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부동산 투기꾼인가요?"..어느 가장의 절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충남 천안에서 무주택자로 살고 있다는 직장인 A씨는 2013년 결혼한 뒤 3번 이사를 다니다 아이 교육 문제 등의 이유로 전세 생활을 청산하고 올해 11월 잔금을 조건으로 집을 매수했다.
A씨는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알아봤지만 소득 기준에 걸렸고 그다음 단계인 적격 대출을 받으려고 했으나 정부의 대출 규제로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전세 사는 사람과 신축아파트 잔금 치르는 사람만 실수요자이고, 저는 투기꾼입니까"라며 "돈이 없어 신축아파트는 꿈도 못 꾸고 천안에 구축 3억4000만원짜리 아파트 매수했는데 제가 투기 세력입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문 정부 임기 중 집값 잡는다며 기다리는 말 믿고 버티다가 점점 감당 안 되는 집값을 보며 신축은 도저히 들어갈 능력도 안 되고 구축 3억4000만원짜리라도 매수해서 대출받아 들어가려고 했더니 이걸 막습니까?"라며 "이게 무슨 서민을 위한 정책입니까?"라고 설명했다.
A씨는 "투기꾼들이 대출받아 집 산다고 생각하십니까?"라며 "제 경우 3번의 집주인이 전부 서울 사람이었다. 그 사람들 대출받아서 집 안 샀다. 제 전세금 가지고 갭투자 했다"라며 "왜 애꿎은 실수요자들만 피해 보게 하십니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먹구구식으로 대출 총량 규제한다고 다 막았다가 전세 실수요자 신축아파트 집단대출 실수요자분들이 원성이 자자하니 그것만 조금 풀고"라며 "저같이 평생 무주택자 중 이제서야 구축 집 한 채라도 사려는 사람들도 대출 규제 풀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한부모라는 B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서 "10년간 미용실을 운영하며 악착같이 벌어서 경기도 평택에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대출이 DSR, DTI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데, 신용 상태가 좋지 않아 금리를 더 높게 해서 대출 받아야 한다"라며 "무주택자 실거주자를 위해 대출이 풀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서민 실수요자를 위해 전세 대출 규제를 풀었지만 분할 상환 비율을 높이는 등 강력한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예고하자 주택 마련을 앞둔 실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6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조기 확대와 분할 상환 및 대출 심사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상환능력 심사 강화"면서 "다음주 발표 내용은 DSR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문제, 제2금융권 가계 부채 관리, 가계 부채 관리의 질적인 측면 강화 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DSR 규제의 조기 확대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DRS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DSR이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만 계산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달리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부담을 보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보니 DSR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현재 DSR 규제는 은행 40%, 비은행 60%가 적용 중이다. 올해 7월 시행된 개인별 DSR 규제 적용 대상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이다.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로 DSR 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할 예정인데, 이번 보완대책에서 적용 시기를 대폭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고소득자보다는 저소득자 위주로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들며 신용 대출의 경우 고소득자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또한 현재 DSR 규제 비율이 60%인 2금융권에도 은행과 동일한 40%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반발이 거셌던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 DSR 적용을 하지 않기로 하고 올해 4분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한도(증가율 6%대)에서도 제외했다. 대신 시중 은행에서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1주택자들은 반드시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신청해 심사를 통과해야만 하는 등 관리가 깐깐해진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가계 부채에 대한 총량 관리 강화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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