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전성기 이후 이렇게 매운맛은 처음, '돌싱포맨'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1. 8. 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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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포맨', 관찰예능 시대의 '라디오스타'가 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새롭게 런칭된 예능은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오면 마음을 놓을까. 요즘 예능 시청률(이하 닐슨 코리아)은 시작 후 3% 정도가 합격 최저선으로 향후 추세를 지켜볼 만하고 5%를 넘으면 성공으로 평가받고 대박 후보군에 들어가는 듯하다. 근래 시작과 함께 5%를 넘어선 프로그램들은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 JTBC <뭉쳐야 찬다> 시즌1, 2와 <뭉쳐야 쏜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이 있다.

이런 '5% 런칭 클럽'에 최근 이름을 추가한 예능이 있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이다. <돌싱포맨>은 지난달 13일 첫 회가 5.3%로 시작한 이후 7.9%와 8.2%를 기록하는 등 루키로는 드물게 화려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행복에 목마른 네 남자의 토크쇼'를 표방하는 <돌싱포맨>은 SBS <미운 우리 새끼>의 스핀오프다. <미운 우리 새끼>에 함께 등장해 큰 웃음을 선사하던 멤버들 중 이혼 경력이 있는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를 따로 모았다. 제목에 '신발 벗고'가 들어가는 이유는 예능을 진행하는 공간이 네 멤버의 집이고 이곳으로 게스트를 부르는 포맷이라 그렇다.

<돌싱포맨>의 높은 인기는 <미운 우리 새끼>의 후광 효과와, 매운맛 웃음을 가능하게 한 기본 설정에 있는 듯하다. 이혼은 흠이 아니지만 이혼으로 인해 외롭고 이런저런 하자(?)가 있는 캐릭터로 설정된 중년남들이 서로의 치부를 건드리는 매운맛 토크가 <둘싱포맨> 웃음의 근간을 이룬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7.9%의 2회와 8.2%의 4회를 보면 <돌싱포맨>의 특징이 명확히 드러난다. 2회에는 같은 이혼남인 서장훈이 등장해 <돌싱포맨> 멤버들과 섞이기를 거부하면서 멤버들과 대립각을 세웠고 이어 '중매의 여왕' 김인숙 결혼상담소장이 등장해 멤버들의 재혼이 쉽지 않게 보이도록 만드는 엉뚱하고 황당한 입담으로 큰 웃음을 만들었다.

4회는 빨간 맛 누님들로 명명한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등 센캐 노배우들이 초청돼 종종 비속어도 섞은 팩트 폭력으로 멤버들을 독하게 다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재혼해도 이혼 당할 것 같은 사람', '말년에 외롭게 늙어 죽을 것 같은 사람' 등을 멤버 중에 꼽아 보고 상견례 연습을 해보는 과정 등을 통해 마라맛 예능의 참재미를 선보였다.

<돌싱포맨>은 <라디오스타>를 연상시킨다. 난장판 토크쇼의 한 획을 그은 <라디오스타>처럼 매운맛 토크가 웃음의 근간인 점이 그렇다. 물론 <라디오스타>는 주로 MC들이 게스트들을 몰아세운다면 <돌싱포맨>은 멤버 서로가 치부를 파헤친다. 공격 방향성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예능의 트렌드 변화에 따른 결과일 뿐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은 상당히 유사하다.

<돌싱포맨>은 관찰 예능 시대의 <라디오스타>같다. <라디오스타>는 토크쇼가 예능의 주요 장르중 하나이던 시대에 스튜디오 토크 방식으로 포맷이 잡혔지만 이런 토크쇼는 최근에는 선호되지 않고 있다. <돌싱포맨>은 토크를 하기는 하지만 스튜디오를 벗어나고 진행을 하는 MC가 따로 있는 형태가 아니다.

멤버들끼리, 혹은 게스트와 뒤섞여 난타전을 펼치는 형식을 택했는데 이는 현재 트렌드인 관찰 예능에 독한 토크쇼를 녹여 내기 위한 묘안으로 보인다. <돌싱포맨>과 <라디오스타>는 토크 난타전에 기반한 예능이라는 점만 아니라 토크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상황극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상황극을 통해 누군가는 망가지는 것도 동일하다.

<라디오스타>가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때로는 방송시간이 5분도 안 되던, <무릎팍도사>의 서브 코너였다가 결국에는 독립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점도 <미운 우리 새끼>의 서브 예능인 <돌싱포맨>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매운맛 예능은 시청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있어 왔지만 <라디오스타>외에는 자리잡는데 거의 다 실패했다. <라디오스타> 자체도 정치적 올바름(PC)이 예능에도 요구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약자에 대한 존중 부족이 혹시라도 벌어질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전보다 많이 매운 강도를 낮춰 왔다.

이런 흐름 속에 <돌싱포맨>이 새로운 매운맛 예능의 안착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돌싱포맨>은 멤버들 스스로가 서로를 자학해 매운맛을 구현하는 방식을 택해 MC가 게스트를 공격하는 <라디오스타>가 직면해야 했던 지적들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일단 긍정적이다.

반면 토크쇼와 관찰 예능의 결합은 장기적으로 유지가 가능할지 좀 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돌싱포맨>의 생존 여부는 관찰, 육아, 요리, 여행 등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갈수록 순하고 잔잔해지는 예능 트렌드 속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수요가 존재하는 독한맛 웃음에 대한 허기를 채워주는 일이 가능한지를 판가름하는 문제라 귀추가 특히 주목된다.

좋은 출발을 보인 <돌싱포맨>이 이후 약점도 극복한다면 본체인 <무릎팍도사>를 넘어선 서브 <라디오스타>처럼 <미운 우리 새끼>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라디오스타>가 5분 방송할 때 지금 같은 상황이 될 줄 아무도 몰랐으니까.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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