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투표권 있는데 왜 투명인간 취급하나"..무주택자 분노 폭발

박상길 2021. 10. 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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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린 무주택자 촛불집회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무주택자 공동행동 제공>

"무주택 국민도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인데, 왜 투명인간 취급하나"

무주택자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게시자는 "올해 서울 변두리 지역을 비롯해 동두천, 양주, 오산, 시흥 등 집값 폭등에서 소외됐던 경기도 외곽지역도 올해 상반기에만 집값이 35% 폭등했다. 경이로운 폭등"이라며 "절대 오르지 않을 것 같던 집값이 1억, 2억 올랐으니 그 집주인들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고마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아파트가 폭등할 때도 오르지 않던 빌라가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단독주택과 오피스텔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라며 "집값 폭등에서 소외돼서 불만이었던 지역과 빌라 오피스텔 등의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에 좋아할 것이고 그 결과 지지율이 40%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최근 전세 대출 확대 지시와 관련해 "전세 대출 확대→전셋값 폭등→갭투기 성행→집값 폭등, 이런 집값 폭등의 회로를 계속 돌리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게 무주택자는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이라며 "2200만 무주택 국민도 똑같이 한 표를 가진 유권자인데 왜 외면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서도 "국민의힘이 내놓는 정책 중 집값을 하락시킬 정책이 하나라도 있나? 이들은 아예 집값을 올리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발표한다"라며 "역시 무주택자는 보이지 않기에 유주택자를 위한 정책만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자 공동행동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집값 안정화가 아닌 집값을 내려라'라는 주제로 촛불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통장에 잔고가 쌓이는 속도보다 집값이 올라가는 속도가 100배, 1000배는 빠른 것 같다", "40대에도 내 집을 가질 거라는 기대는 못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집값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간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최근 1년 새 2억원 넘게 오르며 12억원을 넘어섰다. 내 집 마련 수요가 수도권으로 옮겨가면서 경기·인천의 아파트값도 꾸준히 상승세다. 이달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9110만원으로, 대출 규제선인 6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전체적으로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7억7249만원, 전국은 5억4132만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층이 될 지금 20대가 저축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100년 가까운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이한진 연구위원은 28일 공개한 '가구주 교육정도별·연령대별 소득 및 재무상태 변화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한진 연구위원은 소득에서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을 모두 뺀 금액을 '저축가능액'으로 보고 이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와 비교했다. 자료는 정부 가계금융복지조사와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을 활용했다.

지난해 기준 가구주가 30대 미만인 가구의 저축가능액은 연간 1099만원이었다. 정기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하는 경상소득은 연 3533만원, 가계를 운영하기 위한 상품·서비스를 사는 데 쓰는 돈인 소비지출은 연 1939만원, 세금 등을 내는 데 쓰는 비소비지출은 연 495만원이어서 나온 금액이다.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억4299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구주가 30대 미만인 가구가 저축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사려면 94.91년이 걸린다. 2012년 57.12년과 비교하면 37.79년 늘어난 것이다. 가구주가 30대, 40대, 50대인 경우 지난해 기준 저축가능액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모으는 기간은 각각 47.33년, 43.40년, 38.33년이었다.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경우엔 67.72년으로 추산됐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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