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싼 택지비·짜깁기 심사..'주먹구구' 분양가상한제 들여다본다

권화순 기자, 이소은 기자 2021. 9. 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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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주먹구구' 분양가 상한제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가 공급확대를 위해 10년뒤 입주할 신도시 물량 160만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정작 급한 것은 서울 도심에 대기 중인 7만가구다. 분양가격만 나오면 되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발목을 잡았다. 무조건 시세대로 가격을 올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허점'이 드러난 분상제를 개선해야 공급에 물꼬를 틀 수 있다. 분상제 심사위원조차 '엉터리'라고 하는 분상제 계산법, 심사방식을 짚어봤다.

턱없이 낮은 택지비·짜깁기 심사...못믿을 분양가격, 개선 검토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 지자체 마음대로 인정범위 정하고.. 택지비는 시세의 40~60%로 지나치게 낮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1.08.26.


국토교통부가 서울과 광명, 하남, 과천 등 경기도 주요 지역에 적용하고 있는 분양가격 상한제 개선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청약 물량에도 분상제를 적용키로 함에 따라 기초 지자체별로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분상제 심사 기준을 통일하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고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분양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택지비 산정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택지비, 기본형건축비, 가산비를 합쳐 그 이하로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무조건 시세 대비 70~80% 이하로 낮추는 데 중점을 두다보니 '주먹구구식' 계산방식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해) 심사가 도리어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세의 40%~60% 밖에 안되는 택지비 등 제고 개선검토..업계 "택지비 검증 2차 회신 기간 명문화도 필요"

분상제의 비합리적인 가격 책정의 대표 사례로는 시세의 40~60%로 낮게 책정되는 택지비(땅값)가 거론된다. 택지비는 시군구청이 선정한 2개 기관이 각각 감정평가한 후 한국부동산원의 검토를 거쳐 산출하는데 2019년부터는 향후 개발이익은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통상 택지비 감정평가액은 사업주체의 매입가격보다도 낮게 산정되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재건축 등 서울 정비사업의 경우처럼 조합이 자금 수수없이 신탁등기로 조합원의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매입가격을 계산하기도 어려워서 개발이익을 배제한 택지비 감정평가가 더욱 힘든 상황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의 최종 검토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서울 중구 세운지구에서는 부동산원이 택지비 감정평가 타당성 검토에서 잇따라 보류 결정을 내려 시행사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첫 감정평가 신청에 대한 부동산원의 회신 기한은 20일내로 정해져있는 반면, 반려 이후 두번째 신청에 대한 회신은 정해진 기한이 없다. 부동산원은 가급적 일주일 이내 회신을 하고 있다지만 재회신 기간의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건축비, 세부기준 비공개..기부채납 '도로 개설'은 인정되고 '도서관'은 안되고..가산비 넣는 것은 지자체 마음대로

건축비 산정 과정에도 여러 곳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기본형건축비는 국토부가 매년 3월과 9월 두차례 고시한다. 지난 3월 기준 공급면적(3.3㎡) 당 653만4000원이다. 여기에는 판매 및 관리비, 사업주체의 이익 등도 반영된다. 그러나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만 공개될 뿐 일반관리비, 지급이자, 이익 등의 세부기준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자 비용,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과 건축원가보다 높아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이 부딪히는 이유다.

기부채납의 비용 인정 여부도 유형에 따라 다르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예컨데 도로 건설시에는 도시계획상 건축비로 인정을 해주지만 도서관, 주민센터, 동사무소, 청사, 청소년 수련관 등 공공시설 건설은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땅값(택지비), 공사비(건축비)와 함께 분양가상한제에 반영되는 가산비는 주택 품질 저하와 획일적 설계를 막기 위해 인정되는 비용이다. △홈네트워크 설비비 △법정 초과 복리시설 설치비용 △친환경건축물 인증비 등 주로 고급 사양을 시공할 때 붙는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소속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주로 심사하는 것은 이 '가산비'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제출한 항목을 보고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조합은 분양가를 올리기 위해 가산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고급 설계를 제출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반영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 기초지자체는 분양가를 최대한 낮춰 주민들의 인심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국토부가 제시한 기본형 건축비에서 95~105%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일부는 95%보다 더 낮게 책정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친환경건축물 가산비도 고가시설을 인정해주느냐, 저가로 후려치느냐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분양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서 가산비 항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잘리는 항목들이 나오면 사업주체는 왜 임의로 자르냐며 반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전문성·공정성에도 의문 "심사위원회, 구색 맞추기일 뿐"

일부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적정분양가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열어 구색만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사위원회의 공정성에 의문이 생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익명을 요구한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을 시군구청장이 위촉하는데 결국 그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구색맞추기로 추가된 일부 인원은 아무리 의견을 제시해도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보니 결국 지자체장이 원하는 대로 간다"고 강조했다.

민태욱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분양가격 산정 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기본형건축비, 택지비, 가산비의 세부 기준을 면밀히 마련하고 사업주체의 이익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도 이같은 필요성을 인식해 이르면 이달 중 분양가 심사 가이드라인 개편안을 마련한다. 가이드라인을 구체화 해 각 지자체 심사위원회의 자의적인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양가 산정 기준을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1.2만 둔촌주공도 못보내면서 160만 사전청약 한다는 정부... 정비사업 마지막 단계 55곳, 7만가구 '대기물량' 있지만…
"분양가격만 나오면 바로 분양할 수 있는 둔촌주공을 놔두고 왜 사전청약에 '올인'하는지 모르겠다."(부동산 업계 관계자)

정부가 최근 수도권에 160만 가구에 달하는 사전청약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서울 복판에 분양가격만 결정하면 곧바로 분양할 수 있는 단지부터 신경써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분양가격만 결정하면 곧바로 분양 가능한 '관리처분인가' 단계의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서울에서만 55곳, 7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비롯해 대부분의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분상제)에 발목이 잡혀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분상제가 도리어 공급을 막아 가격을 올리는 '역설'이 생긴 만큼 분상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민영주택까지 사전청약으로 '영끌'한 정부..서울 도심 55개 단지는 "분양가격만 나오면 공급가능한데.."

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5일 민간 아파트에도 사전청약을 도입해 총160만3000가구에 달하는 물량을 3년안에 조기분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전청약은 본청약보다 1~2년 앞서 미리 청약을 하는 제도로 원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분양에만 적용해 왔다. 사전청약을 하고 나서 2년후 본청약, 이후 3년여간의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최장 10년은 기다려야 입주가 가능하다. 공급물량 대부분은 서울이 아닌 수도권이다. "충분한 공급 신호를 주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희망고문'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작 서울 도심에 분양가격만 나오면 분양이 가능한 대기물량이 7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머니투데이가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관리처분인가 단계가 총 55단지로 7만2687가구 분양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처분인가 단계는 정비사업의 마지막 단계로 사실상 분양가격만 산정되면 곧바로 분양이 가능하다. 굳이 서울에서 거리가 있는 신도시 사전청약을 기다리지 않아도 서울 도심에서 7만가구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분양물량 상위 10개 단지를 분석해보면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대어'으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이 1만2032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송파구 잠실진주 2390가구, 서초구 방배5구역 2387가구, 잠실미성·크로바 1718가구 등 대부분이 교통이 편리한 핵심 지역에 위치했다. 하지만 이들 주요 단지 중 올해 안에 분양 공고가 확정된 곳은 현재까지 단 1곳도 없다. 일부는 '후분양'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개별 단지의 이슈를 제거하고 보면 공통 이슈는 결국 '분양가격'이다. 지난해 7월말 부터 시행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합리적인 계산 없이 분양가격을 억누르기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사까지 마친 둔촌주공 1.2만가구 공급은 도대체 언제?..가격산정 기준 불명확하고 심의위원은 '답정너'

거주민 이주까지 마치고 시공사 선정도 한 둔촌주공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말 분상제 적용 전 분양가격 통제 수단이었던 HUG(한국도시주택보증공사) 분양가격이 3.3㎡ 당(평당) 3000만원을 밑돌아 분양이 불발이 됐고 분상제 적용 이후에도 더욱 복잡해진 셈법으로 분양일정이 계속 지연 되고 있다. 둔촌주공은 오는 11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분양가 산정 대행업체를 선정하고 분양예정가격 조율에 들어간다. 주민들은 3.3㎡ 당 4000만원 이상을 원한다. 이 가격을 다 들어주지 않더라도 분상제 적용방식을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상제에서 분양가격은 택지비(땅값), 건축비, 가산비 등 3가지 항목으로 결정되는 데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달리 각 항목에서 비용 인정 범위가 '고무줄'일 만큼 허술하다. 분양가 심사위원회는 적정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 계산을 사후적으로 '짜깁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상제 도입 취지인 "가격 안정"에만 신경쓰는 사이 합리적인 계산, 의사결정은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심의위원으로 참석한 익명의 한 교수는 "표를 의식한 지자체장이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 하면 지자체 장이 임명한 위원들이 여기에 맞게 가격을 만들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성, 전문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둔촌주공 분양가 9억 절대 안된다?…대출·특공기준 올릴때 됐다
"작년에 둔촌주공이 분양됐더라면 올해 2·4 공급대책이 안 나왔을 수도 있다."(정부 관계자)

분양가격 상한제에 발목 잡혀 '후분양'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정부에서도 "빨리 보내고 싶은" 재건축 단지다. 총 공급물량이 1만2032가구에 달하고 일반분양 물량은 4841가구나 되기 때문이다. 3인 가족이 둔촌주공에 입주한다고 가정하면 3만~4만명이 거주하는 '미니 신도시'가 서울 복판에 생기는 셈이다. 공급효과로서는 '만점'이다.

"분상제가 공급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주거안정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일부 수용해 정부가 택지비나 건축비 가산비에 대한 업계의 요구 사항을 일부 수용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분양가격 9억원 이하로 정해진 중도금대출과 특별공급 기준이다.

현행 대출제도 하에서는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면 분양가격 9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중도금 대출을 보증하면 은행이 대출을 해 주는데 이 기준이 분양가격 9억원이다. 둔촌주공을 예로 들면 분양가격이 평당(3.3㎡) 3700만원을 넘으면 30평대는 말할 것 없고 전용 59㎡(25평형)도 중도금대출 기준을 초과한다. 신혼부부 등이 선호하는 20평대 청약조차 중도금대출이 막혀 부자들의 현금잔치가 될 거라는 비판이 들끓을 수 있다.

실제 최근 수원 광교의 힐스테이트광교중앙역퍼스트 211가구 분양은 9억원 이하라도 중도금대출이 막혔는데 청약 경쟁률이 예상보다 3분의 1은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평당 3700만원 이상' 분양가격을 현실적으로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에게 돌아가는 특별공급도 분양가격 9억원 이하에 맞춰있다. 둔촌주공 분양가격이 평당 3700만원 기준으로 그 이하이면 특공물량이 1783가구가 나오지만 그 이상으로 책정되면 1037가구로 최소 746가구 축소된다. 분상제를 일부 손질해 둔촌주공 분양가격이 평당 3700만원 이상 올라가면 중도금 대출이 막히고 특공물량이 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분상제 개선은 대출과 특공 제도와 연계해 풀어야 한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인정하면서 종부세 부과 기준을 1주택자 기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렸고 최근 중개보수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분양가격 9억원으로 설정된 중도금 대출과 특공 기준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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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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