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 박희순이 끌어낸 최대치의 악당 [인터뷰]

현혜선 기자 2021. 11. 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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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 박희순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박희순이 아껴뒀던 악당 캐릭터로 돌아왔다. '마이 네임'을 통해 악당의 최대치를 끌어내 드디어 후련하게 악당으로부터 졸업할 수 있게 됐다는 박희순이다.

1990년 데뷔한 박희순은 영화 '세븐 데이즈' '바보' '혈투' '의뢰인' '간기남' '밀정' '남한산성' '1987' '마녀' '물괴' '봉오동 전투',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아름다운 세상' 등에 출연했다.

내공을 쌓은 박희순이 넷플릭스와 만났다. 박희순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극본 김바다·연출 김진민)에 출연했다.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박희순은 극중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지우를 언더커버로 만들어 주는 국대 최대 마약 조직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와 첫 작업을 하게 된 박희순은 "넷플릭스는 기존에 드라마나 영화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작업 과정도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지점 정도다. 영화 스태프들이 많이 투입되고 드라마 감독이 투입되고 컬래버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살짝 과도기인데, 이 부분이 극복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플랫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희순이 '마이 네임'을 선택한 건 복합적인 캐릭터에 끌려서다. 그는 "건달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그중 유사한 캐릭터도 많았다. 그런데 정말 매력적인 누아르 장르에서 건달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서 아껴뒀다. 이때 제안받은 게 '마이 네임'이다. 대본을 보니 이렇게 복합적이고 어려운 역할은 없었다. 너무 행복했다. 힘들겠지만 도전해서 성공한다면 나한테 큰 보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역할과 작품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인 만큼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이에 대해 박희순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우리나라 관객뿐 아니라 다양한 관객과 만난다 싶은 거지 촬영할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났다. 이제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인해 세계의 관객들을 고려해야 된다는 생각들이 생긴 것 같다. 그전에는 전혀 없었다. 고려한들 뭐가 크게 달라지겠나. 나는 대본에 맡길 뿐"이라고 전했다.

마이 네임 박희순 / 사진=넷플릭스 제공


최무진은 복합적이고 어려운 캐릭터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정의할 수 없고, 프레임에 갇힌 건달 캐릭터라고 보기 어렵다. 한순간에도 여러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가면을 쓴 모습으로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를 표현하기 어렵진 않았을까.

박희순은 "최무진을 연기하면서 두 가지 키워드를 늘 마음속에 갖고 있었다. 거짓된 진실과 진실된 거짓이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게 만들자는 마음이었다. 그럼으로 인해서 시청자들이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말이다. 모든 시퀀스에서 한 가지 감정으로 연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도 모니터를 할 때 이 둘 중 어떤 감정이 더 셌나를 고민할 정도였다. 지우를 속이기 위한 건지 시청자들을 속이기 위한 건지 고민도 됐다. 모든 것이 물음표로 다가왔다. 때문에 단순하게 감정을 정하지 않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면, 누가 봐도 지우를 속였는데 거기에 한 스푼의 다른 감정을 섞었다. 솔직히 말하면 무진 자신도 자기 감정을 모를 것 같다. 자기도 모르는 감정의 혼돈 속에서 살고 있는 인물이다. 또 그걸 누르려고 하다 보니 과정들이 얼굴에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희순은 어려운 캐릭터인 만큼 전사를 만들었다. 그는 "무진이 마초들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아무도 믿지 않았다는 거다. 자기 혼자 고민에 빠지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동안 경찰에게 한 번도 잡히지 않고 조직을 이끌어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한지우의 아버지를 친구로 만나 마음을 열었다. 그전까지 굉장히 철저했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아르 장르답게 액션에도 공을 들였다고. 박희순은 "연습할 때는 주로 체력 훈련을 많이 했다. 그 신에 필요한 합을 연습하는 걸로 훈련했다. 그런데 또 현장에 가면 바뀌기도 해서 부상이 생긴 적도 있다. 손목이 꺾인 게 아직도 아프다. 손가락이 쉽게 낫지 않은 부위다. 공교롭게 상대방인 배우 장률도 다리가 접질려서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다. 그게 연기에도 고스란히 담기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마이 네임 박희순 /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마지막 한지우와의 일대일 액션신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때에도 한지우와 최무진은 복합적인 감정으로 싸웠다. 박희순은 "그 신에도 많은 해석이 있더라. 의도한 것도 아니고, 아닌 거도 아니다. 다양한 해석이 좋다. 정말 수많은 감정을 갖고 싸웠기 때문"이라며 "한소희도 그 신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심지어 잠시 쓰러지기도 했다. 나 역시 감정에 복받쳐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부분이 나오진 않았다. 그 감정에 몰입해서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싸움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해석이 각자 다 다른게 감독님의 의도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고생한 만큼 박희순은 해당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한 장면 다 소중하다. 그래도 일대일 액션신이 모든 감정이 다 복합적으로 폭발해서 기억에 남는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상태다. 이렇게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싸우는 액션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감정 액션이다. 그 장면에서도 진실과 거짓이 계속 교차하면서 혼란스럽지 않냐. 이 심리 싸움의 재미가 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순은 '마이 네임'이 언더커버물로 갖는 최고의 장점이 여성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기 때문에 심리 묘사가 더 강하게 전달됐다. 감정 역시 고스란히 보였다. 관객들이 보통 액션 영화나 언더커버물에 감정적으로 이입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소희가 연기를 잘해줬고,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소희의 연기를 보고 정말 놀랐다. 집중력이 놀라웠고,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을 뽑아내는 데 아주 좋았다. 이런 점이 김진민 감독과 만나 시너지를 낸 것 같다. 특히 한소희가 문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놀라웠다. 이 장면에서 지우의 캐릭터가 잡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희순은 '마이 네임'을 끝내며 느낀 점을 전했다. 그는 "아껴뒀던 악당 보스 역을 이번에 해낸 느낌이다. 이게 나에게는 숙제처럼 남겨져 있었다. 이런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데 최대치를 뽑아내고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다. 후련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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