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씨티카드, 매각 앞두고 떨어지는 몸값 어쩌나

유진우 기자 2021. 9. 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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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이 5개월째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매각 대상 중 가장 알짜 매물로 꼽혔던 씨티카드 몸값을 놓고 날 선 평가가 오가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시작한 국민지원금 사업에 카드사 중 유일하게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전산 시스템 사정이 열악한데다, 불과 6개월 사이 이용자가 5만명 넘게 줄어들 정도로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9일 현재 국내 카드사 가운데 이번 국민지원금 신청이 불가한 카드사는 씨티카드가 유일하다. 씨티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은 11조원에 달하는 국민지원금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새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특별 프로모션을 펼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날 한국씨티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처리할 수 있는 포인트 처리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이번 사업에 불참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씨티카드 및 씨티은행 영업점을 통한 긴급재난 지원금 신청 및 지급이 불가함을 안내해 드린다”고 공지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씨티카드의 국민지원금 불참은 매각을 앞두고 씨티카드에 쌓인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산 노후화가 심해 카드사 공동 지원금 신청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모자라고, 매각을 앞둔 상황이라 여기에 추가 투자를 할 의지마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현재 전신이었던 한미은행이 1995년 구축한 전산 시스템 ‘코어뱅킹 시스템’을 26년째 사용하고 있다. 코어뱅킹 시스템은 금융권 전산 시스템 1세대 격인 ‘신종합온라인시스템’에 속한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은 씨티은행이 유일하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변화하기 위해 전산 시스템에 대규모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보통 10년 주기로 전산 시스템을 교체한다.

지난해 씨티카드 휴면카드 수·비중.

씨티카드는 현재 쇼핑몰 대폭 할인 혜택(14%), 캐시백(cash back) 이벤트처럼 국민지원금 사업을 대신할 만한 프로모션을 대거 선보이며 이용자 이탈을 막고 있다. 그러나 수치를 보면 씨티카드의 신용카드 채권과 가맹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씨티은행의 신용카드채권은 1조77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411억원보다 13.3% 줄었다. 지난 2017년 2조4460억원에서 2018년 2조3410억원, 2019년 2조2210억원, 지난해 1조7980억원으로 꾸준히 내려앉았다.

올 상반기 신용카드채권이 1조770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인 이용자와 개인 이용자를 합산한 가맹자 수 역시 각각 107만1207명, 112만5394명으로 5만4187명이 줄었다.

카드업계에서는 당초 연체율이나, 평균 소득을 포함한 금융 소비자의 질적인 측면에서 씨티카드가 경쟁 카드사보다 우수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1% 남짓한 점유율에도, 지난해 신용카드 부문 실적으로 당기순이익 267억원, 수수료 수입액(현금서비스 수수료·신용판매 대금 수수료) 261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19년에 대비해 1년 사이 13%가 늘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소비자 금융 부문 매각 발표 이후 사용자들의 충성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씨티카드 약정한도액은 10조3258억원으로 전년 동기 10조641억원 대비 2.6%, 미사용약정액은 각각 8조9571억원, 8조7100억원 2.8% 늘었다. 미사용약정액은 약정한도액에 사용잔액을 뺀 값을 말한다. 카드를 발급받고서 이전만큼 적극적으로 한도까지 사용하는 이용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자연히 카드 부문 수익성도 곤두박질 쳤다. 올 상반기 씨티카드가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액은 1078억원으로 전년 동기 1356억원보다 20.5%가 줄었다. 수수료 수입액에는 현금서비스 수수료나 신용판매대금수수료, 카드론 이자가 들어간다. 올해 씨티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들은 카드론을 포함한 대출 서비스 강화로 모두 이전보다 수수료 수입이 늘었다.

부진에 부진이 이어지면서 씨티카드 순이익은 올 상반기 기준 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억원에 비해 76.7% 줄었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씨티카드 출구 전략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 실적마저 떨어진 상태라 매각 가치가 이전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아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 UBS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내 씨티카드를 놓고 잠재적 인수자로 2위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카드사나 수도권 위상 강화를 노리는 지방은행,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저축은행을 포함해 카드 면허를 노리는 핀테크 업체까지 거론됐다”며 “그만큼 씨티카드가 매력적인 매물이었지만, 고질적인 인건비 비중 문제와 최근 실적 악화 때문에 기업 가치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 핀테크 업체나 빅테크사 간편 후불 결제 확대 문제처럼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지난해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씨티카드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황이 안 좋아질수록 씨티카드처럼 시장 점유율이 적은 회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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