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부동산시장 '소용돌이'..'전세' 더 자극할라
전세수요 확대에 월세 가속화..전세불안요인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서민‧취약계층을 지원하면서도 주택 매입을 위한 대출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만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미 집값은 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는데 대출 문턱까지 높아져 매수세는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내 집 마련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전세대출 규제 또한 이어져 월세 전환 속도가 가팔라지는 등 전세 불안도 우려되고 있다. 이는 또다시 내집마련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매수세 줄겠지만…신고가‧양극화 이어질 듯
2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은 차주단위 DSR 2‧3단계를 내년 1월로 앞당겨 조기 시행하고 제2금융권 DSR 기준도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그 동안 저금리 장기화와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한 유동성 확대로 상당수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됐는데, 금융권이 돈줄을 조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다소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치솟은 집값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자금마련 수단까지 사라지면서 주택 매수세는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을 위한 이번 대책과 금융권의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맞물려 부동산 구입심리를 제약하고 주택 거래량을 감소시키며 가격 상승률을 둔화시킬 것"이라며 "누적된 집값 상승 피로감과 겹쳐 매수세가 감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 매입이 어려워져 결국 집을 사려는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대출 없이는 집을 사기 어려운 젊은층 등의 매수자들이 줄고 이는 집값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잠잠해지겠지만 주택 매수심리 자체를 꺾기엔 한계가 있어 일부 지역에선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매수세를 억눌러도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집값이 비싸고 매물이 줄어도 집을 사야하는 수요층은 늘 있기 때문에 주택매매는 줄어도 신고가 체결은 계속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랩장은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 수요는 감소하고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소득과 상환능력을 바탕으로 한 대출 운용이 중요해진 까닭에 무분별한 주택구입보다는 대기수요가 많은 신축이나 교통망 예정지 등의 지역 중심으로 매입수요가 제한돼 지역별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여전히 시한폭탄
대출 규제가 주택 매수를 제한하면서 대다수 무주택자들이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가 전세시장엔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다.
전세대출(4분기 중 취급된)은 한도나 총량관리에서 제외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내년엔 전세대출도 원칙적으로 총량관리에 포함하고 용도 등이 엄격히 제한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전세대출이 어려운 무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뜩이나 내년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을 도입한지 2년이 되면서 순차적으로 계약만기가 돌아와 전세시장이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를 맞추기 어려운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부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어 월세화 현상이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세 불안은 또다시 내집마련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공급 확대 등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종완 원장은 "주택 공급이 없다면 전세시장에선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집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공급확대 등 전세대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전세 불안 여파로 이번 가계부채 대책으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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