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C SK뷰 시세 15억 넘었다..'외곽 꼬리표' 떼는 수색 증산 [스페셜 리포트]
◆ SPECIAL REPORT : 신흥 주거지 떠오른 수색·증산뉴타운 ◆
대형 변전소 주변에 낡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낙후지역 이미지가 강했던 수색·증산동 일대가 브랜드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수색역세권 개발에 힘입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뉴타운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서울 서북부권 신흥 주거지로 발돋움한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15년간 공전 후 2010년대 사업 속도
수색증산뉴타운은 2005년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800여 개 정보기술(IT)·미디어 기업이 입주한 마포구 상암동 DMC의 배후 단지 조성을 위해서였다. 경의중앙선 수색역부터 DMC역까지 남북으로 빌라촌 79만3028㎡ 일대에 모두 20개 구역, 약 1만5000가구 규모로 재개발이 계획됐다. 인근에 있는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과 북측의 은평뉴타운을 포함해 서울 서북부를 대표하는 재개발 사업지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몇 년간은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특히 전자기파 우려가 큰 수색변전소가 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수색변전소 이전이 부진해 사업이 늦어지는 동안 2008년엔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업이 휘청였다. 증산1·3구역, 수색14구역 등은 그사이 해제되기도 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은평뉴타운·상암동 개발 등이 본격 추진되고 2009년 경의중앙선이 들어오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한 덕이 컸다. 골칫거리였던 수색변전소는 2018년 지중화를 확정했다. 이후 그 자리에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단계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용지 소유주인 한전과 개발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 DMC역 주변이 핵심
현재 수색증산뉴타운은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다. 입주가 끝난 곳이 2개 단지이고 공사 현장도 4곳이나 된다.
이 일대에서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곳은 증산2구역(DMC센트럴자이·1388가구)과 수색9구역(DMC SK뷰·753가구)이다. 지도상 'V'형 개발의 꼭짓점이자 수색증산뉴타운의 가장 중심, DMC역 맞은편이면서 사거리에 자리한 단지다. 전문가들은 단지 규모와 위치로 볼 때 DMC센트럴자이가 상대적으로 더 뛰어난 입지라고 얘기한다.
수색증산뉴타운은 최근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작년 집들이를 마친 DMC롯데캐슬더퍼스트를 시작으로 후년까지 6개 단지가 잇따라 입주하기 때문이다. DMC SK뷰가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고, DMC센트럴자이(내년 3월 입주)·DMC아트포레자이(672가구·2023년 2월 입주)·DMC파인시티자이(1223가구·2023년 7월 입주)·DMC SK뷰아이파크포레(1464가구·2023년 7월 입주) 등 6692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를 진행한다. 총 개발 계획의 절반 이상이 완료되는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분양 성적도 중요하지만 입주가 얼마나 원활하게 진행되는지도 중요하다"며 "특히 대규모 뉴타운은 입주 때 전셋값 등이 흔들리는지 등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6개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들은 아직 진행 단계가 빠르지 않다. 수색1·2·3·5·11·12구역은 도로변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주상복합이 들어설 예정인데 아직 주민들의 움직임이 없고, 현재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색8구역과 증산5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증산5구역의 경우 201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조합 내·외부 문제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다가 올해 6월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수색14·증산4구역 공공개발
두 사업지는 지난 3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용도지역 종 상향 등 해법을 모색하며 신속하게 사업이 추진됐다. 이미 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 동의율 요건(전체 토지 소유주 3분의 2 이상)을 충족했다. 이에 따라 연내 지구 지정을 거쳐 내년 사업계획승인, 2023년 착공하는 일정으로 사업이 예정돼 있다. 물론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일부를 설득해야 하는 등 어려운 과정은 남은 상태다.
최근엔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의 세부적인 사업 계획과 조합원 예상 분담금 등이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이 민간 개발 대비 48%포인트 오른 295%가 적용되면서 토지 등 소유자의 평균 분담금은 가구당 평균 9000만원으로 예상됐다. 우선공급 가격은 일반분양가의 85%가 적용돼 전용 59㎡는 4억9400만원, 84㎡는 6억2000만원으로 나왔다.
◆ 전용 84㎡ 시세가 대출 금지선 넘어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이 지역 아파트값도 뛰고 있다. 이미 이들 단지 가격(입주권 포함)은 분양가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DMC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84㎡는 지난 1월 12억98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고 분양가(5억8400만원)보다 7억원 넘게 오른 금액이다. DMC역을 끼고 있어 6개 단지 중 가장 인기가 높은 DMC센트럴자이는 올 8월 17억1836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수색증산뉴타운 신축 단지 전용 84㎡가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현재 호가는 17억~18억원에 달한다. DMC SK뷰 전용 84㎡도 15억4500만원(8월)에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15억원 선을 돌파했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인 증산5구역 등 빌라 시세도 뛰는 분위기다. 증산5구역에서 전용 84㎡를 배정받을 수 있는 빌라 시세는 12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주변 새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너무 뛴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수색증산뉴타운이 고평가된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새 아파트촌(村)이 된다는 기대감을 고려해도 가격 오름세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평구 아파트 중 '대장'이라 할 수 있는 래미안베라힐즈 전용 84㎡가 올 9월 14억4000만원에 거래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색증산뉴타운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색증산뉴타운의 노후 단지 개발이 끝나면 인근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3호선 녹번·연신내역 일대 새 아파트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신흥 주거타운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중앙선 지하화 추진에
상암롯데쇼핑몰 개발 속도
고양스타필드도 차로 10분
상암동 주택개발은 부담
수색증산뉴타운은 서울 서북부에서 가장 외곽이지만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하철 6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등 3개 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를 갖추고 있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주변 일대의 개발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색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서 수색증산뉴타운이 사업 추진 동력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서울시가 2019년 발표한 '수색 역세권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경의중앙선 지상철을 지하화하고, 철도로 단절된 상암동과 수색동을 연결하는 수색 역세권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코레일은 모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수색역과 DMC역 일대 32만㎡를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단계로 DMC역을 먼저 개발하고, 철도 시설 용지를 2단계로 구분해 추진한다. 완공되면 현재 철도 때문에 단절된 상암동과 수색증산뉴타운이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 되면서 주거 여건이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 차고지 자리에는 스포츠 중계 전문 방송회사인 SPOTV 본사와 건축 자재 제조회사인 삼표 본사가 이전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가스 회사인 삼천리도 수색역 인근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수색변전소는 지하 30m 지중화가 확정됐다. 2026년까지 이곳에 주상복합과 체육센터 등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롯데그룹의 상암 DMC 복합쇼핑몰 사업도 전환점을 맞았다. 이 일대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사업이다. 지난 1월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큰 고비를 넘어섰다. 롯데쇼핑은 DMC역 인근 2만644㎡ 용지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지을 예정이다. 계획대로 2025년 개장되면 수색증산뉴타운 주민들은 지상·지하 통로를 통해 롯데몰을 오갈 수 있을 전망이다.
교통도 편리해졌다.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월드컵대교가 9월 초 개통하면서 강서구와 영등포구로의 이동 시간이 단축됐다. 최근 서부간선지하도로(영등포구 양평동~금천구 독산동)도 개통되면서 상습적인 정체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수색증산뉴타운에선 고양 이케아, 고양 스타필드 등 대형 쇼핑시설도 차로 10분 남짓이면 닿는다.
반면 정부가 지난해 8·4 대책에서 바로 옆 동네인 상암동을 '주택 공급 핵심' 지역으로 찍었다는 사실은 부담이다. 정부는 서부면허시험장에 공공주택 3500가구, 상암 DMC 미매각 용지(랜드마크 용지)에 2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밖에 자동차검사소에 400가구, 견인차량보관소에 300가구 등도 발표됐다.
하지만 이 일대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급조된 공급 계획으로 상암동 전체 가구 수에 육박하는 6200가구를 밀어넣는다면 교통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상암 DMC 미매각 용지를 업무지구로 조성하겠다는 정부 당초 계획을 지키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DMC는 마곡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첨단산업으로 서울의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킬 핵심 지역이지, 손쉬운 곳에 주택 공급을 늘려 생색을 내고자 하는 중앙정부의 갑질로 희생될 장소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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