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솔개'의 원곡자 윤명환
[경향신문]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소리 없이 날아가는 하늘 속에/ 마음은 가득 차고/ 푸른 하늘 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다소 이색적인 노랫말로 눈길을 끌었던 ‘솔개’는 이태원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노래의 작사·작곡자인 윤명환도 이 노래를 불렀다. 1983년 자신의 앨범을 내면서 이 노래를 수록했다. 1982년 이태원은 윤명환이 만든 노래로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금지곡으로 묶였다. 원곡에서는 “권태 속에 내뱉어진 소음으로 주위는 가득 차고” “종잡을 수 없는 얘기 속에” “나를 비웃고” 등으로 돼 있었다. 이를 순화하라는 압력을 받고 가사를 고친 것이다. 윤명환은 가사를 고친 것이 못마땅하다는 듯 원곡 그대로 불렀다.
윤명환은 ‘동진이 넥타이를 위한 블루스’나 ‘테레사’ 등 파격적인 노래가 포함된 독집앨범 단 한 장을 발표하고 아깝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형인 윤명운도 한영애의 명곡 ‘누구 없소’를 작사·작곡한 가수였다.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윤명환은 열두 살 연상인 ‘목로주점’의 가수 이연실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너무나 짧은 가수 활동으로 조명받지 못했으나 윤명환은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포크음악계의 싱어송라이터였다.
70년 산다는 솔개는 수명 40년이 되면 발톱이 무뎌지고 부리가 길어져서 먹이사냥이 힘들어진다고 한다. 살기 위해 바위에 부리를 쪼아 깨고, 그 부리로 무뎌진 발톱을 뽑아낸다. 새 발톱으로 깃털을 뽑고, 새 깃털이 돋으면 사냥을 시작하여 30년을 더 산다. ‘솔개’에 주목했던 가수 윤명환은 처절한 솔개의 삶과 인간의 삶을 대비시켜 음울한 서사를 완성한다. 군부정권에 노래로 저항했으나 그 뜻을 펼치지 못하고 좌절한 흔적이 엿보인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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