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10억대 분양가에 '단타' 우르르

김노향 기자 2021. 10. 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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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생숙을 아시나요?"(2) - 불법 임대 단속 현실적으로 불가능

[편집자주]장기투숙형 숙박시설인 ‘생활숙박시설’(생숙)이 소위 현금부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규정을 받아 주택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빈틈을 이용, 투기자금이 몰리고 시행업자들은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 계약금만 치르면 즉시 전매가 가능하고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투기에 병드는 피해자는 생숙을 이용해 보다 쉽게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실거주자들이다.

▶기사 게재 순서
청약통장 필요없고 계약금 내는 즉시 전매… 생숙, 아파트와 똑같아요?
“생숙을 아시나요?”(1) - 숙박시설 ‘생숙’, 불법 주택 전용 투기판

[르포]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10억대 분양가에 ‘단타’ 우르르
“생숙을 아시나요?”(2) - 불법 임대 단속 현실적으로 불가능
비아파트 변종 공동주택이 부동산가격 교란의 원인으로 떠오른 데 이어 최근엔 분양 피해마저 잇따르고 있다. 이 중 생활숙박시설은 주거시설이 아닌 ‘레지던스’로 숙박사업만 허가됨에도 불법 임대 등이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2024년 4월과 6월에 각각 입주 예정인 ‘평촌 푸르지오 센트럴파크’와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의 분양자입니다. 직접 거주나 임대가 허가되지 않는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인데 준공 시점에 따라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가능 여부가 달라지게 돼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 게시 의견)

오피스텔에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다시 생활숙박시설로. 외관은 똑같은 모양의 오피스텔이지만 ‘오·도·생’으로 불리는 비아파트 변종 공동주택이 부동산가격 교란의 원인으로 떠오른 데 이어 최근엔 분양 피해마저 잇따르고 있다. 이 중 생숙은 주거시설이 아닌 ‘레지던스’로 숙박사업만 허가된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중과가 없고 다주택자의 투기 수단이 되고 있다. 청약 당첨 후 계약금만 내면 바로 전매도 허용된다. 생숙의 부동산 교란 문제가 지적되자 정부는 올 4월 주거를 금지한 ‘건축법 시행령’을 시행, 분양자들의 혼란이 커졌다. 하지만 생숙은 아직 버젓이 분양되고 있다.
서울 마곡지구 롯데캐슬 르웨스트 투시도 / 사진제공=롯데건설



호텔 간판 달린 빌딩 알고 보니 생숙


지난 9월 27일 공항철도 마곡나루역을 나오자 바로 앞에 바리케이드로 가려진 ‘롯데캐슬 르웨스트’ 현장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서울 마곡지구의 각종 인프라와 공항철도 역세권이란 장점을 가진 이곳은 한 달 전인 8월 25∼27일 실시한 청약에 57만5950명이 몰렸다. 평균 657대1(최고 6049대1)의 청약경쟁률. 이는 올들어 8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인 111대1과 비교해 6배 가까운 기록이다. 다만 한 사람이 여러 번 청약할 수 있는 ‘중복 청약’이 허용됨에 사업장마다 발표하는 경쟁률엔 엄청난 허수가 끼어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2024년 8월 준공과 함께 입주 예정인 생숙이다. 아파트가 아니다 보니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111㎡(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19억1700만원에 달했다. 49㎡ 원룸도 분양가가 8억100만원이었다. 지난 8월 17일 인근 신축 아파트인 ‘마곡엠밸리4단지’ 114㎡ 실거래가가 17억4000만원(3층)인 점을 감안할 때 고분양가라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분양 시 분양가는 시세 대비 10% 안팎 낮은 수준인데 주거시설이 아님에도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것은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생숙은 아파트 대비 주차대수가 3분의1 수준으로 적고 학교 등 공공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 무엇보다 대부분 상업용지 등으로 지정돼 현행법상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지 못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분양자의 입장에선 대출이나 세금 규제 등을 피하는 효과가 발생해 메리트가 있다.

마곡지구에는 이미 여러 개의 블록이 오피스텔 건물로 꽉 찬 상태였다. 이들 중엔 알고 보면 생숙이 많다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마곡지구 한 부동산법인 대표 A씨는 “일반 오피스텔처럼 보이는데 생숙인 경우가 많고 공인중개사나 부동산업체 종사자일 경우 거래 이력이 있으면 건축물 정보를 통해 알지만 소비자들은 겉으로만 봐선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생숙이라고 안내한 빌딩 두 곳 중 한 곳은 외관상 호텔 이름이 쓰여 있고 내부는 일반 오피스텔과 생숙이 섞여 있다. 현재 세입자가 살고 있는 생숙의 내부는 일반 오피스텔 원룸처럼 1인 침대와 작은 냉장고, 화장실 등이 있지만 구조와 자재의 생김새는 집보다 호텔에 가까웠다. 호텔과 다른 점은 싱크대와 전기레인지가 있어 음식 조리가 가능했다.

A씨는 “르웨스트와 부산 해운대 LCT 등의 경우 브랜드를 내세운 초고가 생숙으로 대부분 자산가의 단기 매매를 노린 투기나 고수익 임대가 목적인 반면, 일반적인 중저가 생숙은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생계형 임대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생숙 분양자는 위탁업체를 통해 등록된 숙박업만 영위할 수 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시공사인 롯데건설도 위탁업체가 숙박업을 운영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마다 기준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위탁업체가 일정 규모 이상의 생숙을 모아 숙박영업을 하고 소유자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구조다.

이런 규정을 무시해 숙박시설인 생숙을 불법 주거용도로 사용하고 문제가 된 곳이 LCT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생숙으로 허가받은 LCT 레지던스의 현재 호가는 205㎡ 최고 95억원이다. 2015년 분양 당시 3.3㎡당 분양가가 평균 2750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6년 새 2.5배 올랐다.
생활숙박시설 내부 /사진=김노향 기자



생숙으로 내집마련?


최근 또 다른 문제가 된 것은 무주택자가 내집마련을 위해 생숙을 분양받은 경우다. 주변에서 신고가 발생할 경우 평생 이행강제금을 내야 거주를 지속할 수 있는데 선량한 피해자를 야기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분양자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한시적인 대책으로 이미 준공을 마쳤거나 2023년 10월 2일 이전 준공되는 생숙에 대해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할 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이후부터 생숙을 주거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해마다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납부하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공시가격 10억원인 생숙에 살면 해마다 1억원을 벌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용도변경 제도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금 혜택 등을 반환해야 하고 개별 호수의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한 건물 안에 숙박업을 등록하려는 사람과 주거용도로 사용하려는 경우가 혼합돼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건물 한 동이나 한 층 단위로 용도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 가구가 반대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서울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소유주가 거주하는지, 불법 임대인지, 숙박업을 하는지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신고가 있으면 단속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부의 법 개정 이후에도 생숙 불법 거주가 지속되자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생숙의 불법 용도변경을 방지하는 법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숙을 주택용도로 사용하는 다주택자의 편법 탈세 문제가 심각하다”며 “주거용도로 사용되는 생숙은 기반시설 부족을 야기하고 인근 주민의 공공복리마저 해친다”고 비판했다. 경기도는 숙박시설이 포함된 건축물 가운데 21층 이상·연면적 10만㎡ 이상에 대해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전승인을 받도록 도 조례를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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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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