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가 집값 잡을까 사람 잡을까
관건은 전세대출 규제..집값·전셋값 향배는
정부의 가계부채 추가 대책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은행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를 두고 갈팡질팡하면서 수요자들의 혼란만 커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갭투자 등이 차단돼 가격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세대출은 빼자!…실수요자들 '혼란'
금융당국이 이달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가계대출 총량규제 한도에서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제외키로 하면서 일부 수요자들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에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초 2023년 7월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개인별 DSR 40%' 규제의 적용 대상을 앞당겨 시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 1억원이 넘는 차주는 DSR 40% 규제를 적용받는다. 내야 하는 원리금이 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그동안 은행별로 관리하던 DSR 비율이 차주별로 적용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앞서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들어가면서 일부 시중은행이 전세대출까지 중단하는 등으로 실수요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세계약을 앞둔 실수요자들은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을 떼이거나 반전세나 월세로 계약을 변경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이에 당국은 DSR 산정에 전세대출도 포함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차단하려고 했으나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전세대출은 제외키로 했다.
DSR 산정에 전세대출이 포함되면 전세대출의 원금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차주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크게 늘어나서 대출 여력이 확 줄어든다.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풀기로 하면서 실수요자들도 한숨 돌리는 모습이지만 대출 실행은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은행들은 전세계약 갱신 시 보증금 증액분만 대출해주고, 전세 자금을 치른 뒤에는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없는 식으로 검토 중이다. 대출 규제=가격 안정? "글쎄..."
당국이 대출규제 고삐를 바짝 죄면서 전세시장에선 일부 가격 조정이 나타나기도 했다. 수요자들이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 매물로 눈을 돌리면서 서울 곳곳에서 전셋값이 내려 거래되는 모습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규제 강화가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가격 하방 압력을 넣을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은 매물이 너무 없어서 즉각적으로 하락은 안 되겠지만 높은 호가로 나왔던 매물들이 다시 회수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매수 심리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4.5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자가 많은 시장이고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은 시장이다. 이 지수는 8월16일 112.3까지 올랐으나 꾸준히 내림막길을 타다가 10월 들어서 2주 연속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대출규제 강화가 매맷값을 마이너스로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대출규제 강화를 앞두고 일부 매물들의 가격이 빠지고 있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구매능력을 규제하는것이지 구매욕구는 살아있기 때문에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오히려 앞으로의 금리 추가 인상, 대선 등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최근 가격이 조정받는 건 그동안 집값 상승 피로감 때문"이라며 "대출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유동성이 풍부해 우상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당국의 대출 추가 규제 예고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좀처럼 꺾이질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32.0으로 올해 들어 매달 상승(1월 기준 118.2)하고 있다.
서진형 회장은 "이미 대출 규제는 강화된 상태라 남아 있는 전세대출을 전면 규제하지 않는 한 대출규제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가 대출 규제를 두고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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