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10억대 분양가에 '단타' 우르르
[편집자주]장기투숙형 숙박시설인 ‘생활숙박시설’(생숙)이 소위 현금부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규정을 받아 주택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빈틈을 이용, 투기자금이 몰리고 시행업자들은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 계약금만 치르면 즉시 전매가 가능하고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투기에 병드는 피해자는 생숙을 이용해 보다 쉽게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실거주자들이다.
▶기사 게재 순서
청약통장 필요없고 계약금 내는 즉시 전매… 생숙, 아파트와 똑같아요?
“생숙을 아시나요?”(1) - 숙박시설 ‘생숙’, 불법 주택 전용 투기판
“생숙을 아시나요?”(2) - 불법 임대 단속 현실적으로 불가능
오피스텔에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다시 생활숙박시설로. 외관은 똑같은 모양의 오피스텔이지만 ‘오·도·생’으로 불리는 비아파트 변종 공동주택이 부동산가격 교란의 원인으로 떠오른 데 이어 최근엔 분양 피해마저 잇따르고 있다. 이 중 생숙은 주거시설이 아닌 ‘레지던스’로 숙박사업만 허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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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캐슬 르웨스트는 2024년 8월 준공과 함께 입주 예정인 생숙이다. 아파트가 아니다 보니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111㎡(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19억1700만원에 달했다. 49㎡ 원룸도 분양가가 8억100만원이었다. 지난 8월 17일 인근 신축 아파트인 ‘마곡엠밸리4단지’ 114㎡ 실거래가가 17억4000만원(3층)인 점을 감안할 때 고분양가라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분양 시 분양가는 시세 대비 10% 안팎 낮은 수준인데 주거시설이 아님에도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것은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생숙은 아파트 대비 주차대수가 3분의1 수준으로 적고 학교 등 공공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 무엇보다 대부분 상업용지 등으로 지정돼 현행법상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지 못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분양자의 입장에선 대출이나 세금 규제 등을 피하는 효과가 발생해 메리트가 있다.
마곡지구에는 이미 여러 개의 블록이 오피스텔 건물로 꽉 찬 상태였다. 이들 중엔 알고 보면 생숙이 많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마곡지구 한 부동산법인 대표 A씨는 “일반 오피스텔처럼 보이는데 생숙인 경우가 많고 공인중개사나 부동산업체 종사자일 경우 거래 이력이 있으면 건축물 정보를 통해 알지만 소비자들은 겉으로만 봐선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생숙이라고 안내한 빌딩 두 곳 중 한 곳은 외관상 호텔 이름이 쓰여 있고 내부는 일반 오피스텔과 생숙이 섞여 있다. 현재 세입자가 살고 있는 생숙의 내부는 일반 오피스텔 원룸처럼 1인 침대와 작은 냉장고, 화장실 등이 있지만 구조와 자재의 생김새는 집보다 호텔에 가까웠다. 호텔과 다른 점은 싱크대와 전기레인지가 있어 음식 조리가 가능했다.
A씨는 “르웨스트와 부산 해운대 LCT 등의 경우 브랜드를 내세운 초고가 생숙으로 대부분 자산가의 단기 매매를 노린 투기나 고수익 임대가 목적인 반면, 일반적인 중저가 생숙은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생계형 임대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생숙 분양자는 위탁업체를 통해 등록된 숙박업만 영위할 수 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시공사인 롯데건설도 위탁업체가 숙박업을 운영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마다 기준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위탁업체가 일정 규모 이상의 생숙을 모아 숙박영업을 하고 소유자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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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용도변경 제도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금 혜택 등을 반환해야 하고 개별 호수의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한 건물 안에 숙박업을 등록하려는 사람과 주거용도로 사용하려는 경우가 혼합돼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건물 한 동이나 한 층 단위로 용도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 가구가 반대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서울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소유주가 거주하는지, 불법 임대인지, 숙박업을 하는지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신고가 있으면 단속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부의 법 개정 이후에도 생숙 불법 거주가 지속되자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생숙의 불법 용도변경을 방지하는 법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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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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