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광고에 드리운 '낚싯줄'.. "그들, 현금 수거책이 되었다"

2021. 10. 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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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인(38·가명) 씨는 부산에서 작은 여행사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채권회수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거였다.

송 씨는 "돌이켜 보면 경매물건조사라는 업무는 미끼였다. (제가 만난) 피해자들도 대환대출을 미끼로 속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30대가 취업정보를 알바몬, 알바천국 같은 온라인 구인구직플랫폼에서 찾는다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교차로, 벼룩시장 같은 생활정보지를 통해 취업정보를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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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통계학적 배경으로 살펴본 '그들'
주 연령대 2030..최근 53.8%로 감소
작년부터 수입 불규칙한 중장년층 증가
무직 86%·대학생 4%·회사원 2.1% 順
97.6%가 "구인광고 보고 연루" 진술
2030, 알바몬·알바천국 등서 정보취득
연령대 높은 이들 벼룩시장·교차로 이용
세상 돌아가는 사정 어둡고 주머니 얇아
'최저시급 넘는 일당'에 혹해 범죄의 길로
[최재원 사진작가]

송대인(38·가명) 씨는 부산에서 작은 여행사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자 예약은 완전히 끊겼다. 당장 수입원이 필요했다. 한 지역언론이 운영하는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주)○○파이낸스 명의의 구인공고를 봤다. 경매물건조사 또는 채권회수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고 돼 있었다. 송 씨는 인사담당자라는 이와 연락하면서 경매물건조사 업무를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그건 당장 일거리가 없어서 일단 채권회수 업무를 해보시라”고 권했다. 까다롭게 굴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3명의 고객을 만나 상환금을 받았고 지시받은 정보로 무통장 입금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채권회수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거였다. (주)○○파이낸스도 존재하지 않는 회사였다. 그는 현재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송 씨는 “돌이켜 보면 경매물건조사라는 업무는 미끼였다. (제가 만난) 피해자들도 대환대출을 미끼로 속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원 디자이너]

▶검거된 현금 수거책 배경 살펴보니=취재팀은 경찰의 협조를 얻어 현금 수거책의 인구통계학적 배경(연령대·직업·가담경로·구속유무)을 살폈다. 서울광진경찰서 홍순민 강력팀장(경감)이 2020년 4월~올해 3월 말까지 서울 31개 경찰서에서 붙잡은 현금 수거책 578명의 검거보고서를 전수분석해 취재팀에 단독 제공했다.

연령을 보면 20대가 208명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30대는 103명(17.8%)이었다. 검거된 현금 수거책의 53.8%가 2030세대다. 10대는 4.7% 있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 가담자는 41.6%였다. 해가 갈수록 가담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18년 2월~2020년 3월 사이에 검거된 현금 수거책 559명을 분류한 자료에서는 40대 이상 피의자는 15%에 그쳤다. 2~3년 전만 해도 보이스피싱 심부름꾼 노릇은 청년층이 주로 했다면 지난해부터는 연령대가 높아졌다.

홍순민 형사팀장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바) 광고를 엄청 때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입이 엄청나게 줄어들고 수입이 불규칙한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 ‘쉬운 일이다. 수금하는 일이다. 일당은 최저시급보다 많이 처주겠다’는 내용으로 현혹한 결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정한 일자리가 없는 이들이 대거 연루됐다. 498명이 검거 당시 ‘무직’ 상태였다. 전체의 86.2%에 달한다. ▷대학생/학생은 23명(4.0%) ▷회사원 12명(2.1%) ▷자영업 8명(1.4%) ▷일용직 6명(1.0%) ▷유통업 3명(0.5%) 등이 뒤를 이었다.

578명 가운데 97.6%는 “구인광고를 보고 연루됐다”고 진술했다. SNS 채널(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구인구직플랫폼(알바천국, 알바몬 등)에 게재된 일자리 정보를 뜻한다.

중장년층이든 청년층이든 보이스피싱 행동책으로 엮이는 주된 배경은 ‘취업’이다. 당장 일자리가 절박한 이들이 보이스피싱 일당이 쳐둔 거미줄에 걸린다. 다만 20~30대가 취업정보를 알바몬, 알바천국 같은 온라인 구인구직플랫폼에서 찾는다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교차로, 벼룩시장 같은 생활정보지를 통해 취업정보를 접한다.

이병찬 변호사(법무법인 파트너스)는 “말 그대로 이들은 ‘인간 대포통장’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 볼 시간도 없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도 잘 모르는데 경제적으로 취약해서 대출은 안 나오고 일자리를 구해야 했던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박준규·박로명 기자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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