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위로와 온기 전하는, 가구 이상의 가구

한겨레 2021. 9. 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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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홈앤리빙]삶의 필수품이자 취향인 소파
200년 전 디자인, 지금도 인기
결합·분리 가능 모듈형으로 발전
강물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드 세데의 모듈 소파. 에이치픽스 제공

소파는 집 안의 가장 큰 가구다. 보통 집의 중심인 거실에 놓이기 때문에 소파의 스타일과 디자인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3~5인용 소파를 길게 놓고 필요에 따라 1인용 소파, 데이베드, 테이블 등을 더해 꾸민다. 하지만 소파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면, 소파는 ‘티브이 맞은편에 놓인 큰 가구’ 그 이상의 역사와 가치를 가진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년 전, 소파의 탄생

소파는 약 200년 전부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양한 지역에서 사용자의 예술적 취향과 공간을 자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당시의 소파는 가죽에 일정한 간격으로 주름을 잡고 버튼 장식을 달아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을 더한 스타일이었다. 그 시절의 대표적인 소파는 약 1700년대에 영국의 귀족 필립 도머 스탠호프가 주문하며 탄생한 체스터필드 소파다. 중후하면서 고전적인 디자인과 버튼으로 마감한 장식은 지금 봐도 세련된 느낌이다. 그 뒤로 소파는 장식적인 바로크, 화려한 로코코, 곡선을 강조한 아르누보 양식을 거치며 각 시대에 유행했던 형태와 패턴으로 변형된다.

모듈식으로 구성된 비앤비 이탈리아의 카멜레온다 소파. 인피니 제공

20세기 이후에는 디자인을 강조한 소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28년에 선보인 르코르뷔지에의 LC3, 1941년의 핀 율의 포엣 소파, 조지 넬슨의 마시멜로 소파가 대표적이며 이들은 지금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생활에 편리함과 편안함을 더해주는 소파는 그 뒤로도 목재, 가죽, 패브릭,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형태로 지금까지 발전되어 왔다.

개인 맞춤형이 대세

최근 가장 트렌디한 소파 스타일은 모듈 소파다. 1인 가구를 위한 맞춤 구성도 가능하고, 기존 가구 구성원에 변화가 생겨도 유연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듈을 모두 붙여서 사용하다가 따로 분리해 침실이나 서재에 배치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의 카멜레온다(Camaleonda)는 방탄소년단이 등장한 ‘나와 우리가 믿는 것’ 캠페인 필름에 등장해 팬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외피를 단추로 고정한 버튼다운 스타일의 이 소파는 다양한 색상과 소재의 모듈을 원하는 대로 결합하고 분리하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좌석은 물론 등받이와 팔걸이까지 케이블과 훅을 이용해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다. 1970년대에 건축가 겸 디자이너인 마리오 벨리니가 디자인해 처음 판매됐는데, 50년이 지난 최근에 다시 출시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북극곰이 누워 있는 듯한 에드라의 팩 소파. 웰즈 제공

스위스 디자이너 우발트 클루크가 디자인한 드 세데(De Sede)의 DS-1025는 마치 산의 능선처럼 자연적인 곡선을 연상하게 하는 주름이 눈길을 끄는 소파다. 커다란 가죽 모듈의 개수와 방향에 따라 다양한 ‘산맥’을 만들 수 있다. DS-1025가 산이라면 같은 브랜드의 DS-707은 강이다. 필리프 말루앵이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 있던 세인트로렌스 강물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이 소파는 현대적이면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 푹신한 가죽 모듈을 조합해 소파의 길이를 더할 수 있으며 1인용 소파는 1인 가구의 포인트 용도로 적당하다.

최근엔 국내 가구 브랜드에서도 모듈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잭슨 카멜레온의 페블 소파는 8가지 모듈을 활용해 7종을 구성할 수 있다. 등받이와 팔걸이까지 모두 모듈형이어서 다양하고 지속적인 확장이 가능하다. 동글동글한 소파의 곡선이 이름처럼 반질반질한 조약돌을 닮았다. 잭슨 카멜레온의 또 다른 소파인 슬래시, 클레이 또한 모듈 형식이다.

아늑함이 느껴지는 무토의 아웃라인 소파 하이 백 버전. 에잇컬러스 제공

모양이 바뀌어도 포근해

소파의 기본적인 디자인과 공식을 벗어난 것들도 있다.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헤이(Hay)의 실루엣 소파, 같은 덴마크 브랜드인 무토의 아웃라인 소파는 모두 소파의 전형적인 높이에서 벗어나 등받이 부분이 매우 높은 ‘하이 백’ 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등받이가 높으면 답답해 보일 것 같지만 의외로 안락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일본의 예술가 겸 디자이너 이사무 노구치가 디자인한 프리폼 소파는 사각형이 대부분인 소파의 기본 도형을 벗어나 이름 그대로 길고 가늘며 유기적인 곡선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북극곰이 빙하 위에 누워 자는 듯한 모양의 이탈리아 브랜드 에드라의 팩 소파는 하나의 설치 작품 같은 느낌이다. 신소재인 젤리 폼을 사용해 온몸을 감싸줄 만큼 푹신하다.

소파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지친 하루에 위로를, 추운 날씨에 온기를,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에 활력을 더하는 소파는 이미 그냥 가구가 아닌 우리의 일상과 삶의 필수품이니까.

정윤주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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