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가구, 식물이 어우러진 스탠딩에그의 작업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나듯이, 밝고 아늑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음악이라서 그런 걸까, 스탠딩 에그의 곡들에선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스탠딩 에그의 에그 2호가 최근 망원동에 마련한 작업실은 그의 취향을 오롯이 담았다. 빈티지하고 편안한 감성을 좋아하는 그는 벽을 원목으로 마감해 외국의 오래된 녹음실 분위기를 풍기는 작업실로 완성했다. 커피 애호가답게 작업실 한쪽은 커피 바처럼 스타일링해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들과 커피 타임을 즐기며 일할 수 있도록 했고, 평소 그가 애정하는 디터 람스 디자인의 가구와 식물로 채운 공간은 따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업실이 바뀌니 음악을 만드는 일도 더욱 즐거워졌다는 에그 2호. 매일 설레는 기분으로 작업실에 출근하고 있다니, 앞으로 듣게 될 스탠딩 에그의 음악에서 짙은 행복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식물과 디자인 가구가 가득 찬 작업실이 정말 멋지네요! 음악 작업실은 소음이 발생하기도 하고, 상업 공간이 아니다 보니 주로 지하에 마련하는데요, 저희는 따뜻하고 밝은 음악을 많이 만드는 팀이라서 그런지 그런 곳에서는 좀 가라앉고 울적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창문이 있는 곳에서 일하자는 생각으로 작업실을 찾았는데요. 하나씩 원하는 바가 늘어나서, 창문이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는 쾌적한 공간을 찾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어요(웃음).
아파트를 고른 것도 독특해요. 쾌적한 작업실을 갖고 싶은 욕심의 결과물이에요(웃음). 월세를 내면서 제 스타일에 맞는 쾌적한 공간을 갖기도 어렵잖아요. ‘영끌’ 해서 작업실을 얻고, 저희는 이곳에서 주로 작곡과 작사를 기 때문에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수리하고 작업실로 만들었어요. 이곳에서 작업한 지 1년이 조금 안 됐는데 정말 만족해요.
작업실의 콘셉트를 설명해주신다면요? 세월이 담긴 오래된 녹음실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멜버른이나 브루클린 같은 곳을 여행했을 때 그곳 뮤지션들의 자유분방한 무드가 한껏 살아 있는 작업실이 부러웠거든요. 스튜디오이면서 아틀리에 분위기도 풍기는 그런 공간이 갖고 싶었어요. 저희가 어쿠스틱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해서 자연스럽고 오래된 분위기를 연출했고요.
#친구에서 연인
내 맘 숨길 수밖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친구라는 단어 앞에 안 어울리니까
내가 얼마나 편하면 꾸미지도 않아 한번 네 곁에 이렇게 머물긴 싫어
네 마음 원해 내 맘은 안 변해 이렇게 말할래 오늘이 지나기 전에
#뭘까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만나 why why why why
밤새 둘이 전화기를 안 놔 why why why why
누가 봐도 사귀는 거잖아 왜 너만 인정을 못 하면서
친구라고 못을 박는 거야 why
공간에 관심이 많은 뮤지션의 작업실이라서 그런지 여기는 식물도 멋있게 잘 자라는 것처럼 보여요. 공간을 완성하는 마지막은 식물인 것 같아요. 삭막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원했기 때문에 식물을 많이 들이게 되었어요. 보통 작업실이라고 하면 기계와 악기로 가득 찬 경우가 많거든요. 여기도 물론 그런 것이 많지만, 아름다운 가구와 식물, 카펫 등을 어우러지게 매치해서 좀 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멋진 디자인 가구들도 눈에 띄어요. 가구만 보면 성공한 뮤지션처럼 보이죠?(웃음) 사실 제가 3~4년 동안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했는데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디자이너의 가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많은 분이 제 카페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디터 람스 디자인의 가구들을 공수해서 채우고 디터 람스의 작업실 콘셉트로 꾸몄어요. 제가 디터 람스의 단정하고 똑떨어지는 디자인, 그리고 지금 접해도 굉장히 세련돼 보이는 그런 디자인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러다가 작년에 카페를 접으면서 그곳에 있던 가구를 그대로 이곳에 옮겼어요. LC2나 바실리 체어는 집에서 사용하던 것을 갖다 놓은 거고요.
스피커, 턴테이블 등 음향기기들도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네요. 음악을 만들다 보니 음악을 감상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좋은 걸 많이 들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이엔드 장비들을 갖춘 것도 있어요. 거실에 있는 앰프는 매킨토시라는 브랜드의 제품인데요, 저희끼리는 음표 샤워라고 표현하는데 사운드에 흠뻑 젖게 만들어줘요(웃음).
음표 샤워라니!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번 뮤직로그 영상에서 스탠딩 에그의 음악으로 음표 샤워 기대해볼게요(웃음). 뮤직로그에서 에그 2호의 취향이 담긴 가을과 어울리는 것들을 소개하기로 했죠? 어떤 것들이에요? 가을에 즐기면 좋은 커피, 책, 음악을 소개하려고 해요. 그중에서 최근에 좋아하게 된 커피는 멜버른의 마켓레인이라는 로스터리의 원두로 내린 것이고요. 에디오피아 원두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데 가을 오후에 핸드드립으로 묵직하게 내리면, 밤과 아몬드의 고소한 맛이 느껴지고 기분을 안락하게 만들어줘요. 이 커피를 마시면서 빌리 마틴의 ‘bad apple’이라는 음악을 한번 들어보세요.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살짝 읊조리는 듯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인데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이에요? 굉장히 귀여운 생쥐가 주인공인 《프레드릭》이라는 그림책이에요.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주인공인 생쥐 프레드릭이 제 아내랑 너무 닮았더라고요. 살짝 감긴 눈의 몽상가 같은 표정이 정말 비슷해요(웃음). 그렇게 접한 책인데 읽다 보니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주는 내용이었어요. 프레드릭은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일할 때 햇빛만 모으는 한량 같은 생쥐인데, 모두가 추위에 떠는 배고픈 겨울날 프레드릭이 햇빛에 관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줘요.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 모두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겨울을 이겨낸다는 이야기인데, 예술가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더라고요. 매일매일을 열심히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지만, 고난을 이겨낼 만한 영감을 얻는 일을 하는 것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에그 2호의 추천 아이템들을 즐기며 좀 더 풍요로운 계절을 만끽해 볼게요. 스탠딩 에그의 이번 가을은 어떨 것 같아요? 원래 인디 뮤지션에게 가을은 페스티벌과 공연으로 가득한 계절이에요. 코로나19 시국이 아니었다면 주말마다 공연이 있었을 텐데 2년째 공연을 못 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 시기가 아련하게 느껴지네요. 대신 저희 부부는 요즘 캠핑에 푹 빠졌는데, 여름엔 폭우가 내리고 벌레도 많아서 그리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이 오고 있어서 너무 기대돼요. 자연 속에서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이번 가을은 자연 속에서 계절을 느끼며 보내고 싶어요.
기획 : 심효진 기자 | 사진 :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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