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한국성폭력상담소 창립 30년, '성폭력 없는 세상'을 향해

선재희 2021. 10. 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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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희 해설위원

한국 여성 인권 운동의 산실인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성폭력이란 말조차 생경했던 시절, '성폭력 없는 세상'을 기치로 국내 첫 문을 연 성폭력상담소가 사람으로 치면 어느덧 서른, 성인이 된 겁니다.

그 사이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각종 성범죄 사건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성 중심 문화가 만연했던 시절, 성폭력은 '정조에 관한 죄'로 치부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993년 발생한 서울대 신 모 교수의 성희롱 사건은 우리 사회에 반 성폭력 운동을 촉발한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이때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체계적인 지원에 나선 게 한국성폭력상담소입니다.

6년간의 긴 법적 투쟁 끝에 결국 성희롱을 불법 행위로 규정한 국내 첫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지난 30년 상담소 문을 두드린 피해자는 8만 6천여 명에 이릅니다.

대부분은 자신이 피해자인데도 오히려 비난받고 불안에 떨어야 했던 여성들입니다.

이들 '생존자'들을 위해 상담과 의료, 법률적 지원 사업을 진행했고, 각종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해왔습니다.

아동 청소년 대상 성 범죄자의 신상공개, 그리고 전자발찌 도입 과정에서도 성폭력상담소의 역할은 지대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어제 창립 30주년 행사를 통해 거대한 권력과 위력 앞에서도,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도 길을 잃지 않겠다는 비전 선언문을 채택 했습니다.

성인이 됐지만, 결코 30년 전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여겨집니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습니다.

N번방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을 매개로 한 새로운 양태의 성범죄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고 친족 간 성폭력은 여전히 전체 성폭력의 10%에 이릅니다.

강간죄 개정 문제도 68년째 고장 난 시계마냥 그대로입니다.

한편으론 여성 운동과 여성 단체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도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30년 전 초심이 향후 30년도 이어지기를, 그래서 성폭력 없는 세상이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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