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 가이' 트루먼 쇼 대신 행복한 AI가 되다

2021. 9. 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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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 정해진 행동만 하다가 플레이어의 총에 허망하게 죽어 나가던 NPC(Non Player Character)들. AI가 진화해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게임 속 설정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게임 캐릭터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은행원 ‘가이’는 자신이 게임 속 배경 캐릭터라는 사실을 깨닫고, 서비스 종료와 캐릭터 삭제를 막으려 동분서주한다.

크림 하나, 설탕 둘 들어간 커피를 마시며 은행에 출근해 절친 버디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퇴근 후엔 해변에서 맥주 한 잔 하며 “좋은 하루, 아니 훌륭한 하루 되세요”라는 멘트로 매일을 마무리하는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한편 자신이 개발한 게임 코드가 ‘프리시티’에 불법적으로 사용됐다고 생각한 게임 개발자 ‘밀리(조디 코머)’는 증거를 찾으려 ‘몰로토프걸’로 게임에 접속한다. 가이는 총격전과 외계인의 침공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프리시티에서 우연히 몰로토프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특별한 선글라스를 통해 프리시티의 다른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그녀는 “모두가 비디오 게임 ‘프리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고, 게임 회사 CEO 앵트완이 곧 프리시티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화 ‘매트릭스’와 ‘트루먼 쇼’, 강제 종료 당했던 싸이월드나 세이클럽의 가상 아바타, 서비스 종료된 추억의 게임들이 생각나기도 하는 영화다. 거침없는 입담과 잔망스러운 매력을 지닌 ‘데드풀’로 유명한 라이언 레이놀즈가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할 전망이다. B급 유머와 많은 대사를 특유의 병맛으로 찰지게 소화하는 오디오는 그대로 살아 있지만 데드풀의 ‘냉소’는 빠지고 착한 성격만 남겼다. 숀 레비 감독과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로 합을 맞춘 조 키어리는 대기업 게임 회사 ‘수나미’의 개발자이자 천재 프로그래머로, 자신이 창조한 게임 ‘프리시티’를 지켜 내려는 ‘키스’ 역을 맡았다. 미드 ‘킬링 이브’의 소시오패스 킬러로 에미상을 받은 배우 조디 코머는 현실 세계 게임 디자이너이자 프로그래머인 밀리와 게임 속 플레이어 몰로토프걸의 1인 2역을 맡았다. 사이코패스 같은 수나미 컴퍼니의 CEO 앤트완 역의 타이카 와이티티는 힙합 스니커즈와 목걸이를 주렁주렁 걸친 채 직원들에게 “해고~!”를 남발하고 쉽게 화를 내는 다혈질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영화 ‘트루먼 쇼’의 짐 캐리는 30년간 강제 몰카에 당하다 결국 바다 끝까지 항해해 비상문으로 탈출한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 시리즈, ‘리얼 스틸’,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영화 ‘컨택트’ 등을 연출·제작한 숀 레비 감독. 그는 자신의 평생이 실시간 리얼리티 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트루먼 쇼’처럼 진지하게 자아를 고민하는 대신, 게임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와 사람들,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 행복하게 사는 결말을 택했다. 가이는 현실 육신을 가질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뒤, 동료들과 심지어 자신이 사랑했던 인간 여자의 사랑까지 AS한다.

‘프리 가이’는 각성한 인공 지능의 인간계 습격이나 반대로 씁쓸한 희생 대신, 유쾌한 각성과 따스한 자립으로 마무리된다. 곧 파괴될 게임 속 가상 현실이라 해도 그 순간만큼은 진짜라 믿는 장면은 일순 감동이다. 공간과 사물이 뒤틀리는 ‘인셉션’이나 서클로 공간 이동이 가능했던 ‘닥터 스트레인지’ 등 익숙한 초현실적 설정들, 중력이나 질량, 밀도, 물리학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거친 가상 현실 액션들과 함께 포트나이트나 GTA 같은 게임 속 아이템을 발견하는 재미, 레벨 업이나 버그, 퀘스트 등 RPG 게임 속 설정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러닝 타임 115분.

[글 최재민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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