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즐기는 영화제의 매력 [방구석 극장전]

2021. 8. 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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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스크 없는 세상’은 아득한 과거의 기억이다. 강요된 변화에서 영화계 ‘축제’라 할 영화제도 예외일 순 없다. 화려한 레드카펫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국내외 영화제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분투 중이다. 상업영화 시장만으로 충족되기 어려운 다양한 영화가 소개되는 창구인 영화제는 여전히 감당할 ‘몫’이 많다.

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포스터 / EBS


18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가 8월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EIDF 2021의 슬로건은 ‘일상의 특별함을 담다’. 그동안 누려온 일상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려는 태도가 진하게 다가온다. 다른 영화제와 EIDF의 결정적 차이는 ‘방구석’에서도 접근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한적 극장 상영과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획전 같은 특별 행사도 있지만, EIDF는 EBS 정규방송 시간을 활용한 온라인 상영이 핵심이다. 이 특색은 요즘 상황에서 안정적 진행에 큰 이점이다. 방송편성을 통해 50여편의 장단편 다큐를 안방에서 만날 수 있다.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은 국제/아시아 경쟁으로 나눠 진행되며, 사회 각 분야 표상이 된 인물 다큐 소개 ‘클로즈업 아이콘’, 공간이 담은 사연과 변화 ‘공간의 기억’,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 ‘키즈 앤 틴즈’, 땀내 나는 휴먼 드라마 향연 ‘다큐의 열기’, 음악과 춤 같은 무형예술에 특화된 ‘무형다큐제’ 등 테마로 소개되는 영화들은 2021년 지구촌의 풍경을 확인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중에도 ‘동시대성’에 주목한 ‘컨템포러리 다큐 파노라마’ 섹션 상영작 2편이 돋보인다. 〈누가 영웅인가〉는 코로나19에 맞서는 최전선, 벨기에 에라스무스 병원 의료진들을 조명한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정부 지원, 혼란에 빠진 시민, 주먹구구인 응급상황에서 오직 의지와 희생으로 난관을 헤치며 사람들을 위로하고 생명을 구하려 분투한다. 의료진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조건에서 과로에 시달리고, 가짜 정보에 혹해 병원을 탈출하는 환자들에 속상하다가도 퇴원한 환자의 감사 메시지에 보람찬 표정은 뭉클하다. 지금 현재도 코로나19와 인류의 대결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코로나 그리고 전쟁〉은 내전이 끝나지 않는 아라비아반도 끝자락, 예멘 상황을 폭로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한 기자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종파로 나뉜 ‘합법 정부’와 ‘후티’ 반군 지배영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은 최악이다. 통치력을 상실한 정부는 자국민의 생명을 국경없는 의사회에 의지하는 중에도 관료들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 비협조로 일관한다. 반군 또한 솔직하게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국제봉쇄를 핑계로 국민을 위험 속에 방치한다. ‘역병’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탐욕이다.

이 2편은 풍성한 EIDF 라인업 중 일부일 뿐이다. 방송 편성표와 영화정보를 검색해 ‘나만의 영화제’ 일정을 짜고 눈과 귀를 집중하면 고립을 벗어나 세상과 만날 기회다. 온라인 상영 기간을 놓쳐버렸다면, 상영작 다수를 VOD 다시보기 지원하는 D-BOX 서비스가 있다. 세계의 다채로운 풍경을 ‘안방’에서 만날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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