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불러온 랜선 차례·배달 상차림..명절 풍경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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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코로나가 바꾼 추석
비대면 명절
![인천가족공원 직원들이 시연하는 온라인 차례 모습.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11/joongangsunday/20210911002103752crqq.jpg)
본가가 경남 김해인 직장인 명준환(37)씨는 지난 설에 이어 추석에도 서울에서 홀로 보낼 생각이다. 얼마 전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고향에 가기엔 부담스러워서다. 명씨는 “장손이라 친인척들이 모이면 제 안부를 묻겠지만, 부모님도 이 시국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올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그래도 서운해할 부모님을 뵈러 2차 접종까지 마치면 따로 휴가를 내고 고향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년 어머니를 도와 20가지가 넘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던 강진아(가명·33)씨는 온오프라인 병행 차례상을 제안했다. 지난 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의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접한 게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때 이 서비스를 이용한 인원은 23만552명, 올 설에는 1만 여 명 더 늘어난 24만8732명에 달했다. 강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게 힘들어 아버지에게 음식 가짓수를 줄이거나 남자들도 함께 장만하자고 몇 년간 말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지난 명절 때 코로나19로 친척들이 오지 않아 차리는 음식의 양을 줄였지만 이마저도 과하다고 생각해 차후엔 온라인 차례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부모님과 의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온라인 서비스 확충에 발 벗고 나섰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 설,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자녀를 대신해 읍면장이 선물을 전달하고, 영상통화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완도군 관계자는 “이를 통해 481명의 향우들이 영상통화로 부모에게 안부를 전했다”며 “반응이 좋아 오는 추석에도 벌초 대행, 온라인 성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돈도 온라인 봉투로 전달하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는 연휴를 앞두고 ‘행복한가위’와 ‘한가위용돈’ 송금봉투 2종을 추가했다고 6일 밝혔다. 수신자가 봉투를 열면 송편과 감이 쏟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추석 맞춤형’ 봉투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설 연휴 카카오페이 송금 봉투 사용률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설 연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용돈과 안부를 전하는 방식이 새로운 명절 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례상 배달
![내맘다믄의 제사 음식 패키지. [사진 내맘다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11/joongangsunday/20210911002109241dddw.jpg)
![지난 5일 충남 당진시 거리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11/joongangsunday/20210911002111424zphm.jpg)
제사상도 배달시대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제사음식 전문 조리업체만 전국 100여 곳에 달한다. 기제사·차례 등 용도별로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부 업체는 경상도·전라도·제주도 등 각 지역에 맞는 제사상 상품을 내세우기도 한다. 음식 가짓수와 양에 따라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지만 20만~30만원대가 주를 이룬다. 20년 넘게 제사상·고사상 등 전통상 차림을 조리·배달하는 ‘다례원’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주로 고사상 등 큰 행사 수요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2~3인분 기준의 제사상과 차례상 주문이 대부분”이라며 “외식이나 배달음식이 일상화됐듯 제사 음식을 전문업체에 맡기는 데 대한 부담감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롱(44) 내맘다믄 대표는 “대개 음식에 서툰 젊은 며느리들이 주문할 거라 여기는데 오히려 제주(제사를 주관하는 사람)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주문하거나 배우자를 일찍 여의고 손수 상 차리기가 어려운 어르신의 주문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창업 당시 제사 지내는 집이 줄어드는데 사업성이 있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제사가 줄어도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고객이 그만큼 늘어난데다 재주문율도 높아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명암
![지난해 추석 석담 이윤우 선생의 16대 종손 이병구씨가 작은 딸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칠곡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11/joongangsunday/20210911002114753fhdu.jpg)
지난 8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물 코너에서 만난 한 상인은 “요즘 식구가 모이기 힘들고, 과일값도 많이 오르다보니 제사용으로 사더라도 박스 구매를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이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예년과 달리 시장에 명절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라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이용이 제한된 대형마트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최근 명절 연휴 기간 매출이 다소 상승하긴 했지만 그 증가폭이 과거와는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직전 2주간 매출은 전년 대비 46.8% 증가했다. 지난 설 연휴 직전엔 추석보다 소폭 늘어난 55.5% 증가세를 보였다. 육가공식품·과일·생활용품으로 구성한 선물세트 판매가 늘어 전체 매출이 늘긴 했지만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마트를 찾는 발길은 오히려 줄었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과거엔 명절 2~3일 전 장을 보는 고객이 많아 이때 매출이 평소 2배 이상 증가하는 게 예사였지만 요즘엔 선물세트 사전 예약 행사가 명절 매출의 척도가 됐다”며 “그간 명절 음식에 밀려 외면받던 밀키트나 간편식 등의 판매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명절을 앞두고 ‘추(秋)캉스족’ 모시기에 한창이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호텔에서 영화를 보고, CGV의 팝콘과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객실 스마트TV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코리아나호텔은 추석 연휴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호텔 내부 연회장에 차례상을 차려준다. 호텔 관계자는 “명절에 호텔에 머물면서 간소하게 차례를 지내고 싶은 고객을 위한 상품”이라며 “문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여 건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주방장이 만든 명절 차례상을 테이크아웃 형태로 판매·배달하는 호텔도 많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도 명절 음식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직접 방문하거나 퀵서비스 등을 통해 수령할 수 있게 했다. 부산롯데호텔은 특급호텔 최초로 추석 차례상 음식 세트를 선보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과거 추석 패키지는 주로 30~40대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나 노부부 등 이용층이 다양해졌다”며 “호캉스족의 새로운 수요를 잡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 추석 연휴 국립묘지 11곳 참배 금지,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
![국립묘지 의전단이 고인에게 헌화 및 참배하는 모습을 찍어 전송하는 국가보훈처의 ‘헌화·참배 사진 전송 서비스’. [사진 국가보훈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9/11/joongangsunday/20210911002107194fzhr.jpg)
국가보훈처는 연휴 기간 현장 참배가 어려운 유족들을 위해 오는 14일부터 ‘온라인 참배 서비스’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15일부터는 가상으로 상을 차릴 수 있는 온라인 차례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오는 17일까지 국립묘지에 전화로 신청(국립서울현충원은 카카오톡으로 신청)하면 국립묘지 의전단이 고인에게 헌화·참배하는 사진을 찍어 전송해주는 ‘헌화·참배 전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각 국립묘지 사이트의 ‘사이버 추모관’에서는 사이버 참배, 추모의 글쓰기가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sky.15774129.go.kr)’에 접속해 추모관을 개설해야 한다. 영정사진 등록, 차례상 꾸미기, 지방 쓰기, 추모 메시지 작성하기 등을 마친 뒤 소셜미디어(SNS)로 가족 간 공유도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확산방지를 위하여 ‘온라인 추모·성묘서비스’ 이용을 통해 행복하고 안전한 추석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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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연 기자, 윤혜인 인턴기자 jypower@joongang.co.kr, 오유진 인턴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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