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주담대는 안되고 20억 전세는 되는 대출, '갭투자' 키웠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12월말 1억6500만원이었던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올해 7월말 기준으로 2억4800만원으로 올랐다. 전세가격은 지난해 7월말 임대차3법 통과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문재인 정부 통틀어서는 50.3% 가량 크게 올랐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전세대출은 얼만큼 늘었을까. 5대 은행을 포함한 전 은행권 잔액 기준으로 2016년 32조원에서 올해 8월말 기준 158조원으로 126조원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가율이 393.7%로 400%에 육박한다. 전세가격 증가율 50.3%의 8배 가량 폭증한 셈이다. "전세가격이 올라 전세대출을 더 많이 받았다"는 논리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숫자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했거나 주식투자 등 다른 용도로 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 9·13, 2019년 10·1, 2019년 12·16, 2020년 6·17 등 총 4차례에 걸쳐 전세대출 규제강화를 통한 갭투자 대책을 내놨다. 단계적으로 다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식이었다. 현재는다주택자 뿐 아니라 시세 9억원 이상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전세대출을 못 받는다. 문제는 저금리와 맞물려 전세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지는 역전상황이 벌어지자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리고 무주택자인 세입자는 손쉽게 전세대출을 받아서 집주인 요구를 들어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무주택자가 주택구입 자금이 부족한 갭투자자를 도와 전세가격을 올리고, 더불어 집값까지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세대출은 DSR에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등 3곳의 공적 보증기관이 90% 이상 보증해 주기 때문에 은행은 돈 떼일 염려 없이 마음놓고 대출을 해 줘도 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달 초 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이 합동보고서를 통해 문제점을 정면 지적했다. 강석구 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보증기관과 갭투자자(집소유자), 세입자의 '공생관계'를 통한 전세대출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무력화 하고 있다고 봤다.
강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나 금융공기업이 대출부동산의 실질 소유자로 이자 수익을 도모하고, 등기부상의 소유자(집주인)는 시세차익을 도모할 수 있으면서 전세입자는 상환능력 없이도 상대적으로 고가주택에 거주할 수 있어 공생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LTV·DTI를 무력화 시키면서 갭투자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주택자의 주거안정 제도기 때문에 정부가 함부로 손 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하거나 조일수 없겠지만 6억원 이상의 고가전세 정도는 전세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기준 7월말 평균 전세가격이 4억7738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고가전세에 대한 기준을 따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 부장은 "고가전세 위주로 지금보다 더 강하게 규제할 경우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제한적일 것"이라며 "고가전세도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가격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전세 공급자는 기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낮출 유인이 크지 않다"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애초에 취약 주거계층으로 한정해 임대차보호법을 적용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10년 쓴 내 번호 '오징어게임'에…밤낮 전화와" 고통 호소 - 머니투데이
- "운동하러 왔지 빨래하러 왔냐"…구단 악습 없앤 '갓연경' 일화 - 머니투데이
- '나혼산' 기안84 끝까지 감싼 남궁민 재조명…박나래 질문엔 비판 - 머니투데이
- 여고생 콘돔 사간 뒤 찾아온 엄마…"임신하면 책임질 거야?" 난리 - 머니투데이
- 유재석이 "정상 아니니 건드리지 말자" 했던 연예계 센 언니 누구? - 머니투데이
- '24만 유튜버' 성용, 21일 사망…"지나친 억측 삼가시길" - 머니투데이
- "너무 짜릿, 이제 민사 준비"…부부한테 '사커킥' 맞은 대리기사 근황 - 머니투데이
- 이승기, ♥이다인 잘 만났네…"결혼·득녀 후 부모님과 더 돈독해져" - 머니투데이
- 고부갈등 이혼한 서원섭…"아내와 엄마 중 선택? 엄마 택할 것" - 머니투데이
- 김범수, '11세 연하' 미모의 ♥아내 공개…"나를 구제해준 분"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