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노르웨이 그린 페스티벌'

이철규 2021. 8. 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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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스 지역, 매년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페스티벌 열어

지구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축제

한국의 24절기 처서(處暑) 즈음인 노르웨이 8월 말은 신학기의 시작과 가을맞이로 분주하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기온이 한국보다 짧은 여름을 실감케 한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인근 오스(Ås) 지자체에서는 매년 가을 초 농산물 수확 시기에 맞춰 공정무역, 폐기물 제로, 지속가능한 삶에 중점을 둔 녹색 축제인 ‘그린 페스티벌(Grønn festival)’ 행사를 연다. 이 행사는 지역 거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녹색환경 축제를 지향한다.

◆노르웨이 오스 시청(좌)과 그린 페스티벌 소개(우) ©이철규

올해 행사는 노르웨이 학교가 가을 학기를 시작하는 첫 주인 8월 20일(금)부터 8월 22일(일)까지 오스 시청(Ås Rådhus) 인근과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NMBU) 캠퍼스 내에서 3일간 진행됐다.

지구 환경, 기후변화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고, 세미나, 음악 콘서트, 연극, 춤, 요가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렸다. 지역 농산물을 파는 푸드 트럭, 그린 마켓 프로그램도 축제 기간에 만나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 적십자 단체, 그린피스 환경 단체 등이 진행한 벼룩시장, 자전거 무료 수리, 지구 환경에 대한 세미나 등은 특히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행사 마지막 날에 상영된 지구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기후변화 다큐멘터리 영화는 행사의 취지를 잘 설명해 줬다.

◆노르웨이 그린 페스티벌(소녀합창단 공연, 요가, 음악 연주) 공연 소개(위), 덴마크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70/30 소개 자료(아래) ©그린 페스티벌 홈페이지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모임을 미뤄온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비교적 규모가 큰 행사로 많은 지역 단체와 지역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영화 상영과 푸드 마켓을 제외한 모든 문화 행사가 무료로 진행되고, 축제 기간 내내 늦여름의 맑은 날씨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율을 높였다.

◆노르웨이 오스 그린 페스티벌 2021 야외 문화행사 ©이철규

이번 축제는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NMBU) 학생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됐고, 자원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지역 화폐 개념의 식사 쿠폰을 제공했다. 노르웨이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시급이 평균 150~160Kr(한화 약 2만 원) 임을 고려하면 3일간의 대학생들의 자원봉사는 행사의 꽃이었다.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NMBU) 학생들이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그린 마켓 부스, 지역 농장에서 재배한 벌꿀,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농장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부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 로컬 푸드, 푸드 트럭 등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의 그린 마켓 참여도는 매우 높았다.

특히 한국인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한국 음식문화 부스가 이번 행사에 처음 소개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노르웨이 생활과학대학에서 국제 환경 개발학을 전공하고 있는 안선영 학생은 이번 축제 기간 동안 김치, 떡볶이, 도토리묵 등 다양한 한국 음식과 한복 복주머니, 한복, 수제비누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그린 페스티벌 홈페이지에 소개된 한국인 대학생의 한국 음식과 문화 소개 ©그린 페스티벌 홈페이지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김치는 세계적으로 너무 잘 알려진 음식이다 보니 노르웨이 사람들은 케이팝(K-pop) 만큼이나 한국 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매운 한국 고추 맛과 피시 소스로 알려진 감칠맛 나는 젓갈 향에도 불구하고 오전 일찍 판매가 완료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한국어로 인사를 하는 현지인이 있을 정도로 한국 문화는 노르웨이에 잘 알려져 있었다.

노르웨이에서 도토리는 이제 막 푸른 열매가 익기 시작해 가을이 끝날 무렵에나 수확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도토리 가루를 이용해 만든 도토리묵은 약간은 쓰고 떫은맛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한국 음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한국 김치가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시간이 흐른 후 한국의 도토리묵이 "코리아 도토리 젤리"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을 상상해 본다.

◆그린 페스티벌 한국 부스 음식 문화 소개 전경. 한국 음식을 시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철규

한국 음식 문화 부스에는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의 한국전쟁 참전, 한반도 통일 필요성 등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관련 글과 통일 관련 자료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노르웨이 젊은 학생들에게 한국의 분단 상황을 알리고, 평화 통일의 필요성을 알렸다.

2023년이 한국전쟁 종전 70주년이며, 한국에서는 종전 선언을 위한 70주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자료를 전달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전쟁 종전 캠페인에 서명한 인증 사진을 보여주면 수제 비누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한국의 분단 상황을 알리고 평화 통일의 염원을 담았다. 

◆그린 페스티벌 한국 부스(위), 부스에 전시된 한국 소개 자료(아래) ©이철규

노르웨이는 6.25 한국전쟁 당시 한국에 의료 지원단을 파견했다. 노르웨이는 부상당한 한국군과 유엔군의 치료 그리고 난민 구호에 앞장선 나라이다. 이번 지역 행사가 대한민국 전통의 맛과 멋뿐만 아니라 평화 통일을 알리는 작지만 큰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

2021년 여름과 가을 사이, 노르웨이의 코로나 상황은 인구 대비 한국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다만 8월 말 기준 노르웨이 국민의 약 50%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고, 약 70%가 1차 접종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이번 지역 행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일일 감염자 수가 많은 상황이지만 마스크 의무 착용 없이 진행됐다.

학생들의 개학 시기에 맞춰 진행된 이번 행사는 작은 규모지만 세계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 변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자리였다. 또한 한국 음식 문화의 우수성을 노르웨이에 알리고 김치의 유명세를 확인할 수 있던 자리였다.

◆노르웨이 도토리 열매(2021년 8월 22일) ©이철규

노르웨이 도토리 열매 알이 통통 차오르고 있다. 한국보다 더 크고, 더 쓰고, 더 떫지만 한국인 손에 오면 순한 맛의 도토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맛과 멋이 이제 세계가 알아주는 한국만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노르웨이 소도시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한국 문화의 자부심을 새삼 느껴본다.

노르웨이 학생들과 젊은이들의 자원봉사와 관심으로 무사히 축제를 마치고, 학생들은 배움과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인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의 가을 학기는 한국의 봄 학기처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3일간의 그린 페스티벌의 열정으로 다시금 새 학기의 첫 마음으로 무엇을 못하겠는가?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처서(處暑). 지난가을,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코스모스 꽃길을 등교하는 한국 학생들의 힘찬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한민국 높은 하늘 너른 들녘에서 넉넉한 농심으로 오곡백과 수확하고, 로컬 푸드, 로컬 팜 등 다양한 지역 행사가 무사히 열리길 기원해 본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노르웨이 오스 = 이철규 글로벌 리포터 global279@gmail.com

■ 필자 소개

현 의료기기 유럽지역 에이전트

전직 마이스터고 산학겸임교사

전직 의료기기 업체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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