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때문에 계약금 포기해야 할까요" 무주택자 한숨
대출규제 강화에 실수요자 매매‧전세 어려워
실수요자 지원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 필요
"겨우 가격대 맞는 집 찾아서 계약까지 했는데 대출 안 된다고…계약금을 포기해야 할지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A 부동산 전문가)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이 거세다. 내 집 마련 문턱까지 갔다가 대출 실행 불가 소식에 발을 동동대는 것은 물론 전세금 마련을 못해 터전을 옮겨야 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대출규제 직격탄을 서민들이 맞으면서 주거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와 동시에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수요자에 대한 기준·판단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나올지 의문이다.
"대출 없인 내 집도 전셋집도 못 구해"
최근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는 올리고 대출한도는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등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유동성 과잉에 따른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명분에서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물론 전세대출도 옥죄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당국, 결국 전세대출도 옥죄나…실수요자 '발 동동'(9월29일)
금융권이 돈줄을 조이자 부동산 시장에서 실수요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상승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10억6000만원(KB부동산시세, 9월 기준)까지 치솟았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자력으로 이 자금을 모으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서민들이 집을 사는데 가장 큰 버팀목 역할을 하는 주택담보대출 활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분양 당첨의 기쁨을 누렸던 수분양자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올 10~12월 시중은행 중도금대출이 만기되는 사업장은 5만3023가구, 5조7270억원 규모(4대 시중은행 자료 분석)다.
중도금대출은 입주 시기에 잔금을 포함해 새로운 주담대로 전환되는데 중도금 잔액 규모를 고려하면 약 3조원의 신규 대출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대출을 통해 잔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0억원이 넘는 주택을 모두 자기자금으로 매입하는 사람은 부모 도움을 받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거의 없을 것"이라며 "대출 축소 혹은 중단으로 집을 계약했거나 분양받았던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임대차3법 도입 이후 전세 품귀현상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신규 계약 시 상승분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 수단이 사라진 까닭이다. 세입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큰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수요자 보호는 어떻게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도 대출 축소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환이 가능한 선에서 대출이 실행되도록 대출문턱을 강화하되 실수요자 구제방안을 마련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에 달해 대출을 타이트하게 하고 있지만 동시에 실수요자에 대한 압박이 커진 점은 고민"이라며 "이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담은 가계부책 대책이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갭투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금융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이 담길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이용하는 전세대출마저 옥죄는 상황이어서 실수요자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연구소장은 "현 상황에서 금융지원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어떻게 구분하고 대출을 실행할지 기준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실제 은행권에서 대출상품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주택자의 첫 집 매입 등 실제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를 정하고, 그 기준 안에서는 지역이나 가격에 따른 규제(LTV‧DTI)가 아닌 완화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해 지원하는 등의 세부방안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원장은 "무주택자가 집을 한 채 매입할 경우에는 실수요자로 보고 주택기금을 활용, 장기금융상품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고 조언했다.
또 "전세금이 기존보다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해 오른 만큼 지원해주고 실제 전셋집 마련에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올 6월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와 연계해 전셋집 시세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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