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신바람 난 삼대'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2021. 8. 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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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대학로의 스테디셀러인 ‘바람난 삼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원 제목 앞에 ‘신’이란 글자 하나 붙었는데 의미가 제법 경쾌하고 밝아졌다. 이런 효과는 극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제12회 2인극 페스티벌 인기상 수상, 인터파크 관객 평점 9.5점을 기록한 검증된 연극이라 만듦새나 배우들의 열연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Info

-장소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2관

-기간 오픈런

-티켓 전석 3만5000원

-시간 화~금 오후7시30분 / 토·공휴일 오후2시, 5시 / 일 오후2시 (월요일 공연 없음)

-출연 남자-유일한, 전재형, 김종현 / 여자-진혜원, 양정운, 김소민

연극은 한집에 살고 있는 삼대, 즉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주인공이다. 하루하루, 매일매일이 그야말로 남자들의 전쟁이다. 혼자인 할아버지는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해서 마음에 품고 있는 할머니에게 은근 작업 중이다. 돌싱인 아버지는 회사에서 만난 여직원과 사랑에 빠졌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연인과 가정을 이루고 싶어한다. 아들, 개성 강한 이 친구는 모든 대화를 랩으로 한다. 그에게도 비슷한 성향의 여자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세 남자는 집이 빈다는 기막힌 정보를 얻게 된다. 각기 출장 계획, 신체 검사, 아들은 친구를 만나러 나가게 된 것. 바글바글하던 집이 오늘만큼은 텅 빈 공간이 되는 것이다. 세 남자는 달콤한 계획을 세운다. ‘오늘 집이 빈다!’ 세 남자는 각자 사랑하는, 사랑하고 싶은, 사랑하려는 여자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다. 집은 곧 만원이 되고 요절복통의 해프닝이 벌어진다.

연극 포스터를 장식하는 헤드 카피는 ‘아날로그 정통 체력극’이다. 무대에 막이 오르면 곧 이 문장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다. 무대는 단순하다. 방문이 세 개 있는 거실, 가운데 작은 소파가 있고 한 편에 키보드가 있다. 극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배우는 두 명이다. 이상하다? 삼대와 이들의 여자 친구까지 하면 최소 6명이 등장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두 명의 배우가 모든 역할을 다 해낸다. 즉, 1인 3역의 고난도 연기가 펼쳐지는 것. 이들에게 캐릭터 변신 공간은 방문 안이고, 시간은 방문을 열고 방문을 닫고 다른 방문을 여는 짧은 순간이다. 그야말로 ‘퀵 체인지 쇼’가 펼쳐지는데, 배우에게 극강의 체력을 요하는 대사, 연기, 의상 체인지, 캐릭터 변신의 ‘체력극’이 슬라이드 쇼처럼 연결된다. 마루를 구르고, 춤을 추고, 랩을 하고…. 한 명의 배우가 세 명의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대사를 무려 90분간 쉴 틈 없이 쏟아내는데, 2인극의 한계에 도전장을 내민 것 같다. 어떤 특수 효과나 장치도 없이 무대 위의두 배우의 체력을 갈아 넣어 완성한 ‘땀과 노력의 극’은 기발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순도 100% 재미를 선사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극은 ‘사랑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열정 삼대의 삼색 사랑 이야기에 포복절도 하다 보면 어느 새 마음으로 스며드는 우리네 인생 이야기가 보인다. 순수하지만 열정적인 아들의 사랑, 인생의 무거움에서 다시 청춘을 꿈꾸는 아버지의 사랑, 고통 같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픈 할아버지에게 다시 찾아온 정열의 사랑, 이 모두가 소중하다는걸 깨닫는다. 마지막, 커튼콜에서도 ‘6인의 인물’이 모두 등장해 관객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안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아트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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