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 "주택 거래침체 심화·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일 듯"(종합)
중개업소 "거래 절벽 속 심리적 타격 불가피..관망세 확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출 가능 여부·집값 전망 등 문의 줄이어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정부가 26일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관행 정착을 위한 초강력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주택 거래량이 더욱 줄어들고 가격 상승폭 둔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가계부채의 강력한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의 시행 시기를 애초보다 앞당기고,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금융권의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맞물리면 부동산 매입 심리가 얼어붙어 주택 거래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누적된 집값 상승 피로감 등과 겹치며 매수세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가격 상승률은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가파르게 상향 조정하고, 대출 한도를 이유로 신규 대출을 더욱 옥죄면서 이달 들어 수도권 주택시장은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고, 주택 가격 상승폭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번 추가 대출로 인해 한동안 거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현재 서울만 해도 내년까지 주택공급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규제 등에 따른 수요 둔화가 당장 집값 하락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가격이 떨어지기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되는 지금의 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그만큼 시장에 참가하는 유효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거래가 둔화하면서 상승세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대출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금액대나 어떤 식으로든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대출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주택 매수를 억제했다는 것을 주택 매수 수요 자체가 바뀐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시장 상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매 수요는 차단되다시피 하고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별로도 애초 대출이 안 되는 15억원 초과 주택이 몰린 강남 등 서울 요지는 이번 규제의 영향이 덜한 반면, 대출 수요가 많았던 비강남권 중저가 주택 단지나 수도권 아파트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랩장은 "소득과 상환 능력 하에서의 대출 운용이 중요해지면서 무분별한 주택 구매보다는 대기 수요가 꾸준한 신축이나 교통망 예정지, 공급 희소성이 지속될 수 있는 지역 위주로 매입 수요가 제한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지역별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을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래 시장의 한파가 조기에 닥칠 가능성이 큰 상황 속에서 청약통장을 보유한 무주택 실수요자는 3기 신도시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의 청약에 집중하는 양상도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개인별 DSR 계산 시 예외적으로 제외되는 대출로 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재건축·재개발 주택에 대한 이주비 대출, 추가 분담금에 대한 중도금 대출, 분양 오피스텔에 대한 중도금 대출, 서민금융상품, 전세자금 대출 등을 제시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주택 거래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약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인 규제지역내 청약단지의 경우 이미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내년 금융권의 대출 총량 관리 권고와 개인별 DSR 적용기준 하향 등까지 겹치면서 다중 채무자의 집단대출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매매 수요 감소로 일부 수요가 임대차로 옮겨가면서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은행권의 전세대출 강화 조치에 실수요자들이 반발하면서 전세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이 같은 방침은 올해 말까지만 적용된다. 내년 전세대출 취급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심사가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함영진 랩장은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사람들은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에 쉽게 응답하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부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빛내서 투자)에 뛰어든 30대가 대출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무주택자의 '갭투자'(세를 끼고 매수하는 투자)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발표된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대한 문의가 줄을 이었다. 대부분 추가 대출 가능 여부와 앞으로 집값 전망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주택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거래 침체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DSR 추가 규제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시행 전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나올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편이다.
지역에 따라 급매물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지역에는 거래가 동결되면서 호가보다 1천∼2천만원씩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팔리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달 들어 거래가 전무하다시피 한데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된다고 하니 매수세가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집값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어서 내년 DSR 강화 전에 집을 사겠다고 나설 사람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거래가 안되다 보니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1천만원정도 낮춰서 내놓는데 매수 문의가 없다"며 "기존에도 대출이 안 되던 지역이라 (이번 규제로) 직접적인 타격은 없겠지만 대선 전까지 관망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투자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급등한 인천·안산·군포 등 수도권 외곽 지역도 이번 대출 규제 강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서인지 거래가 뜸한데 아직까지 호가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출 규제 강화 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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