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4개월.. '주택정책·인선' 힘겨루다 시간만 보냈다

김노향 기자 2021. 9.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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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10년 만에 돌아온 오세훈의 다섯 달 기록(1) : 공공-민간 사이 오락가락 '희망고문'

[편집자주]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10년 만에 시청에 입성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 절반 여를 남겨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후보 시절 “취임 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한 약속은 시의회와 국토교통부에 막혀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집값 상승으로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정책의 집행기관인 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신임 사장 인선마저 안갯속으로 공백 6개월째를 맞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두 달 만인 지난 6월 초 노형욱 국토부 장관을 만나 정책공조에 합의했다가 다시 두 달 만인 8월 서울시의 자체 공급대책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정책 차별화에 나섰다. /사진=임한별 기자
인구 959만 도시의 주택·방역·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서울시장 자리가 10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바뀌며 대대적인 노선 변화가 예고됐지만 실상은 5개월의 시간을 정체된 채로 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4·7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1년 2개월의 짧은 임기 가운데 절반 가까운 시간을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신임 사장 인선 작업에 쏟았지만 정작 성과가 없는 상태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현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개발을 대신해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공공개발과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공존할 수 없다는 우려 섞인 예상대로 오 시장은 주택정책과 인선 둘 다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상황. 서울시의회 110명 의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00석을 차지하고 있고 오 시장에 힘을 실어줄 국민의힘은 7석에 불과해 시의회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다. 정책 혼선만 반복되고 있다.


공공개발 ‘공공기획’으로 이름만 바꿨다?


오 시장의 대표 공약이던 ‘민간재개발 규제 완화’는 사실상 지킬 수 없게 됐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적극 협력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지위 취득 자격을 ‘안전진단 통과·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제한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 권한이 있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기준 완화’에 대해선 오 시장의 공식 요청에도 검토가 반려됐다.

오 시장은 취임 두 달 만인 지난 6월 초 노형욱 국토부 장관을 만나 정책공조에 합의했다가 다시 두 달 만인 8월 서울시의 자체 공급대책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정책 차별화에 나선 것. 1년 여의 임기 동안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을 인정하면서 민간 재개발·재건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했지만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해 5·6대책과 올 2·4대책을 통해 공공재개발과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을 도입했다. 모두 공공이 주도해 노후주택을 정비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에서 공공개발 성격을 띤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9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 시장이 새로 제시한 ‘공공기획’ 역시 공공이라는 방식을 아예 버리진 못했다. 공공기획은 시행 주체와 상관없이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까지 서울시가 주도해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민간이 주체가 돼 개발을 추진하되 사업 초기 서울시가 정비계획에 공공성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초반 인·허가 과정이 빠르게 진행돼 통상 정비구역 지정까지 5년 정도 소요되던 것을 2년으로 단축한다. 공공기획의 세부내용은 올 하반기 오 시장이 발표할 예정인 주택공급대책에 담길 전망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민간재개발은 물론 기존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직접시행 방식을 택한 사업지도 공공기획을 적용할 수 있다”며 “공공 시행자의 개입을 줄이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공공기획이 노후주택을 빠른 시간 안에 정비해 주택공급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데는 의문이 제기된다.

노식래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용산2)은 “공공기획이라는 정책으로 이름만 바꿔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주민들을 현혹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시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반년여 남은 것을 고려할 때 실효성또한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재개발 포기하고 공공기획 전환


서울시는 공공기획 공모를 당초 계획이던 10월에서 9월로 한 달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공공기획 재개발 구역 25~30개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공재개발과 민간재개발 공모는 중복 접수가 불가해 공모 일자가 다를 경우 먼저 접수한 공모만 인정된다.

종로구 창신동·용산구 서계동·은평구 구산동177·광진구 자양4동·노원구 상계5구역·영등포구 양평동6가 등은 공공기획 공모를 위한 주민 동의율 확보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을 준비하다가 다시 공공기획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종로구 숭인동·행촌동, 용산구 동자동·청파동1가, 송파구 마천2·5구역, 구로구 구로1구역·가리봉5구역, 성북구 장위11·13구역, 은평구 불광1동, 관악구 신림4구역, 동작구 상도동 등도 공공기획 공모 신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재건축에도 공공기획을 도입하기로 했다. 9월 말 공모를 거쳐 연내 사업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재건축 예정 단지 중엔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가 공공기획을 추진한다. 송파구는 지난 8월 30일 오금현대 재건축 정비계획 주민 공람을 공고했다. 하지만 오금현대 주민들은 의견서를 통해 서울시의 공공기획 정비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공공기획도 정부의 공공재개발과 마찬가지로 주민 이해관계가 대립하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공공기획은 사업 공모를 위해 주민 동의율 30%만 확보하면 되지만 최종 시행을 위해선 주민 3분의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공공재개발과 같은 기준이다. 현재 공공재개발 추진 구역 가운데 흑석2구역과 신설1구역 등은 주민 반발로 사업이 어렵게 됐고 용산구 용문동, 서초구 방배동 등은 일부 주민이 공공재개발을 요청함에도 지자체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투기 신호


공공기획 사업구역 내 투기가 급증해 집값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부동산정보플랫폼 ‘다방’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비아파트(빌라)의 외지인 매입 비율은 2017년 상반기 18.7%에서 올 상반기 31.2%로 급증했다. 도봉·구로·양천·강서·용산·관악구는 상반기 외지인의 빌라 매입 비율이 40% 수준에 이르렀다. 빌라 10채 중 4채 이상을 외지인이 매입한 꼴이다. 도봉구는 외지인의 빌라 매입 비율이 2017년 16.4%에서 상반기 44.3%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종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며 재개발 시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외지인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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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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