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어디 있지?..바둑이 무늬는 위장용이었다

조홍섭 2021. 11. 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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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판다가 동물 보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흰색과 검정이 선명하게 대조를 이룬 깔끔한 외모 덕분이다.

칙칙한 갈색 모피로 덮인 보통의 포유류와 달리 판다는 흰 바탕의 몸통을 검은 띠가 가슴 부위에서 한 바퀴 감고 사지와 귀, 눈은 검은빛이어서 저절로 눈길을 끈다.

연구자들은 "판다의 흑백 무늬는 가까이서 보았을 때는 잘 보이지만 거리가 12m 이상 떨어지면 동물의 윤곽을 헷갈리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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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선명한 무늬가 야생에선 배경에 녹아들고 윤곽 흐트러뜨려
검고 흰 무늬가 선명한 대조를 이룬 동물원의 대왕판다. 야생 환경에선 이렇게 보이지 않는다. 제이 패트릭 피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왕판다가 동물 보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흰색과 검정이 선명하게 대조를 이룬 깔끔한 외모 덕분이다. 칙칙한 갈색 모피로 덮인 보통의 포유류와 달리 판다는 흰 바탕의 몸통을 검은 띠가 가슴 부위에서 한 바퀴 감고 사지와 귀, 눈은 검은빛이어서 저절로 눈길을 끈다.

이렇게 눈에 잘 띄는 무늬와 색깔로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들게 한다. 그러나 최신 이미지 기술로 분석한 결과 판다의 외모는 야생에서 은밀한 게나 쥐에 버금가는 위장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야생에서는 가까운 거리에서도 판다의 색깔은 동물원에서처럼 두드러지지 않는다. 웨이 푸웬 제공.

오시 노켈라이넨 핀란드 위베스퀼라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판다의 희고 검은 무늬는 서식지의 배경에 녹아들고 윤곽을 흐트러뜨려 포식자의 눈을 피하는 효과를 거둔다”고 밝혔다.

판다 서식지에는 호랑이, 표범, 야생 들개(도울) 등 포식자가 살았으며 주로 어린 판다를 노렸다. 연구자들은 이들 포식자의 시각과 사람 등 영장류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판다의 무늬와 윤곽이 어떻게 보이는지 첨단 이미지 기술로 분석했다.

거리가 좀 더 멀어지고 판다의 색깔이 주변 환경의 다양한 색깔과 뒤섞이면 분간이 쉽지 않다. 웨이 푸웬 제공.
판다의 흰 색깔 무늬는 여름엔 나뭇잎에서 반사한 빛과 겨울엔 눈의 빛깔과 비슷하다. 웨이 푸웬 제공.

그 결과 판다의 검은 무늬는 숲의 그늘과 짙은 나무줄기와 섞여들었다. 또 흰 부위는 여름에는 반짝이는 나뭇잎과 겨울에는 쌓인 눈과 어울렸다.

연구자들은 또 판다의 모피에 흰색과 검은색뿐 아니라 중간톤의 색깔도 있다고 밝혔다. 이 중간톤은 “바위나 흙과 잘 어울리는데 서식지의 아주 밝은 부분과 아주 어두운 부분의 중간 색깔을 제공해 배경을 매끄럽게 이어준다”고 논문은 적었다.

연구자들은 “쓰촨과 친링의 대왕판다가 검은색 대신 갈색을 띠는데 중간톤이 진화에서 차지하는 이득으로 그런 변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 판다의 검은 무늬가 갈색인 친링 판다. 흑백 무늬만 있는 판다도 자세히 분석하면 중간톤 부분이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판다의 크고 분명한 흑백 무늬는 멀리서 봤을 때 오히려 윤곽을 흐트러뜨리는 효과가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판다의 천적인 고양이과와 개과 포식동물은 사람보다 선명하게 보는 시력이 훨씬 떨어진다. 예를 들어 어둑할 때 사냥하는 하이에나는 50m 떨어진 얼룩말의 줄무늬를 보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판다의 흑백 무늬는 가까이서 보았을 때는 잘 보이지만 거리가 12m 이상 떨어지면 동물의 윤곽을 헷갈리게 한다”고 밝혔다.

먼 거리에서 판다의 선명한 흑백 무늬는 오히려 몸의 윤곽을 흐트러뜨리는 구실을 한다. 웨이 푸웬 제공.
눈 속에서도 선명한 흑백 무늬는 동물의 형체를 오히려 분간하기 힘들게 한다. 웨이 푸웬 제공.

결국 자연환경 속에서 판다는 색깔이나 윤곽이 훨씬 알아보기 힘든 동물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사람 눈으로 볼 때 판다 이미지 안의 색깔 가운데 50%가 배경과 같아 보인다”고 논문에 적었다. 실제로 교신저자인 팀 카로 영국 브리스틀대 교수는 “중국인 동료가 야생에서 촬영한 판다 사진을 보내왔을 때 판다가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들었다”며 “시력이 좋은 영장류의 시력으로 보지 못했다면 이보다 시력이 떨어지는 포식자들에게는 더욱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니컬러스 스콧-사무엘 교수는 “대왕판다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이유는 동물원에서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보거나 배경이 자연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며 “실제 포식자 처지에서 본다면 판다는 사실 아주 잘 위장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크고 작은 숲 틈으로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와 나뭇잎에서 반사하고 그늘진 곳이 있는 숲에서는 선명한 흑백 무늬가 오히려 배경과 섞여들고 윤곽을 흐트러뜨리는 효과가 난다”며 얼룩말, 스컹크, 범고래 등의 무늬에 위장효과가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실제로 찰스 다윈과 함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발견한 알프레드 월러스는 1896년 얼룩말의 줄무늬가 윤곽을 흐려 어스름 때 사냥에 나선 사자를 헷갈리게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얼룩말 무늬에 포식자 헷갈리나? 실험해 봤더니).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1-00742-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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