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직장인 4인의 솔직 토크.."자유로운 문화지만 확실한 성과 평가"

2021. 10.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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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60%..아이디어와 열정이 절대적 강점이죠"

[스페셜 리포트] ‘혁신 성지’ 판교밸리에서 본 미래


‘젊음’, ‘열정’, ‘벤처정신’, ‘자유’.

판교 직장인 하면 으레 떠올리는 키워드들이다. 첨단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가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며 이곳 직장인들 역시 화제가 되곤 한다.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란 인식은 미디어에서도 적용되니 ‘후드티를 뒤집어쓴, 대학을 갓 졸업한 천재 개발자’들이 판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실제 모습은 어떨까. 정말 판교 특유의 문화가 있고 사람들은 무언가 달라도 다를까. 온라인 채팅을 통해 판교 직장인들과 일대일 대화를 나눴다. 보다 진솔한 대화를 위해 이름은 닉네임으로, 직장명과 판교 생활 연차, 판교 거주 여부만 공개하기로 했다. 다음은 판교 직장인 4인과의 대화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확실히 판교 하면 젊은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포도) 거리를 돌아보면 확연하게 느껴요. 젊죠. 젊은 친구들로부터 획기적인 아이디어, 빠른 학습 능력, 실시간 정보 교류 등 판교의 절대적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사과) 다른 지역 직장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건 맞는 것 같아요. 젊고 활기차고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훨씬 개성이 더 강하기도 하고요. 그런 게 때로는 난감할 때도 있어요. 세대 차이랄까요. 저만 해도 20대 직원과 면담할 때 이건 이렇게 하면 유리할 것 같다고 조언하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고발하든 당하든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대학 동아리같은 느낌도 있어요. 네트워킹은 잘돼 있죠?
(딸기) 타사와의 교류는 확실히 활발해요. 밥 먹다가 보면 며칠 전만 해도 회사 동료였던 분들이 이직해 저쪽 회사 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일단 기업들이 모여 있다 보니 업계 사람들과 교류가 활발해 회사 사정에 대해 한 다리만 건너면 파악할 수 있고요. 그렇다고 뭔가 거창하게 판교권 직장인 모임 이런 네트워크 행사가 따로 진행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귤) 음.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나 선택 근무가 상시화되면서 친목 문화가 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강남이 더 잘돼 있지 않나요. 무엇보다 야근이 많아 만날 시간이 없어요.
(사과) 판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어요. 창업자가 많다 보니 초청 세미나나 강연도 자주 열리고요. 동호회 활동 역시 젊은층이 많다 보니 활성화돼 있어 굳이 외부에서 찾지 않아도 되고요. 제가 재직 중인 곳도 동호회가 매우 활성화돼 있어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열정, 벤처 정신이란 말을 들으면 어때요. 판교문화 아닌가요.
(귤) 개발하는 곳이라면 혁신과 열정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판교에 개발직군이 많이 몰려 있다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포도) 제가 서울에서도 일해 보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IT가 밀집돼 있다 보니 파워풀한 힘은 판교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구성원 자체가 2030대가 70% 이상이니까요.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신기술이나 개발에서 시너지도 빠르게 나오죠. 인공지능(AI)이나 최첨단 기술들도 빠르게 흡수하고요. 워낙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보니까 경영자 마인드도 좀더 기업가 정신이 강하죠. 성공하자, 생존하자.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에요.

-자유로운 분위기도 부러워요.
(사과) 한국의 실리콘밸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출퇴근도 자유롭고 복장도 자유롭고 그에 따라 그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자유롭고요.
(딸기) 우린 휴가가 컨펌이 아니라 통보거든요. 결재도 다 전자 결재고 휴가도 그냥 휴가 등록이지 컨펌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 시행으로 다수 기업이 재택에도 업무 정상화를 확인한 상황이라 재택근무 상시화나 주 N회 재택근무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보통은 자율에 맡기는 것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판교에선 주저하지 않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보나요.
(사과) 제가 하는 업무 특성상 자율성이 있으면 근무하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판교에 와서는 자율성을 갖고도 잘 운영된다고 느껴요. 기존 회사가 ‘쳇바퀴의 다람쥐’를 관리하는 것 같다면 판교는 ‘자유롭게 풀어놓은 다람쥐’를 관리하는 것 같아요. 이 자유로운 다람쥐들이 특정 시기에 알아서 도토리를 가져다가 내놓는 방식이랄까요. 자유를 방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문화, 서로 자기 몫은 알아서 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음, 아니다. 성과를 제때 가져오지 않으면 본인의 평가가 어찌 되는지 안다는 뜻이 더 정확하겠네요. ㅎㅎ.
(딸기) 아무래도 업무 툴(NHN의 경우 두레이)이라든지 이런 게 이미 마련돼 있고요. 또, 여기는 개발 중심이기 때문에 개발은 완료 시점이라는 게 있잖아요. 결과가 확실히 나오는 곳이라 자율적인 분위기가 태초 정립돼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재택 전에도 개발자 스타일에 따라 본인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업무 시간 조정해 근무하는 자율근무제 형태가 자리잡았어요. 야근이 상시화되다 보니 9-6가 아니라 11-8에 야근하는 개념으로요.

-판교만이 가지는 문화적 특징이 있나요.
(딸기) 상장으로 돈 버는 직원들이 많아 직장인 부자들이 많다는 거.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 등등 평직원들이 억대 인센티브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이 갈리는 경우도 많고요ㅋㅋ! 최근 크래프톤도 있었네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익부빈익빈 분위기가 있다 보니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인력 유출 막기 위해 복지 경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도 있어요. 마냥 연봉 인상으로만 이어질 수는 없는 거니까 판교 기업들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포도) 그 고민 제가 하고 있죠. 대기업은 판교역까지 회사 버스 타고 가거든요. 그런데 우리 직원들은 얼굴이 얼어서 가요. 정말 마음 아파요. 그런 것에서부터 부익부빈익빈 차이가 나죠. 오히려 자극이 되기도 하고요.
(사과) 제일 눈에 띄는 건 역시 복장이에요. 반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형형색색의 머리 염색까지 정말 다양해요. 사실 이전 회사에서는 그런 모습을 못 봤거든요. 생각보다 더 복장이 자유로운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그런 복장이 마냥 좋아보이진 않아요. 난 잘 씻고 잘 차려입고 나왔는데 저렇게 대충 출근하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복장 자율화로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하니 이제는 좀 이해가 가요.
(귤) 한국판 실리콘밸리로서 좀 더 수평적인 문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것 같아요. 또, 변화도 빠르게 수용하고요.

-“아 판교도 K직장이구나~” 했던 경험 있죠?
(딸기) 아 그럼요!ㅋㅋㅋ. K직장은 K직장이죠. 아무리 판교 기업 문화가 좋다고 해도 결국 조직장 따라가는 거라 분위기 엄한 곳은 군대 문화도 심하고요. 업계에서는 넥슨··엔씨소프트가 군대 분위기인 거 유명하죠. 스튜디오별로 게임 성적에 따라 인사 부침이 심해 내부 경쟁도 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귤) 오징어잡이 배 문화요. 야근을 많이 한다는 뜻인데요. 판교에 와 보면 야근 안 하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돼도 재량 근로를 많이 하고요. 재량 근로는 52시간을 넘어 근로를 해도 52시간으로 보고되거든요. ‘재량 근로 아웃(OUT)’을 외치는 직원이 많죠.

-판교의 요즘 핫한 주제는 뭔가요.
(사과) 요즘 제일 핫한 주제는 ‘상장’아니었나 싶습니다. 스톡옵션이요. 이직할 때 항상 “그래서 스톡 얼마 받아”가 단골 질문이에요.
(귤) 아무래도 선택적 근로와 재량적 근로 같습니다. 아무래도 돈 조금 더 받고 그마저도 세금 떼는데 일을 더 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판교, 좋으신가요!
(딸기) 네 좋아요. 직장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점심 저녁 먹을 곳이 많고 또 운동, 피부과 등등 직장인 혜택이 많아 생활이 편리하고요. 그렇지만 최근 판교가 테크노밸리보다 제2의 강남 같은 부동산적인 성지가 된 듯한 느낌이 있어 그 점은 아쉬워요. 테크노밸리의 산업적 의미를 살펴봐 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과) 판교에서 지내 보니 판교가 좋네요. 처음엔 출퇴근이 불편해 별로였는데 활기찬 판교가 좋아요. 새로운 기운을 날마다 받아 가는 기분이에요. 그 대신 판교의 물가는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커피 값만 싸요.
(귤) 전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집값도 그로 인해 무지 비싸죠. ㅎㅎ. 1년에 2억 이상 오르니까요. 교통 체증 판교 말도 못합니다.
(포도) 네. 판교에서 꼭 성공하고 싶어요!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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