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 바그의 아이콘' 장 폴 벨몽도 별세
[경향신문]
프랑스 누벨 바그의 아이콘이던 배우 장 폴 벨몽도가 별세했다. 향년 88세.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벨몽도의 변호사인 미셸 고데스트의 말을 인용해 벨몽도가 6일(현지시간) 파리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부유한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벨몽도는 아마추어 복싱선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뛰어난 신체 감각을 지녔다. 벨몽도는 “거울 속 얼굴이 변하기 시작해 권투를 그만뒀다”고 회고했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 경력을 시작한 벨몽도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1960)로 세계적 스타덤에 올랐다. 프랑스 누벨 바그 영화의 대표작이자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영화에서 벨몽도는 경찰을 피해 도망다니는 자동차 도둑 미셸을 연기했다. 헝클어진 머리에 담배를 꼬나물고 내일을 기약하지 않는 삶을 사는 극중 벨몽도의 모습은 미국의 제임스 딘에 비견되는 반항적 청년의 표상이 됐다. 그의 두툼한 입술, 비뚤어진 코는 조각 같은 외모를 자랑한 라이벌이자 친구 알랭 들롱과 여러모로 대비됐다. 그는 고다르의 또다른 대표작 <여자는 여자다>(1961), <미치광이 피에로>(1965)를 비롯해 클로드 샤브롤, 장 피에르 멜빌, 프랑수와 트뤼포, 알랭 레네 등 수많은 명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했다.
비평가들은 벨몽도를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의 아이콘’으로 기억했지만, 벨몽도는 조금 더 대중적인 영화에 출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비평가들에게 환호받은 자신의 출연작이 “지루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벨몽도는 “대중은 내게 특정 역할을 기대하고, 난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벨몽도와 다수의 작품을 함께했던 감독 앙리 베르뇌유는 벨몽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미리 읽어오지 않는다. 역할에 대해 미리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장면에서 나 어땠어?’라고 묻지도 않는다. 어떤 제안도 하지 않는다.” 장 피에르 멜빌은 “벨몽도는 한 장면을 20가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연기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장면이 옳다”고 말했다.
벨몽도는 대부분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기를 원했다. 남미의 한 강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 피라냐와 독사가 있을지 모른다고 스태프들이 우려했다고 한다. 벨몽도는 고깃덩어리를 강에 던진 뒤 아무 일도 없자 그대로 강에 뛰어들었다. 벨몽도는 영어를 하지 못했고,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벨몽도는 “왜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나”고 말했다고 한다.
벨몽도는 2001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드물게 대중 앞에 섰다.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는 프랑스의 국보였다. 벨몽도에게서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고 썼다. 알랭 들롱은 “나 자신이 산산조각난 것 같다”며 동료의 죽음을 애도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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