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가마 열정 품은..'젊은 이천'이 손짓하다

2021. 9. 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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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류, 350여개 공방 모인 예스파크
아날로그 가치 정겹고 재치 넘치는 곳으로
세잔 정물 도자기, 키덜트 캐릭터 도자기
베니스 뺨치는 유리공예, 예술 무한확장
설봉의 청정생태 젊은 시민 건강 트레킹
40대 이하 63% 젊은 도시, 온고지신 창의성
예술체험여행 이어 10월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은 젊다. 40대 이하가 63%인 젊은 이천의 핵심 키워드는 아날로그적 가치, 즉 도자기, 쌀, 호수와 산, 북방고토를 회복한 고려 서희장군, 신미양요때 결사항전한 어재연장군의 기개 같은 것들인데, 주목할 점은 젊은 시민들이 이들 전통적 ‘스테디셀러’를 온전히 품은 다음, 더욱 열정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예스파크 이천 도자예술마을과 설봉호변 산책로에선 정겹고 재치 넘치는 ‘젊은 이천’을 실감한다.

▶세잔의 도자기정물, 4벌구이까지 확장=대한민국 으뜸인 도예와 공예는 재벌구이했던 전통을 넘어 4벌구이까지 한 요변(窯變) 도자기, ‘어른이’ 키덜트(kidult=kid+adult) 캐릭터 도자기인형, 세잔(P. Cezanne)의 정물 도자기, 베네치아·자바섬 뺨치는 유리예술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임금의 수라에 늘 오른 이천쌀밥은 그간 여행자들이 잊고 있었던, ‘미각의 근원은 밥이요, 힘의 근원은 밥심’이라는 잠언을 일깨운다. 밥맛이 반찬 맛을 키운다. 12찬 한상 차림은 당연히 최고의 맛인데다 현대식 레시피를 일부 추가하면서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들 가는 곳을 유심히 지켜보던 이방인들이 쫓는다.

오픈한 지 불과 20일 남짓 지난 설봉폭포는 예스파크 옆, 한국도자재단이 있는 관고동의 드넓은 설봉호수-설봉산-미술관 청정지대에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았다. 빨간 공원서점,설봉역 미니어처가 놓인 기찻길 소공원과 연결돼 있다.

호변 시립미술관 옆 이천의 충효동산엔 서희 등 이천이 낳은 호국리더,의병,효부,효자들이 성별,귀천을 가리지 않고 전부 기록돼 있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도 내 고을의 영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들의 자랑거리이다. 주역에 열 여덟번이나 나오는 ‘이섭대천(利涉大川)’은 이천의 본딧말인데, ‘학문과 덕을 쌓고 몸을 기르면 큰 강을 건너 공을 세우고 천하를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 “도자기,쌀에다 산업의쌀 반도체도 이천특산물”= 이천이 전국 최고인 것은 자타공인 도자기와 쌀이다. 최근엔 쌀 중 ‘산업의 쌀’, 반도체도 이천의 특산물이라는 귀여운 주장도 편다.

보통 신진이 득세하면, 과거는 사라지기 마련인데, 2018년에 문을 연 신진 이천도자예술마을과 수백년된 사기막골 도예촌은 신둔면에 나란히 공존해 정겹다.

나무를 고르고, 장작을 패고, 가마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물레를 돌려 틀을 만든 다음 그림을 그리는 등 전체 과정의 60%는 선조들의 지혜를 따른다. 이천식 일신우일신, 이천 공예의 무한 확장은 40%의 창의적 연구개발이 담보한다. 그리고 더 멋있어진 예술을 국민과 나눈다. 요즘은 팬데믹 상황이라 예술가들이 직접 해주는 ‘물레’, ‘페인팅’,‘만들기’ 등 체험교실을 금토일에만 한다.

해발 70~300m의 산과 구릉 30여개의 호위를 받는 신둔면엔 ‘가마’, ‘사부작’, ‘회랑’, ‘별’ 등 네 개 마을 350여개 공방으로 짜여진 예스파크가 조성돼 있다. 넓이는 40여만㎡로 서울 경복궁과 비슷하고 여의도공원의 2배다. 40대가 주류이다. 전통적 장작가마 외에 전기가마, 가스가마, 락소(樂燒:라쿠소성) 등 다양한 효과를 내는 현대적 가마기술을 도입했다.

▶불과 나무 그리고 흙의 이야기 화목토 철학= ‘불(火)과 나무(木) 그리고 흙(土)의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화목토 예술공방의 25년차 장인 박종환 작가는 장작가마 전통기법 외에 4벌구이, 라쿠소성 기법으로 다양한 효과를 내고 있다. 락소는 도자기를 섭씨 90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소성(굽기)한후 뜨거운 상태에서 가마 문을 재빨리 열어 식히면서 온도차로 인해 표면이 갈라져 무늬가 생기면 그 사이에 톱밥, 낙엽을 넣거나 연기를 스며들게해서 독특한 디자인을 낸다.

그리고 그는 삼벌,사벌 구이를 한다. 초벌,재벌은 인간이 통제하는 수준이지만, 3,4벌 소성에선 가마가 변화무쌍한 재량을 발휘(窯變)하는데, 의외의 작품들이 산출된다. ‘사랑방의 조명등’은 대표적인 락소기법의 걸작이다. 그의 토기가마에선 6000년전 빗살무늬토기가 되살아나 화제를 모았다.

‘가까운 사람에게 잘 하면 멀리서 온다(近者說遠者來)’는 그의 좌우명은 예스파크의 터줏대감으로서 공동체를 유지하고, 더 많은 국민들에게 이 마을 진면목을 전하는 덕목이 되고 있다.

▶세잔을 끌어들인 이천 도자기= 문경오브제의 김문경 작가는 홍익대 근처에서 작품활동, 교육활동을 벌이고, 도자기 회사 디자인업무, MD업무까지 하다가 4년전 이 마을에 와서 예술가 다운 자유, 일과 가정의 워라밸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흙은 태초의 인류가 쓰임을 위해 처음 손댄 매체로서 자유로움을 품고 있다”는 그는 평면에서도 사방에서 보는 느낌을 얻으려 노력했던 세잔의 화폭에서 영감을 얻어, 평면 도자기 작품을 통해 입체감을 얻는 벽걸이 정물 오브제 등 작품을 빚어냈다.

인간과 사물의 이중성에 착안해 모든 면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세잔의 의지과 맥락이 닿는다. 입체와 평면, 회화와 도예, 겉이 빨간 사과와 그 속 과육의 보석같은 가치 모두 표현하려고 많은 실험을 한다. 세잔의 예술혼이 도자기를 타고 이천에 온 것이다.

토즈스토의 장미선 작가는 남편 박성명 작가와 함께 도자기로 부모와 아이가 모두 좋아할 토이를 만드는데, 주인장들은 손님에게 무늬없는 인형만을 제공한다. 국민들이 도화지 같은 흰색 인형에 색칠을 하는 것이다. 주인장들의 견본 인형은 뽀로로, 스파이더맨, 도라예몽, 어몽어스, 미니언즈, 아이어맨, 짱구, 포켓몬스터 등이다.

체험자들은 기존의 캐릭터를 응용하거나 자신만의 캐릭터를 페인팅해 나만의 도자기 아트 토이를 만들어 가져가기도 하고 기증하기도 한다. 어린이 작품들도 전문작가의 작품과 함께 진열돼 있다. 국민 모두가 예술가라는 의미다.

▶이천형 아모르 파티= 플럭스 박형진 작가는 예스파크 유일의 유리예술가이다. 쇠파이프에 녹은 유리를 뭍혀 반대편 구멍을 입으로 불어 병이나 잔을 만드는 블로잉체험을 할 수 있고, 유리잔에 여러 무늬의 테이프를 붙인후 잔에 강한 바람으로 모래를 분사한 다음 테이프를 떼어내 무늬를 만드는 샌딩체험도 해준다. 유리막대를 램프에 달궈 녹인 부위를 스틱 등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램프워킹도 재미있다. 이곳의 유리 호리병은 도자기 보다 매끈해 섹시하다.

도자기 아닌 예술 공간으로 ‘세라기타문화관’의 거대 기타 조형물은 한옥 관광안내소와 함께 예스파크의 랜드마크이자 포토존이다. 이곳 내부엔 각종 기타와 우쿠렐레가 전시돼 있다.

예스파크는 10월1일~11월28일 ‘202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 앞서 9월중 예술로 떠나는 체험여행(상생발전형 경기공유마켓)을 진행중이다. 오는 10~12일엔 가마마을에서, 17~19일엔 별마을에서 진행된다.

이천에는 도자기와 설봉청정생태, 임금님밥상 외에도 덕평 공룡수목원, 별빛정원우주, 민주화기념공원, 이천승마, 솔밭승마클럽, 도드람테마파크, 꿈꾸는 싱싱팜농원 등 전통적인 가치 위에 청춘의 싱그러움을 얹은 온고지신 여행지가 참 많이 숨어있다.

세계도자비엔날레가 후반부에 접어든 11월6일엔 10-40 청년들에게도 인기 있는 가수 김연자가 찾아와 ‘아모르 파티(amor fati)’로 흥을 돋운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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