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슬리퍼·곰표 패딩.. 기념품 아닙니다, 굿즈는 메시지입니다
'슬리퍼 생활권' 강조하는 당근마켓 주황색 슬리퍼 등
철학 담은 25개 기업 굿즈 망라
“사는(live) 재미가 없으면 사는(buy) 재미라도”. 소비 생활의 즐거움을 주제로 내세운 인터넷 미디어 디에디트의 모토다.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 곳일까? 속물 같아 보이진 않을까? 디에디트는 머니 사이드 업(money side up)이라는 브랜드로 굿즈(goods·상품)를 만들어 모호함과 위험을 돌파한다. M$UP라는 약자(달러 기호가 핵심)나 No Pay No Gain(돈 내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 컵, 가방이 유쾌하면서도 세련됐다. 소비를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천박하지 않으며, 취향을 발견하고 삶의 활력소를 찾는 일이라고 이 물건들은 이야기한다.
M$UP의 굿즈들은 서울 성수동 데어바타테에서 5일까지 열리는 ‘오브젝트 바이 프로젝트’에 전시 중이다. 업종·규모 불문 25개 브랜드가 참여해 굿즈가 곧 메시지임을 보여주는 전시다. 기념품 정도로 여겨지던 굿즈는 이제 기업과 브랜드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접점에 등장하고 있다. 무형의 메시지보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굿즈가 훨씬 구체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굿즈는 멀쩡한 물건에 기업 로고를 큼직하게 찍은 사은품에서 공들인 디자인의 대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당근처럼 주황색인 당근마켓 가방과 슬리퍼에는 ‘당근이세요?’라고 적혀 있다. 어색한 상대와 만나 거래가 성사되는 ‘당근의 순간’, 슬리퍼로 다닐 수 있는 ‘슬세권’ 동네 커뮤니티라는 기업의 지향점을 재치 있게 형상화했다. 현대자동차는 반려동물 캐리어(이동 가방), 실제 탑승 가능한 어린이용 미니카 등을 선보였다. 직접 운전하지 않는 어린이와 동물까지 누구에게나 더 나은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는 생각을 강조했다. 곰표는 맥주·팝콘·패딩 점퍼에 이어 상호의 한글 표기를 아래위로 180도 뒤집은 ‘표문’ 막걸리까지 나아갔다. 오래된 밀가루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신세대들의 야민정음(한글의 형태를 이용한 문자 유희)까지 포용하는 젊은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된 굿즈 중에는 키치한 것, 복고풍인 것, 유머러스한 것도 있다. 스타일이 제각각인 굿즈들의 공통점은 ‘예쁘다’는 것이다. 보기엔 좋아도 실용적이진 못하다 해서 굿즈를 ‘예쁜 쓰레기’라 부르기도 하지만 예쁘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연신 사진을 찍으며 감탄하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굿즈들을 살펴보고 있으면 결국 예쁜 것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무료.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네이버로 예약을 받는다. 대부분 굿즈는 실제 구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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