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지하상가는 '방역 사각지대'.. QR인증도 발열 확인도 없었다

이은영 기자 2021. 9. 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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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만명 오가는 강남 지하상가 '방역 제로'
지하 식당, QR인증은커녕 수기명부도 없어
직장인들이 한 지하상가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조선DB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이곳은 지하철 3개 호선이 통과하고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있어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지만 지하식당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은 구멍이 뻥 뚫린 모습이었다. 일부 식당에는 출입구에 수기명부만 놓여있을 뿐 손님들에게 자율적으로 작성을 맡기는 모습이었다. 체온 측정기는 물론 출입명부를 작성해달라는 안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 지하상가의 한 음식점엔 8명의 손님이 있었지만, 출입구에 놓여있는 수기명부를 확인해보니 5명의 이름만 적혀있었다. 그마저도 시간이 적혀있지 않아 어디에 사는 누가, 언제 이곳을 방문했는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인근 직장에서 일하는 40대 김모씨는 “종종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사람들이 붐비면 (명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수기명부마저 없는 지하상가도 있었다. 같은 날 찾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지하종합상가 식품매장엔 추석을 앞두고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지하상가 음식점들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 중이었다.

손님 12명 정도가 밥을 먹고 있는 분식집에 가보니, 발열 확인이나 출입명부 작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발열자 출입 제한은 물론, 코로나19 감염자가 와서 식사를 하고 주변인한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겨도 밀접접촉자나 동선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강남역 지하상가 음식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음식점 출입이 가능했고, 한 음식점에는 테이블에 투명 가림막이 설치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 이전을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옷을 판매하는 40대 최모씨는 “지하상가는 환기도 안 되는데 식당에서 마스크 벗고 음식 먹기엔 찝찝하다”고 말했다. 바쁘더라도 지하상가 식당은 이용하지 않는다는 최씨는 “환기 잘되는 밖에서 음식을 먹거나 시간이 안되면 배달을 시켜서 매장에서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강남역 하루 평균 방문자는 올해 1~7월 기준 9만4529명이다. 또 12개의 출구가 지하상가를 통해 이어져있어 지하철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가려면 지하상가를 꼭 거쳐가야 한다. 지하상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집단감염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방역에 신경쓰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단속 권한이 있는 자치구들은 지하상가 방역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에는 음식점, 주점, 접객업소와 같은 식품접객업소가 6만개 정도로 너무 많아서 30명 정도인 직원들과 선제적으로 전수 조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다만 음식점 방역과 관련해 민원이 많이 들어와 하루에 적어도 10건 이상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관계자 역시 “출입명부 작성 의무화 안내는 계속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올 때 수시로 나가 점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백화점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왔다. 지난 6월 말부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 울산점,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확진자가 잇따르자, 지하 식품관 방역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백화점 지하 식당가는 환기가 어려운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방역에 취약한데, 식당 취식 공간을 일반 백화점 이용자들이 함께 이용해 접촉자 추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30일부터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에 출입명부 작성을 의무화 했다.

방역당국은 출입명부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확진자 발생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방역수칙 준수를 재차 당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접촉자 파악에 출입명부 확인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다”며 “만약 이런 것들이 부재할 시 불가피하게 이동통신 기록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감염 경로나 접촉자 확인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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