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반 구축", "빛의 크기가 그늘 못 덮어".. 노태우 공과 엇갈린 평가
사위 최태원 회장 일정 바꿔 조문
송영길 "용서 구했던 마음 기억"
이준석 "큰 과 있지만 여러 성과"
차기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발길
전두환은 건강 문제로 못 올 듯
김영삼 前 대통령 이어 두 번째
실형선고로 국립묘지 안장 제외
장지 파주 통일동산 인근 가능성
NYT "반란·부패로 감옥 신세 져"
아사히 "국제사회서 韓 지위 높여"
중·러 언론선 북방외교 정책 부각
이날 오전 마련된 빈소엔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노재헌 변호사,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 유족들이 상주석에 자리해 조문객들을 맞았다. 사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예정된 출장 일정을 늦추고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노태우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그는 한 시간가량 빈소에 머문 뒤 기자들에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에 관해서는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분이다. 소위 북방정책을 표명해서 이렇게 우리나라의 시장을 아주 거대하게 해서, 오늘날 우리가 빨리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그런 기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조문 뒤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조문객 방명록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 그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른 대권 주자들도 빈소를 찾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경선 후보는 “편안한 영면 되기 바란다”면서 말을 아꼈다. 홍준표 후보는 “북방정책을 시행하면서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게한 그런 분”이라며 “재임 중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국 사회의 조직폭력배를 전부 소탕한 그런 큰 업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분들, 고인을 대신해서 5·18 영령들께 무릎 꿇고 참회하신 고인의 가족분들께도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가 30일까지 닷새간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통일동산 인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제13대 대통령을 역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사태와 5·18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으나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하였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다만 국립묘지 안장은 관련 법령에 따라 하지 않는다. 국립묘지법은 형법상 내란죄 등의 혐의로 퇴임 후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국립묘지 안장자에서 제외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장지는 재임 중 조성한 파주에 있는 통일동산 인근으로 하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 장례 기간은 사망일인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이다. 장례위원장은 김부겸 총리가, 장례집행위원장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는다. 국가장법에 따라 국가장 기간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국기를 조기로 게양해야 한다. 영결식 및 안장식은 오는 30일 엄수되며 장소는 장례위원회가 유족 측과 논의해 추후 결정한다.
빈소 설치·운영과 영결식, 안장식 등 국가장 비용은 국고 부담이 원칙이다. 하지만 조문객 식사비용과 노제·삼우제·49일재 비용, 묘지 설치를 위한 토지 구입·조성 비용 등은 제외된다. 행안부는 “검소한 장례를 희망한 고인의 유언과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장은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이 ‘국가장법’으로 개정된 2011년 이전 서거한 대통령들 장례는 국장과 국민장 등으로 엄수됐다. 장례기간이 9일 이내이고 비용을 전액 국고 부담인 국장이 7일 이내, 일부 국고 지원인 국민장보다는 격이 높은 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는 국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최규하 전 대통령 장례는 국민장으로 엄수됐다. 이승만·윤보선 전 대통령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서울시는 28일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분향소는 28∼3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이 예정된 30일에는 오후 9시까지만 추모객 조문을 받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분향소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과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당시 서울광장에 설치됐던 분향소에 준해 설치·운영된다. 화환과 조기는 따로 받지 않는다.
각국의 주요 언론은 군인 시절의 이력, 정치인으로의 변신, 대통령 재임 시절의 공과 등을 다루며 26일 세상을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에서 군부 지원을 받은 마지막 대통령이라며 공산권 적대국가들과 유대관계를 구축하고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을 용인했으나 반란, 부패로 감옥 신세를 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NYT는 “그는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 다리를 놓았고, 한국은 유혈혁명을 겪지 않고 그 과정을 통과했다”는 한국외대 이정희 교수의 평가를 인용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여당 대표였던 1987년 ‘민주화 선언’을 내놓아 군 출신이면서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국회에서 연설한 사실도 언급했다.
곽은산, 김현우, 송민섭, 이동수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 강구열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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