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대체 어디까지".. 인기 없던 지방 공공임대도 경쟁 '치열'
올해 지방 곳곳에서 시행된 전세형 공공건설 임대주택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공공임대주택은 인기가 없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민간 주택 시장의 전세 매물이 마른 데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자, 입주 신청자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최근 LH가 공급하는 지역권 전세형 공공건설 임대주택(이하 공공전세주택) 입주자 모집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며 흥행하고 있다.
공공 임대주택의 일종인 공공전세주택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1·19 전세대책에 따라 신규 공급하는 주택이다. 시중 전세가의 80~90% 수준의 임대보증금을 납부하면 월 임대료 없이 최대 6년 간 거주할 수 있다.
지난 8일 청약 신청 결과를 발표한 대구 중구 ‘남산1단지’ 공공전세주택은 14가구의 입주자를 모집하는데 875명이 신청해, 입주 경쟁률이 62.5대 1에 달했다. 7가구를 공급하는 전용면적 59㎡에는 530명이 몰려 입주 경쟁률이 75.71대 1에 달했고, 전용 51㎡도 7가구 공급에 345명이 신청해 49.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임대료를 보면 전용 51㎡는 보증금 1억3128만원에 월 6만원, 전용 59㎡는 보증금 1억5173만원에 월 7만원이다. 대구 ‘대곡천년나무1단지’는 45가구를 공급하는데 394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8.76대 1이었다.
이달 청약 신청을 마감한 세종 서창 공공전세주택의 경우, 37가구 모집에 378명이 신청해 전체 경쟁률이 10.22대 1을 기록했다. 특히 38㎡에는 177명이 몰려 경쟁률이 44.25대 1에 달했다.
대학생과 청년, 주거급여수급자와 신혼부부, 한부모가족 등을 대상으로 47가구를 공급하는 부산 ‘부산기장A-3블록’단지에는 374명이 몰렸다. 주거급여수급자를 대상으로 공급한 36A 주택형의 경쟁률은 128대1을 기록했고, 대학생과 청년 대상 26A주택형도 28.7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안동시 ‘안동운흥A2블록’단지 공공전세주택 공급 물량은 26가구인데 154명이 신청했고, 안동 송현 3블록 공공전세주택도 14가구를 공급하는데 98명이 입주를 신청했다. 구미에 공급된 ‘구미도량 2-3단지’ 공공전세주택의 경우 16가구 모집에 48명이 신청했고, 통영 공공전세주택 ‘북신 해모로’ 단지의 경우 28가구를 모집하는 전용면적 39㎡에 176명이 몰렸다. 충주 지역 ‘안림2단지’ 10년 공공임대주택에서도 전용 74㎡ 입주 경쟁률은 8.81대 1, 전용 84㎡ 경쟁률은 10.5대 1로 나타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방에 공급되는 공공주택의 경우 신청률이 저조하거나 미달돼 3순위 모집으로 넘어가는 등 인기가 저조했다. 지방 공공임대 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2016년과 2017년 당시 5년 공공임대는 청약 경쟁률이 미달이었다. 2017년 6월 기준 행복주택 경쟁률은 1.55대 1에 그쳤다.
2016년,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공공주택이 무주택 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단골로 나왔다. 당시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 기준 지방에 공급된 공공임대리츠 임대주택(국민주택기금과 LH가 공동 출자해 공급) 전체 5229가구 중 20.2%인 1054가구가 입주자 모집에 실패했다. 2017년에는 그해 6월 기준으로 전국 공공임대 1만730가구가 공가 상태, 즉 비어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당시 국민임대(3889가구), 10년 임대(1487가구), 영구임대(1210가구), 다가구(3667가구) 등이 입주자를 찾지 못한 채로 있었다.
공공임대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데는 전국적인 주택 매매·전세 가격 급등과 전세 물량 감소 등의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민간 주택시장의 전세난이 심화하고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공공 임대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주택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말보다 9.88% 올랐다. 아파트만 보면 상승률이 11.62%로 더 높다.
같은 이유로 수도권 임대주택 입주 경쟁도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7일까지 접수한 용인과 이천시 내 공공임대주택단지 5곳의 경우, 전체 87가구를 공급하는데 1550명이 입주를 신청해 평균 17.8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용인 처인구 김량장동 ‘용인김량장 행복주택’은 단 1가구를 모집하는 16주택형에 132명이 몰려 경쟁률이 132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3가구를 모집한 이천마장 행복주택 26AC 주택형에는 65명이 몰려 경쟁률이 21.67대 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공급 위축이 초래한 결과라고 말한다. 정부가 민간 공급을 위축시킨 가운데 공공을 통한 공급책에만 몰두하면서 시장 전반의 공급 지연과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가격이 크게 오른 민간 주택 시장에서 점점 떠밀려 공공임대주택으로 유입되는 수요가 되려 늘어나면서, 시장의 최약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혜택을 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된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시장 안정화의 열쇠인 공급을 확대하려면 ‘민간’과 ‘공공’이란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서민의 주거 복지를 위해 양질의 공공임대 물량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민간에서도 주택 물량이 대거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민간 따로, 공공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면서 “공공과 민간이 동시에 대량 공급에 나서야 서민 주거 복지와 주택 시장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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