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의 골프클럽] 마지막 1도까지 세심하게..'송곳 아이언' 고진영의 비법

조효성 2021. 11. 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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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아이언 33도로 세팅한 뒤
번호별로 로프트 4도씩 간격
왼쪽으로 샷 감기지 않도록
라이각 기성품보다 4도 낮춰
샤프트는 7번 아이언기준 83g
고진영은 '송곳 아이언'으로 가장 유명하다. 세계랭킹 1위 유지 기간이 역대 두 번째인 원동력은 어디에서든 그린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아이언샷이 바탕이 됐다. 올해 고진영은 77.87%의 그린적중률로 2위에 올라 있지만 201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이후 3년간 그린적중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평균 257.97야드로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LPGA투어 74위에 머물러 있지만 평균 타수 69.19타와 언더파라운드(47회) 1위를 지킬 수 있는 이유다.

일단 고진영이 사용하는 아이언은 상급자 중에서도 관용성을 추구하는 브리지스톤 TOUR B 201CB다.

번호별로 세부 구조를 달리하는 '그래비티 컨트롤 디자인'이 특징이다. 같은 제품 내에서도 세부 구조를 달리하여, 번호별로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줄였다. 가령 비거리엔 좋지만 정확한 임팩트가 어려운 롱아이언은 좀 더 쉽게, 날카롭게 찍어 치는 숏아이언은 샷 이후에 클럽이 잘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식이다.

캐비티 백 형상의 연철 단조 아이언 TOUR B 201CB는 롱아이언에서 숏아이언으로 갈수록 백페이스 두께가 두껍다. 롱아이언은 안정성과 비거리를, 숏아이언은 날카로운 빠짐과 조작성을 주기 위해서다. 4번, 5번 아이언은 '고탄도 슬릿' 설계를 추가해 쉬운 스윙이 가능하게 했다. 고탄도 슬릿 설계는 솔 부분에 홈을 파서 포켓 캐비티와 같은 효과, 즉 편안한 고탄도 샷을 만든다. 이 아이언은 번호별로도 조금씩 소재까지 다르다. 연철 보디를 사용하지만 4번부터 7번 아이언은 크롬몰리브덴강을 사용하고 8번부터 피칭웨지까지는 연철 단조 소재로 만들었다.

하지만 주말 골퍼들이 사용하는 기성품과 고진영의 '맞춤형 클럽'은 조금 다르다.

철저하게 고진영이 자신의 스윙에 맞게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일단 고진영은 2020년 출시된 TOUR B 201CB 아이언(5번~피칭웨지)을 사용하고 샤프트는 스틸파이버 H90 R 스펙을 사용하고 있다. 샤프트 무게는 7번 아이언 기준 83g으로 가벼운 편이다.

고진영은 원칙이 있다. 새 아이언으로 교체하지만 자신만의 '클럽 세팅 기준'이 있는 것.

일단 기성품의 로프트(클럽 헤드가 열린 정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고진영은 7번 아이언을 33도로 세팅하고 번호별로 정확하게 4도씩 로프트 간격을 유지한다. 기성품의 7번 아이언 로프트는 31.5도다.

클럽별로 뜯어보면 피칭웨지가 45도, 9번 아이언이 41도, 8번 아이언이 37도로 세팅된다.

여기가 피팅의 끝이 아니다. 클럽 샤프트가 지면과 기울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라이각'도 자신에게 맞춘다.

피칭웨지의 경우 기성품의 라이각은 63.5도. 하지만 고진영은 59.5도로 무려 4도나 낮췄다. 5번 아이언부터 피칭웨지까지 모든 클럽의 라이각이 기성품보다 4도씩 낮다.

이따금 왼쪽으로 휘는 샷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헤드 앞쪽인 토(Toe)를 낮게 한다. 토가 들려 있으면 마치 오르막 경사에서 샷을 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와 왼쪽으로 당겨치는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새로운 아이언으로 교체하더라도 절대 바뀌지 않는 고진영만의 원칙이다.

이유가 있다. 클럽 피팅 담당자에 따르면 "고진영의 스윙적인 변화도 있고 헤드 디자인도 바뀌며 스윙을 할 때 타점이 중앙보다 조금 안쪽에 맞고 감기는 샷이 나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각을 4도 플랫하게 만들어 타점을 센터로 보내고 공이 감기는 것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스윙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클럽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고진영은 앞서 "프로골퍼도 인간이기 때문에 대회를 하다 보면 항상 일정하게 샷을 할 수는 없다"며 "그럴 땐 일관된 샷을 만들어주는 쉬운 클럽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상급자 모델인 만큼 조작성에 중점을 두지만 피팅을 통해 실수를 줄여주는 관용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고진영은 클럽을 새롭게 맞출 때 부드러운 타구감과 편안한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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