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미투' 주장 박진성, '연인관계' 주장 허위 판결
4년 간 '대학 시절 연인관계' 주장했지만…재판부 증인·증거 종합해 '허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시인 박진성씨가 자신에게 스토킹 피해를 받았다고 언급한 후배 문인에 대해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한 내용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박씨가 피해자 유씨 측에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박씨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희롱과 허위사실 적시가 인정돼 11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재판장 윤도근)는 지난 19일 시인 유진목씨와 배우자 손문상씨가 박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진목 시인과 그의 배우자 손문상씨에게 각각 800만원과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박씨가 유씨를 상대로 제기한 반소(맞소송)는 기각했다.
박씨는 유씨의 대학교 학내 문학동아리 선배로, 박씨와 유씨는 같은 시기인 2000년 초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유씨는 2016년 12월 문학잡지 '문예중앙' 겨울호에 실은 산문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문단 내에서 겪은 스토킹과 작품표절 피해를 언급했는데, 박씨는 해당 글에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다며 유씨가 2000년 초 자신과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45회에 걸쳐 트위터와 블로그에 “(유씨가) 자꾸 '연애'였던 일을 '스토킹'으로 몰아간다” “부산 여행에서 같이 찍은 사진 수십장을 가지고 있다” 등 발언을 했다. 유씨가 박씨에게 보냈던 이메일 일부를 트위터에 공개한 뒤 '연애편지'로 보이는지 온라인 설문을 실시하기도 했다. 유씨는 이에 “박씨가 과거 연인관계가 아니었음에도 마치 연인관계였던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박씨·유씨와 함께 문학동아리 활동을 한 이들의 증언과 진술서, 양측이 제시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해 “박씨가 유씨와 2000년경 서로 '연애'하는 '연인관계'에 있었다는 글을 게시하고 2000년 8월경 부산 여행을 언급한 것은 전체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며 “박씨는 원고 유씨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유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박씨·유씨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한 복수의 동문이 법원에 “고대문학회에서 유씨와 박씨가 커플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둘이 사귀는 중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박씨가 유씨의 남자친구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박씨가 유씨에게 연정을 품었을지언정 그것은 일방적이라고 짐작했다”고 진술한 것을 한 근거로 들었다.
이어 “특히 2000년 8월경 부산 여행의 경우, 박씨가 유씨와 연인 사이였다는 점을 언급하는 맥락에서 적시됐고, 박씨가 해당 사진들이 있다고 언급했으나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박씨는 재판 과정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이 여행이 동아리 부원들이 함께 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박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하고 “오빠 이름 불러보고 싶다” “오빠와 함께 있지 못하는 외로움이 이렇게나 지독할 줄은 몰랐다” 등 표현이 등장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전체 맥락을 보면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선배'로서 피고에 대한 연민의 감정과 자신의 난처함, 미안함 등의 감정, 피고와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아니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등”을 표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대목을 앞뒤로 한 유씨의 발언 중 “오빠가 나에게 다가오는 방식들이 낯설고 거칠어서 그리고 내가 오빠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너무 모가 나서 문득 문득 외로움에 몸서리가 쳐지곤 한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오빠 곁에, 원할 때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제발 오빠 스스로를 곧게 세웠으면 해. 나에게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아줘” 등 8가지 대목을 들었다.
유씨 측은 이번 민사 판결을 근거로 박씨에 대한 형사고소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유씨는 박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검찰은 박씨가 유씨에 대해 역으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데에도 불기소 처분했다. 유씨를 대리한 이은의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젠더 문제에 있어 급변해왔지만 여성들이 여전히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고 이성교제 이력 등 소위 '문란함'에 대한 평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유진목 시인은 민사법정에서 2년이 넘게 다투고 나서야 피해를 인정받고 불명예스러운 루머로부터 벗어나는 단초를 얻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경찰과 검찰에 호소를 했지만 도리어 '안 사귄 것을 입증하라'는 불가능한 입증 요구를 받으며 계속 피해에 노출됐다”며 “폭력을 치정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피해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고 했다.
연합뉴스 등 판결 알리며 사실과 다른 보도도

한편 박진성씨의 패소 판결이 나온 뒤 이를 알리는 기사가 쏟아졌으나 일부 기사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포함됐다. 연합뉴스의 경우 재판부가 박씨의 주장과 사정을 정상 참작해 “A씨 부부가 청구한 배상금 총 2억여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썼으나 법원이 언급하지 않은 대목이다.
앞서 유씨 측은 판사 1인이 아닌 3인이 참여하는 민사합의부에 사건을 맡기기 위해 당초 소액이던 소가를 2억100만원으로 올렸다. 소송 관할 규칙상 지방법원 합의부는 소가 2억원을 초과하는 민사사건을 맡도록 한 탓이다. '2억100만원'은 다수 판사의 완결된 판단을 얻기 위한 상징적인 액수라는 얘기다. 이를 배상금액과 비교하는 보도가 사실과 달리 '피해가 극히 일부만 인정됐다'는 인상을 남기는 지점이다. 실제 연합뉴스 보도 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 서울경제, 아시아투데이 등이 같은 표현을 쓴 기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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