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직장인, 내년부터 6억원 집 살때 '대출액 2.4억→1.49억'
■ 10문10답 -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출은?
카드론도 DSR 포함… 우대금리 폐지탓 주담대 금리, 신용대출보다 높기도
내년 1월 총대출액 2억원 넘으면 개인별 DSR 40% 적용
집값 오른 상태서‘내 집 마련’앞둔 실수요자는 부담 커져
금융당국, 주담대·신용대출 등 분할상환 목표도 상향조정
가계부채 증가율 4%대로 묶는 게 목표… 실패땐 ‘플랜B’
문재인 정부 4년여 동안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는 플러스 상관관계를 나타내며 치솟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섰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총액을 더해도 가계부채를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6개월 만에 내놓은 ‘10·26 2차 가계부채 대책’은 실수요자의 피해를 줄이면서도 주택 투기수요는 억제한다는 목표로 설계됐다. 정부의 새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잡으면서 동시에 주택시장의 실수요를 보호할 수 있을지 점검해봤다.
1. 1·2차 가계부채 관리방안 차이는
정부가 지난 4월 29일과 10월 26일 각각 발표한 1, 2차 가계대출 관리방안의 핵심은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어떤 기준으로 적용하느냐다. 1차 방안은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 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개인별 DSR 비율을 40%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방안은 지난 7월부터 실시됐다.
당국은 1차 방안을 발표하면서 개인별 DSR 적용 대상을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번 2차 방안을 통해 단계적 확대 시행 시점이 2단계는 6개월, 3단계는 1년 앞당겨졌다. 2단계 규제는 규제지역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더라도 기존 대출과 신규 대출의 합계가 2억 원이 넘을 때 DSR 40%를 적용받는다는 내용이다. 3단계 규제가 적용되면 DSR 40% 적용 기준이 기존 대출과 신규 대출 합계액 1억 원 초과로 변경된다.
2. 기준이 되는 개인별 DSR란
DSR란 대출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대출받는 사람의 상환 여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대개 DSR는 은행별로 평균 40% 내로 관리하면 됐다. 가령 A 씨에게 내준 대출이 DSR 20%면 B 씨에게 DSR 60%를 내줘도 은행의 평균 DSR가 40%여서 문제가 안 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평균 DSR에 개인별(차주별) DSR를 추가 도입했다. 개인별 DSR 40%는 은행이 아닌 대출을 하는 사람 단위에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현재는 전 규제지역에 6억 원을 초과하는 주담대, 1억 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에 차주별 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3. 1차 실행 3개월 만에 2차 발표 이유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가 실물경제에 비해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증가세도 주요국 대비 너무 가파르다고 보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79.2%로 지난해 대비 1.7%포인트 상승한 데 그쳤지만,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104.2%로 지난해 대비 16.9%포인트나 상승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한 종합국정감사에서 ‘남은 3개월 동안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6%대 관리가 가능하냐’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7%대 후반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전세대출을 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전세대출이 한 달에 2조5000억 원씩 늘어간다면, 7% 후반대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4. DSR 2단계·3단계 조기도입 효과는
금융당국은 당초 내년 7월부터 주담대·신용대출 등 총대출 2억 원 초과 차주에게, 오는 2023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 원 초과 차주에게 이 규제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가계부채 증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 규제를 각각 내년 1월, 7월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이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차주별 DSR 2단계가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하면 개인별 DSR 40%가 적용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기존보다 대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 연봉이 5000만 원인 직장인은 원금과 이자를 합해 연간 최대 2000만 원까지만 갚을 수 있도록 대출이 제한된다.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내 집 마련을 앞둔 사람들은 주담대가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5. 새 대출기준, 실제론 얼마나 주나
일례로 연봉 5000만 원인 직장인 A 씨가 연 3.95%로 신용대출 5000만 원을 받아놓은 상황에서 규제지역에 있는 6억 원짜리 아파트를 금리 연 3.47%, 30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지금까지는 총 2억40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SR를 적용받지 않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기준만 적용받기 때문이다.
새 기준에 따라 앞으로 A 씨가 내년에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DSR 40%가 적용되면서 1억4900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기존에 받을 수 있던 1억 원 상당의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상환 여력이 있어야 대출 가능 금액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존과 같이 2억4000만 원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연봉이 7000만 원까지 올라야 한다.
6. 제2금융권 대출 가능 금액은
당국은 개인의 모든 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면서도 저소득자와 저신용자의 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그동안 2금융권에 해당하는 ‘카드론’은 DSR 산정에서 제외했는데 이번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계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의 카드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부터는 카드론도 DSR 산정에 포함된다. 카드론이 개인별 DSR에 포함된다고 해도 일률적으로 얼마나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드는지는 산정하기 어렵다. 다만 대출 계약서상 ‘약정만기’를 기준으로 향후 산정만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4000만 원이고 주담대가 1억8000만 원(연 2.5%·30년 만기·원금균등상환·비(非)규제지역 소재)에, 신용대출 2500만 원(연 3.0%·만기일시상환)이 있는 사람이 올해까지는 카드론 800만 원(연 13%·만기 2년·원금균등상환)을 신청했다면 내년 1월부터 636만 원(DSR 50% 적용)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7. 전세대출이 제외된 이유는
가계부채 총량관리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일정 비율 안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준을 제시한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1차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한동안 느슨하게 적용한 은행권 총량관리를 본격 재개했다. 올해까지는 기존 9%대였던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전년 대비 5∼6% 내외에서 관리하면서, 내년부터는 4% 수준으로 묶는다는 계획이다. 당국의 총량관리 기준이 좁혀지면서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전세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전세 신규대출을 중단한 뒤 피해를 입는 실수요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당국은 한발 물러났다. 고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전세대출 증가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정부 목표치인 6%대를 초과해도 이를 용인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2차 방안 발표에서는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서 제외됨을 명확히 했다.
8. 분할상환 확대를 위한 조치 의미는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양적 증가 관리와 함께 분할상환을 확대하기로 했다. 크게 주담대, 신용대출, 전세대출에 대한 분할상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빌린 돈을 나눠서 차근차근 갚아나가야 하는데, 차일피일 상환을 미루다가 일시 상환의 위험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다.
당국은 주담대의 경우 업권별 전체 주담대 분할상환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은행의 주담대 분할상환 목표는 전체 주담대 중 57.5%였지만, 내년에는 60.0%로 늘릴 계획이다. 상호금융은 40.0%에서 45.0%로, 보험은 65.0%에서 67.5%로 각각 높여 잡았다. 또 개별 주담대 분할상환 목표도 신설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개별 주담대의 분할상환 비율은 73.8%였지만, 내년도 목표는 80%다. 주담대 분할상환 목표치 달성 실적에 따라 금융기관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비율을 우대받는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신용대출 시에는 분할상환을 할 경우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지난 7월부터 유인책을 도입했는데, 이를 내년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9. 당국의 플랜B는
가계부채는 관련 규제 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거시경제 여건, 자산시장 변화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관련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책의 강도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향후 증가세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여신심사를 확대하고 △전세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며 △금리 인상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여신심사를 강화한다는 것은 DSR 관리기준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개인별 DSR 적용대상을 추가하는 등 현재보다 더 강화된 방안이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전세대출 증가세 관리를 위해서는 DSR에 전세대출 원금을 적용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경우 개인별로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연계해 향후 추가로 시행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마련할 것”이라며 “플랜B는 DSR 등 기존 제도의 효과성을 더욱 높이면서 급증 분야와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규제 방안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 당국의 대출 조이기 부작용은
금융당국이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면서 담보가 있는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담보물이 있는 주담대 금리는 통상 신용대출 금리보다 낮게 책정되곤 했다.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수준은 연 3.0%대에서 5.0%대에 근접한 상태다.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경우 5.0%를 넘어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주담대를 억제하도록 관리하면서 우대금리 폐지 등으로 대출 금리가 뛰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3.0%대에서 4.0%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를 뛰어넘으면서 신용도가 높은 대출자의 대출 금리가 저신용자 대출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의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자들 대상 전문직 신용대출상품의 금리가 3.0% 수준인 데 반해,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가 2.0%대인 상품이 나오고 있다. 고 신용자들이 소위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면서 이들의 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에 따라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정선형·송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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