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앙숙' 모로코와 외교단절..서사하라 긴장감 높아지나

이윤정 기자 2021. 8. 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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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람탄 라맘라 알제리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수도 알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로코와의 단교를 선언하고 있다. 알제|A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국가 알제리가 ‘앙숙’ 모로코와 외교 단절을 선언했다. 두 나라는 수십년 간 서사하라 영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람탄 라맘라 알제리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수도 알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로코가 적대행위를 했다”며 이날부터 국교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라맘마 장관은 압델마드지드 테분 대통령의 성명을 대독하며 “모로코 왕국은 알제리를 겨냥한 적대 행위를 멈춘 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테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성명을 통해 “알제리를 향한 모로코의 끊임없는 적대행위는 양국 관계의 재고를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며 “모로코와 접한 서쪽 국경의 보안 강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모로코 외교부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힌 성명에서 “알제리 정부의 결정은 부당하다”면서 “알제리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충실한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외교 단절 상황에서도 각국 영사관은 계속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제리는 지난 9일 알제리 북부에서 일어난 산불이 모로코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의 방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로 커진 불은 수만 헥타르의 삼림을 집어삼켰고, 90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갔다. 알제리는 방화를 저지른 배후가 모로코의 지원을 받아 알제리 북부 카빌리 지역에서 자치 운동을 펴온 ‘카빌리 자결운동’(MAK)이라고 지목했다.


알제리와 모로코는 길이 1427㎞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다. 역사와 문화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언어도 비슷하지만 서사하라 영유권 문제로 수십년 동안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모로코는 1975년 스페인 식민통치가 끝난 뒤 합병한 서사하라 영토를 자국의 남부지방이라며 지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서사하라 영토에 풍부한 광물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제리는 서사하라의 독립을 촉구하는 ‘폴리사리오 운동’을 지지한다. 알제리를 비롯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폴리사리오가 지향하는 ‘사하라위 아랍민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알제리와 모로코는 갈등을 겪어 왔고 양국 국경은 1994년 이후 닫힌 상태다.

서사하라 문제는 수년간 비교적 잠잠했지만 지난해 이후 다시 악화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은 모로코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대가로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인정했다. 폴리사리오는 무장투쟁을 재개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알제리는 모로코 정부가 이스라엘이 개발한 페가수스 스파이웨어를 사용해 알제리 고위관리들에 대해 스파이 활동을 펼쳐왔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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