매물의 경우 대출이나 금리인상 때문에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도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이슈이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공급과 높은 전세가격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적인 수요는 연간 4만7711가구인데, 올해 입주물량은 3만545가구, 내년 1만8042가구로 더욱 줄어든다. 내년 8월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시장에 새로운 수요로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집값 전망에 얽매이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매수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 같은 장세에서는 전망보다 필요로 판단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며 "필요는 투자보다 앞선다"고 조언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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