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말하기든 읽기든 '몰입 잘되는 데' 집중하라

기자 2021. 9.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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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순례자.

'외국어 학습담'은 파우저 전 교수가 놀랍게 뛰어난 외국어 학습의 경험과 이력, 자신의 요령과 비결을 '한글로 직접' 기록한 책이다.

언어에 익숙해지면 교과서 지문에서 시작해 그 나라 문학작품을 읽어야 제대로 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깨쳐서 입으로 발화하는 데서 오는 순수한 기쁨, 언어를 학습해 낯선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는 느낌이야말로 그가 끝없이 또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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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학습담’을 출간한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 2006년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 파우저 전 교수는 이번 책에 외국어 학습의 경험과 요령 등을 담았다. 혜화1117 제공

■ 외국어 학습담 /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라틴·몽골어 등 두루 능숙하고

60 넘어서 이탈리아어 배우는

‘언어 순례자’ 파우저 前 교수

외국어 학습비결 한글로 집필

‘무조건 회화’보다 문법 필요

문학작품 읽어야 제대로 구사

“나이 몇이든 지금 시작하면

평생의 즐거움 만날 수 있어”

언어 순례자.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가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비교 언어학자답다. 평생 그는 새로운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살아왔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현지 대학에서 그 나라 말로 수업할 만큼 능숙하다. 스페인어는 고등학교 때 배웠고 대학원에선 라틴어와 북미 선주민 언어를 학습했다. 대학원 졸업 후 고려대에서 모어인 영어를 가르칠 때 독일어를 공부했고, ‘맹자’를 읽으면서 한문을 익혔고, 시조를 읽으면서 중세 한국어를 함께 공부했다. 아일랜드에서 박사 학위를 딸 때 프랑스어를 배웠고, 서울대 교수로 있을 때 포르투갈어·중국어·몽골어 등에 탐닉했으며, 미국으로 간 후에는 에스페란토에 치중했고, 환갑이 넘은 요즘은 이탈리아어를 학습 중이다. ‘언어 수집가’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이 언어 저 언어 찝쩍대기만 하고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외국어 학습담’은 파우저 전 교수가 놀랍게 뛰어난 외국어 학습의 경험과 이력, 자신의 요령과 비결을 ‘한글로 직접’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외국어 학습에는 드라마틱한 비법이 없다고 말하나, 이 책 곳곳에는 참고하고 싶은 노하우와 따라 하고 싶은 비법이 담겨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외국어 학습의 기본 전제는 인내심이다. 낯선 말을 익히려면 ‘반복과 암기’가 필수이므로, 끈기와 인내 없이는 어떤 외국어도 익힐 수 없다. 일본어를 공부할 때, 단어장을 활용해서 효과를 본 이후, 저자는 새로운 언어 학습에서 직접 만든 단어장을 주로 활용한다. 또한 한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공부하는 등 두 가지 언어를 교차 학습하는 효과는 늘 기대 이상이고, ‘무조건 회화’보다는 문법과 어휘 학습에도 공들여서 일정한 지식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말하기든 읽기든 스스로 몰입이 잘되는 쪽에 집중해서 시간을 쓰는 게 학습에 효과적이다. 하나를 잘하면 다른 분야의 실력도 조금씩 늘기 때문이다. 언어에 익숙해지면 교과서 지문에서 시작해 그 나라 문학작품을 읽어야 제대로 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특히 시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은 발음 연습에 매우 효과적이다.

공교육의 외국어 학습법은 문법에서 회화로 중심이 이동하는 등 꾸준히 변화해 왔고, 발음도 국제음성기호를 비롯한 온갖 기술의 도움도 언제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텍스트를 읽으며 낯선 언어의 저변에 흐르는 문화적 뉘앙스를 익히는 방법을 사용한 저자의 이력처럼, 특정한 방법을 따르기보다 개인적 학습의 역사를 이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파우저는 외국어를 학습할 때 자신의 외국어 학습 경험을 돌아본 후, 자신한테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나서 시작하라고 권한다.

영어 패권 문제를 돌아보는 등 학교나 사교육에서 억지로 배우는 첫 번째 외국어에 깃든 권력관계를 성찰하고, 인공지능(AI)이 외국어 소통 문제를 상당히 해결해 줄 시대에 발맞춰 학습 동기도 시험, 취업 등 도구적 측면보다 한류 팬들처럼 취미, 교양, 지적 자극 등에서 자발적으로 찾는 것이 좋다.

저자가 언어 순례자가 된 근원적인 힘은 ‘재미와 보람’이다. 새로운 언어를 깨쳐서 입으로 발화하는 데서 오는 순수한 기쁨, 언어를 학습해 낯선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는 느낌이야말로 그가 끝없이 또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원동력이다.

“어떤 외국어든, 나이가 몇이든, 지금부터 학습을 시작하면 평생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는 구절이 오랫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자, 그러니 모두 함께 오늘부터 외국어 학습을!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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