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의 여자화장실 출입 막은 학원 원장..700만원 배상 판결

이가영 기자 2021. 11. 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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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자료사진. /조선DB

성전환 여성의 여자화장실 사용을 금지한 학원 원장이 해당 여성에게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이은희 판사는 최근 성전환 여성 A씨가 학원 원장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여자화장실 이용 제한은 차별에 해당하므로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미용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B씨가 운영하는 국비지원 미용학원에 등록했다. A씨는 자신의 성주체성에 따라 “여자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했지만, B씨는 “다른 수강생들에게 민원이 발생한다”며 여자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B씨의 행위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B씨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 등을 이유로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를 대리한 공단 측은 “A씨가 5개월간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대한 인격권의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경제적 사정상 국비로 운영되는 B씨의 미용학원을 꼭 다녀야 했다”며 “B씨의 차별 행위로 인해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당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B씨는 “A씨에게 여자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거나 차별행위를 한 사실이 없으며 인권위 결정이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학원의 이미지가 실추해 이미 큰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판사는 “화장실은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곳”이라며 “5개월 이상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부합하는 화장실 이용을 제한받은 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격권 침해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전환된 성에 따른 의복이나 두발 등의 외관을 갖추지 못해 다른 수강생과 갈등을 빚었고, B씨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수강생들과 상담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을 고려해 위자료를 7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측 조필재 변호사는 “성전환자를 위한 별도의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겠지만 시설운영자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성소수자의 인권을 둘러싼 소송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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