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세트피스 공격, 최강 위용 되찾은 원동력은? [한만성의 축구멘터리]

한만성 2021. 10. 2.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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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세트피스 공격 자랑하는 리버풀, 어떻게 데드볼 상황을 지배하게 됐나?

▲세트피스 전술 향상 꾀한 올 시즌 리버풀
▲신경과학 전문의까지 영입해 멘탈 코칭 강화
▲반 다이크, 마팁의 복귀가 공격력 향상으로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리버풀이 시즌 초반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 왕좌를 빼앗긴 리버풀은 올 시즌 간접 세트피스를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갈고닦으며 데드볼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속절없이 무너지게 만들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노리치를 상대한 카라바오 컵 3라운드(32강)에서도 경기 시작 4분 만에 코스타스 치미카스(25)의 코너킥을 미나미노 타쿠미(26)가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리버풀은 앞선 18일 3-0 완승을 거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는 세 골을 전부 다 세트피스를 통해 터뜨리며 '약속된 플레이'의 완성도가 절정에 달한 모습을 선보였다. 올 시즌 현재 리버풀은 컵대회를 포함해 치른 아홉 경기에서 간접 세트피스로만 일곱 골을 몰아넣으며 데드볼 상황에서 상대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2019/20 시즌 30년 만의 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은 당시 세트피스로 17골을 기록하며 전체 득점 85골 중 20%에 해당하는 팀 득점을 데드볼 상황에서 뽑아냈다. 당시 리버풀은 프리미어 리그 20팀 중 세트피스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팀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리버풀의 올 시즌 기록이다. 실제로 2019/20 시즌 90분당 평균 3.6회였던 리버풀의 간접 세트피스에 이은 슈팅 횟수는 올 시즌 현재 이보다 두 배를 훌쩍 넘긴 7.7회에 달한다.

# 리버풀 시즌별 간접 세트피스에 이은 슈팅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7/18 - 3.2회
2018/19 - 3.7회
2019/20 - 3.6회
2020/21 - 3.7회
2021/22 - 7.7회*

*6라운드 종료 후

리버풀이 3-0 대승을 거둔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넣은 세 차례의 간접 세트피스 골 장면만 봐도 위르겐 클롭 감독이 올 시즌을 준비하며 데드볼 상황에서 상대 골문을 공략하는 데 철저하게 준비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선제골은 43분 치미카스가 문전을 향해 강력한 왼발 아웃스윙어(정발 코너킥) 코너킥을 올리는 사이 리버풀 선수 다섯 명이 6야드 박스 앞에 진을 치고 있었고, 반대쪽 포스트 쪽에 배치된 모하메드 살라가 니어포스트를 향해 달리며 연결한 방향을 바꿔놓는 헤더는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문전으로 이동한 사디오 마네가 상대 골키퍼를 맞고 흐른 볼을 골문 안으로 밀어넣으며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크리스탈 팰리스 수비진이 페널티 지역 안에 자리잡은 신장 193cm의 버질 반 다이크, 192cm의 이브라힘 코나테에게 시선을 고정한 순간, 이들보다 거의 20cm가 더 작은 살라와 마네의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득점을 만들어낸 셈이다.

리버풀은 78분에는 치미카스가 올린 왼발 아웃스윙어 코너킥을 골대 정면 위치에서 상대 수비진을 끌어들인 반 다이크가 반대쪽 포스트를 향해 백헤더로 떨궜다. 이를 살라가 빈 골대로 차 넣으며 스코어를 벌렸다. 이어 리버풀은 89분 살라가 인스윙어(반댓발 코너킥)로 코너킥을 문전으로 바짝 붙이는 사이 반 다이크, 코나테, 마네 등이 골대를 향해 달리며 상대 수비진을 유인했고, 재빨리 움직이는 이들에게 가려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상대 골키퍼가 급하게 걷어낸 볼을 나비 케이타가 압박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아크 정면 위치에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날 리버풀은 결과적으로 세 골 차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세트피스가 아닌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는 좀처럼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리버풀이 이날 간접 세트피스를 통해 기록한 세 골로 이어진 슈팅 상황을 제외하면, 그들의 나머지 슈팅은 1회당 기대 득점이 단 0.07골에 불과했다. 즉, 리버풀의 크리스탈 팰리스전 3-0 대승은 세트피스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리버풀 시즌별 간접 세트피스에 이은 득점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9/20 - 0.45골
2020/21 - 0.34골
2021/22 - 0.83골*

*6라운드 종료 후

코로나19 팬데믹의 이점(?)을 살린 리버풀의 올여름 프리시즌

예전부터 클롭 감독은 자신에게 프리시즌 기간은 '트램펄린(trampoline)'과 같은 존재라고 밝히곤 했다. 트램펄린은 쇠틀에 스프링을 기반으로 연결된 그물망이 사용자가 더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동기구다. 클롭 감독은 이처럼 프리시즌을 팀 전력을 끌어 올리고 조직력을 극대화할 최적의 훈련 기간으로 여긴다. 리버풀은 코로나19의 여파 덕분(?)에 올여름 프리시즌에는 과거와 달리 아시아, 혹은 미국 투어 없이 유럽에 남아 4주간 훈련에 매진하며 정규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 프랑스에 연이어 프리시즌 캠프를 차린 리버풀은 약 4주간 장거리 이동, 스폰서나 미디어 이벤트에 참여할 필요없이 프리시즌을 오로지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으로만 활용할 수 있었다. 클롭 감독은 유럽의 국가별, 지역별 코로나19 방역 지침까지 살핀 후 프리시즌 첫 번째 베이스캠프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선정하며 지방 당국과 접촉해 EURO 2020, 코파 아메리카 등 국제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의 몸상태 저하가 필연적인 자가격리 조치 없이 바로 프리시즌 훈련을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 리버풀 시즌별 코너킥 + 간접 프리킥 기대 득점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7/18 - 0.25골
2018/19 - 0.42골
2019/20 - 0.28골
2020/21 - 0.28골
2021/22 - 0.53골*

# 리버풀 시즌별 코너킥 키패스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7/18 - 0.89회
2018/19 - 1.07회
2019/20 - 1.00회
2020/21 - 1.10회
2021/22 - 2.16회*

*6라운드 종료 후

리버풀은 프리시즌을 통해 간접 세트피스 공격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리버풀이 올 시즌 세트피스로 창출한 슈팅 43회는 현재 프리미어 리그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실제로 리버풀은 올 시즌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트피스로 슈팅을 40회 이상 만들어낸 유일한 팀이다. 해당 부문에서 2위에 오른 맨시티는 27회, 3위 번리는 24회, 4위 맨유는 22회로 리버풀과 비교하면 세트피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기록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올 시즌 리버풀, 맨시티, 맨유와 함께 프리미어 리그 우승 후보로 꼽히는 첼시는 세트피스로 만든 슈팅 기회가 16회에 불과하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트피스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팀 또한 당연히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컵대회를 포함하면 일곱 골,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다섯 골을 세트피스로 뽑아냈다. 반면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세트피스 전담 키커 중 한 명인 브루누 페르난데스, 문전으로 날아오는 공중볼을 따내는 능력이 탁월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유한 맨유는 아직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간접 세트피스로 한 골도 득점하지 못했다. 특히 리버풀은 간접 프리킥보다는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데 눈에 띄는 강한 면모를 보이는 중이다.

#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 코너킥 키패스
(6라운드 종료 후 기준)

13회 - 리버풀
10회 - 브라이턴
9회 - 맨유
8회 - 뉴캐슬
7회 - 에버턴
7회 - 맨시티

스포츠 신경과학으로 간접 세트피스의 질적 향상을 꾀한 리버풀

리버풀이 시즌 초반부터 세트피스 공격을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저 단순히 데드볼 상황에 대비한 훈련량을 늘린 데만 있는 게 아니다. 클롭 감독은 프리시즌에 앞서 독일 소재 스포츠 신경과학 연구 기업 '뉴로11(Neuro11)'을 공동 설립한 분데스리가 유스 출신 전직 선수 패트릭 한트슈케와 신경과학, 심리학 전문의 니클라스 하우슬러 박사를 선수단 지원스태프 구성원으로 영입했다. 흥미로운 점은 클롭 감독이 '멘탈 코치' 전문 한트슈케와 하우슬러 박사를 간접 세트피스 공격의 질적 향상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위해 영입했다는 사실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선수들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는 멘탈 코치가 필요하다는 게 클롭 감독의 판단이었다. '뉴로11'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골프, 어느 구기 종목보다 높은 슈팅 정확도가 필요한 농구 선수들의 멘탈 코칭을 담당하는 업체이기도 하다. 또한, '뉴로11'은 축구의 세트피스 상황처럼 약속된 패턴으로 이뤄지는 플레이에 관여하는 선수들이 반복적인 훈련을 바탕으로 코칭스태프가 자신에게 부여한 역할을 무의식적인 상태에서도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단계까지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돕는 멘탈 코칭을 제공하는 솔루션 업체다.

클롭 감독은 '뉴로11'이 제공하는 멘탈 코칭이 리버풀의 세트피스 공격 정확도를 올려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유럽 축구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 UK' 리버풀 구단 전담 제임스 피어스 기자의 8월 보도에 따르면 한트슈케와 하우슬러 박사는 프리시즌 캠프에 합류한 후 선수들과의 상담과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간접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가장 적합한 자원으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살라를 추천했다. 이 덕분인지 아직 시즌은 초반에 불과하지만, 현재까지 알렉산더-아놀드의 간접 세트피스 정확도는 예전과 비교해 훨씬 더 정교해졌다.

#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시즌별 코너킥 키패스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7/18 - 0.2회
2018/19 - 0.5회
2019/20 - 0.8회
2020/21 - 0.6회
2021/22 - 1.4회*

#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시즌별 간접 프리킥 키패스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7/18 - 0.1회
2018/19 - 0회
2019/20 - 0.2회
2020/21 - 0.2회
2021/22 - 0.6회*

*6라운드 종료 후

과거 알렉산더-아놀드는 리버풀이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코너킥을 오른발로 전담하는 아웃스윙어 못지 않게 왼쪽에서 유도한 코너킥을 반댓발인 오른발로 처리하는 인스윙어 시도 비율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올 시즌 들어 양 측면 코너킥을 모두 아웃스윙어로 처리하는 빈도를 크게 높이며 알렉산더-아놀드에게는 대부분 오른쪽 측면에서 얻어낸 코너킥을 전담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알렉산더-아놀드의 올 시즌 아웃스윙어 코너킥 빈도는 그가 리버풀 1군 데뷔전을 치른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데뷔 초기까지 왼쪽 코너킥을 반댓발로 차 올리는 데 더 익숙했던 알렉산더-아놀드는 2019/20 시즌부터 오른쪽 코너킥을 오른발로 전담하는 아웃스윙어 비율을 더 높게 가져가며 리버풀이 30년 만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올 시즌 현재 이를 무려 8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 알렉산더-아놀드 시즌별 아웃스윙어 코너킥 비율
(프리미어 리그 기록)

2017/18 - 45.4%
2018/19 - 44.6%
2019/20 - 59.2%
2020/21 - 73.0%
2021/22 - 80.7%*

*6라운드 종료 후

단, 리버풀의 간접 세트피스 전술 자체를 만드는 건 '뉴로11'이 아니다. 클롭 감독은 스로인 코치 토마스 그로네마르크에게 코너킥과 간접 프리킥 패턴 구성을 책임지게 한 후 한트슈케와 하우슬러 박사에게는 훈련 성과를 관찰하며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맡겼다. '디 애슬레틱 UK'의 설명에 따르면, '뉴로11'은 세트피스 훈련 시 리버풀 선수들에게 헤드셋 착용을 주문한 후 운동장 위에서 움직이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멘탈 코칭을 실제 훈련 상황에 실시간으로 적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트슈케와 하우슬러 박사는 의료기기를 활용해 훈련 중인 리버풀 선수들의 뇌활성도(brain activity)를 파악하는 혁신적인 훈련 성과 분석 기법으로 클롭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가 훈련 프로그램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보탬이 됐다.

하우슬러 박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선수들과 훈련을 진행하는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선수들이 프리킥 훈련을 할 때, 그들의 뇌활성도를 기록한 뒤, 그들의 신경 활동 지수(neural activity index)를 계산한다. 이를 토대로 선수들이 훈련 중에도 플로우 스테이트(스포츠 심리학에서 집중력이 최고치에 달한 최적의 심리 상태를 뜻하는 용어)에 도달할 만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는 의학적 연구가 필요한 훈련 방식이며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리버풀은 올 시즌 코너킥을 시도하는 방식 자체가 과거와 비교해 분명히 달라졌다.

# 리버풀 시즌별 아웃스윙어 코너킥 비율
(프리미어 리그 기록)

2017/18 - 32.2%
2018/19 - 14.1%
2019/20 - 47.6%
2020/21 - 51.4%
2021/22 - 73.0%

*6라운드 종료 후

'수비수' 반 다이크와 마팁, 리버풀의 세트피스 '공격력'에 방점 찍었다

그러나 어쩌면 리버풀이 간접 세트피스로 발휘하는 파괴력이 올 시즌 초반 최고치에 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효과적인 프리시즌, 스포츠 의학 전문가의 도움보다 지난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한 두 중앙 수비수 반 다이크와 조엘 마팁의 복귀일 수도 있다. 반 다이크와 마팁은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상대 페널티 지역 안까지 진입해 공중볼 경합에 나선다. 두 선수의 복귀는 리버풀이 올 시즌 수비력을 더 견고하게 만든 것뿐만이 아니라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 더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단적인 예로는 앞서 언급한 리버풀의 크리스탈 팰리스전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경합에 나선 반 다이크가 치미카스의 킥을 백헤더로 떨구며 살라의 골을 도운 세트피스 전술을 꼽을 수 있다. 리버풀은 반 다이크와 마팁이 장기 부상 탓에 전력에서 제외된 지난 시즌 공중볼 쟁취 횟수가 클롭 감독 부임 후 최저치로 하락했지만, 두 선수가 복귀한 올 시즌은 해당 기록이 최고치로 올라섰다.

# 리버풀 시즌별 공중별 경합 승리 횟수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5/16 - 16.5회
2016/17 - 17.3회
2017/18 - 15.7회
2018/19 - 16.0회
2019/20 - 17.6회
2020/21 - 14.3회
2021/22 - 18.5회*

*6라운드 종료 후

클롭 감독은 리버풀 사령탑으로 부임한 2015년부터 간접 세트피스 상황에서 장신 센터백의 제공권 능력을 극대화하며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는 지난 시즌 반 다이크, 마팁, 조 고메즈 등이 차례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며 세트피스 상황에서 활용할 무기를 잃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전까지 클롭 감독이 부임한 후 매 시즌 세트피스 상황 중 최다 슈팅을 기록한 선수가 중앙 수비수였다. 그러나 주전급 수비 자원을 모두 잃은 클롭 감독은 지난 시즌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감아차기 슈팅 능력을 장착한 알렉산더-아놀드의 직접 프리킥에 의존하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

다만, 두 주전 수비수가 돌아온 올 시즌 리버풀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193cm의 거구 반 다이크가 상대 문전을 공략하는 공격 패턴을 되찾았다. 반 다이크는 올 시즌 단 여섯 경기 만에 세트피스 상황 중 슈팅이 10회로 해당 부문 자신의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기록인 2019/20 시즌의 28회를 뛰어넘을 기세를 보이고 있다.

# 리버풀 시즌별 세트피스 상황 중 최다 슈팅 선수
(프리미어 리그 기록)

2015/16 - 로프렌(20회)
2016/17 - 마팁(22회)
2017/18 - 로프렌(14회)
2018/19 - 반 다이크(25회)
2019/20 - 반 다이크(28회)
2020/21 - 알렉산더-아놀드(24회)
2021/22 - 반 다이크(10회)*

*6라운드 종료 후

# 올 시즌 리버풀 세트피스 상황 중 슈팅
(프리미어 리그 기록, 6라운드 종료 후)

10회 - 버질 반 다이크
9회 - 조엘 마팁
6회 - 모하메드 살라
6회 - 사디오 마네
4회 - 파비뉴
3회 - 디오구 조타
3회 -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리버풀은 지난 시즌 대체 불가능한 주전급 자원이 연이어 장기간 부상을 당하며 27라운드가 종료된 시점에는 7위까지 추락했지만, 백업 자원 냇 필립스와 리스 윌리엄스 등이 후반기부터 예상보다 효과적인 수비력을 보여준 데다 때로는 임시적으로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한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과 파비뉴가 안정적인 활약을 펼친 덕분에 마지막 11경기에서 무패행진을 거듭하며 3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반 다이크와 마팁이 빠진 후 그들을 활용해 간접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골문을 위협하던 공격 능력까지는 대체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을 일찌감치 마친 후 올 시즌 돌아온 반 다이크와 마팁은 나란히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세트피스 상황 중 슈팅 기록이 최상위권이다.

#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세트피스 상황 중 슈팅
(프리미어 리그 기록, 6라운드 종료 후)

10회 - 버질 반 다이크
10회 - 셰인 더피
9회 - 조엘 마팁
8회 - 아이메릭 라포르테
7회 - 벤 미
7회 - 크레이그 도슨
7회 - 제임스 타코우스키

몸싸움과 공중볼 경합 능력이 탁월한 센터백 반 다이크와 마팁의 복귀는 팀 전체가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는 최후방에서,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는 최전방에서 볼을 더 효과적으로 탈취하는 원동력이 됐다. 반 다이크, 마팁의 복귀와 성공적인 프리시즌 훈련의 성과는 리버풀이 올 시즌 현재 최근 다섯 시즌 기준 공중볼 승률 최고치를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간접 세트피스 공격 시 반 다이크와 마팁의 존재는 비단 그들이 직접 공중볼을 쟁취하지 못하더라도 이외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 또한, 올 시즌 현재 리버풀의 공중볼 승률과 머리로 기록한 슈팅 횟수도 나란히 최고치에 달한다.

# 리버풀 시즌별 공중볼 승률
(프리미어 리그 기록)

2017/18 - 48.9%
2018/19 - 51.2%
2019/20 - 52.9%
2020/21 - 47.8%
2021/22 - 55.2%*

# 리버풀 시즌별 헤딩슛 횟수
(프리미어 리그 90분당 평균 기준)

2015/16 - 1.9회
2016/17 - 2.1회
2017/18 - 2.2회
2018/19 - 2.2회
2019/20 - 2.3회
2020/21 - 2.6회
2021/22 - 4.8회*

*6라운드 종료 후

축구 경기에서 오픈 플레이 상황은 크게 점유 단계(possession phase), 비점유 단계(non-possession phase), 속공 단계(attacking transition phase), 그리고 수비 전환 단계(defensive transition phase)로 나뉜다. 이미 리버풀은 이 네 단계에 걸친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는 완성도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팀이 된 지 오래다. 클롭 감독은 여기에 추가로 리버풀을 오픈 플레이 상황뿐만이 아니라 데드볼 상황에서도 꾸준히 득점 기회를 창출해 더 많은 승점을 획득하는 '무결점 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나타내고 있다.

글=한만성
자료=FBRef, Opta, Understat
사진=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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