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구 끝에 '행운' 수확한 농부 "네잎클로버, 훌륭한 식재료"
[경향신문]
홍인헌씨, 10년 연구해 대량 재배 성공
호텔·대형마트에 ‘장식용’으로 납품 중
코로나19 종식 후 전세계에 수출 예정
서울 지하철역 인근에서 네잎클로버를 판매한다는 노점상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시전설처럼 회자된다. 그 많은 네잎클로버는 어디서 났을까. 호기심을 해결해줄 만한 주인공을 찾았다.
행운을 수확하는 농부가 있다. 평생 화훼농으로 살아온 홍인헌씨는 10년간 이어진 선발육종 연구로 네잎클로버 대량 재배에 성공했다. 덕분에 토끼풀밭에서 1만분의 1 확률의 행운을 찾아헤매는 수고로움을 덜게 됐다. 홍씨는 꽃을 납품하던 대형마트 화훼코너에서 ‘행운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리는 개업 상점이나 집들이 선물로 보내는 화분에도 의미를 담는 민족이 아니던가. 수많은 화분 중에서도 천냥금, 금전수, 행운목 등 복을 불러온다는 이름을 가진 관엽수가 특히 인기였다. 대부분이 중국이나 동남아산이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그 ‘끝판왕’은 네잎클로버가 아니겠어요? 바로 국내 대량 재배를 위한 연구에 들어갔죠.” 그는 유전자 조작이 아닌 삽목과 선발 육종 방식으로 네잎클로버 재배를 시도했다. 삽목 재료인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야생 토끼풀밭만 보이면 허리를 굽혔다. 찾아낸 네잎클로버 줄기를 담을 물과 종이컵은 외출 필수품이 됐다.
“여행을 가도 외출을 해도, 일 때문에 다른 농장을 방문해도 토끼풀밭만 보이면 실험에 쓸 네잎클로버를 찾았어요. 당시 네잎클로버 다발을 찾는 꿈도 엄청 많이 꿨어요. 실제로 ‘네잎클로버’ 찾는 눈썰미가 늘어서 ‘선수’가 될 정도였죠.”
네잎클로버의 꽃에서 씨앗을 받아 뿌려봐도, 삽목으로 네잎클로버 줄기를 키워봐도 네잎클로버가 나오진 않았다. 실제 자연에는 오롯이 네잎클로버만 나오는 종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와 절망의 5년 고비를 넘기고 10년째 드디어 그의 농장에서 네잎클로버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품종 고정에 성공했다. 다음 과제는 판로였다. 홍씨는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마스코트 외에 훌륭한 식재료라는 점에 착안했다. 전문 셰프들을 모아 고급 음식이나 디저트 장식용으로 네잎클로버를 소개했다. 그러나 ‘토끼풀을 먹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토끼풀은 식약처 식품 인증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홍씨는 토끼풀을 예로부터 식용으로 활용해왔다는 근거 자료를 30건 이상 찾아 2011년 비로소 구황식물로 등록할 수 있었다.
어렵게 홍보를 이어가던 중 행운도 찾아왔다. 2018년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한정판 그린티라테 위에 네잎클로버를 띄우면서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홍씨는 그것을 계기로 현재 호텔과 대형마트에 코스 요리나 샐러드 장식용 네잎클로버를 납품하고 있다. 농장에서 먹어본 네잎클로버에서는 마치 생콩처럼 쌉쌀한 첫맛에 달착지근한 끝맛이 났다.
“클로버는 콩과 식물로 단위당 단백질 함량이 콩보다 높아요. 식물성 단백질 식품으로 가치가 크죠. 식용 다섯잎·여섯잎 클로버뿐만 아니라 대형잎 클로버도 연구하고 있어요. 네잎클로버의 꽃말처럼 이 친구들이 제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어요.”
홍씨의 꿈은 누구나 와서 네잎클로버를 즐기고 맛볼 수 있는 국내 최초 ‘네잎클로버 체험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미국, 일본, 중국으로 ‘K네잎클로버’ 수출을 할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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