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관람객 2000만명 부른 외도보타니아 꽃들

김민철 논설위원 2021. 8. 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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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회>

거제도에서 약 4km 떨어진 섬 외도에 있는 외도보타니아에 다녀왔습니다. 보타니아는 ‘식물낙원(botanic + utopia)’이라는 조어라고 합니다. 고 이창호, 최호숙 씨 부부가 1973년 섬을 사들여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꾼 관광명소 중 하나입니다. 외도 누적 입장객은 이미 2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거제도 내 7개 항구에서 외도 가는 배를 탈 수 있습니다. 외도에 핀 이국적인 꽃, 수도권에서는 보기 힘든 남부 자생식물을 각각 다섯 개씩 소개합니다.

◇ 열대·아열대 꽃들

우선 이곳엔 아열대·열대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인 꽃들이 많았습니다. 노란색 알라만다(Allamanda)가 대표적입니다. 깔때기 모양의 노란 꽃이 끝 부분이 5갈래로 갈라져 활짝 핍니다. 좋은 향기까지 가졌습니다. 외도 여기저기에 심어 가꾸고 있었고 마침 제때였습니다.

외도보타니아 알라만다.

부겐빌레아(Bougainvillea)도 열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상수 중 하나입니다. 대롱 모양의 꽃이 자주색 포에 싸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수목원 온실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꽃 이름은 이 꽃을 발견한 프랑스의 항해가 ‘드 부겐빌레’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종이처럼 생긴 포 때문에 종이꽃(paper flower)이라고도 합니다. 플루메리아도 보였는데 아쉽게도 꽃이 졌더군요.

외도보타니아 부겐빌레아.

다음은 하와이무궁화는 우리나라 꽃 행사장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꽃입니다. 하와이에서 많이 심고 하와이를 대표하는 꽃이라 붙은 이름인데, 속명(屬名)을 따라 ‘히비스커스(Hibiscus)’라고도 부릅니다. 우리 무궁화도 히비스커스 속이라 꽃술대가 길게 나온 형태가 비슷합니다.

외도보타니아 하와이무궁화.

보라색 작은 꽃들이 가지에 주렁주렁 핀 꽃은 두란타(Duranta·발렌타인자스민)였습니다. 달콤한 초코 향이 나서 초코자스민이라고도 부른답니다. 브라질 등 중남미 원산입니다. 온도만 맞추면 실내에서도 일 년 내내 꽃을 피워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화분으로 키우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외도보타니아 두란타.

용설란(龍舌蘭)은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와 남해안 등 따뜻한 곳에서만 밖에서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10년 이상 자란 것 중에서 5미터 이상 높은 꽃줄기를 올려 노란 꽃을 피웁니다. 10여 년 동안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100년에 한번 핀다고 과장해 ‘세기식물(century plant)’이라고도 부릅니다. 외도보타니아에서 용설란 꽃대를 두 개나 보았지만 아쉽게도 꽃은 지고 없었습니다.

외도보타니아 용설란.

◇ 남부 자생 식물들

협죽도(夾竹桃)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서도 자랍니다. 비교적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해 남쪽 나라로 가면 가로수로 길게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댓잎같이 생긴 잎, 복사꽃 같은 붉은 꽃을 가졌다고 붙은 이름으로, 유도화(柳桃花)라고도 부릅니다. 성석제 단편소설 ‘협죽도 그늘 아래’는 결혼하자마자 6·25전쟁이 나서 학병으로 입대한 남편을 기다리는 70세 할머니가 주인공입니다. ‘한 여자가 앉아 있다. 가시리로 가는 길목, 협죽도 그늘 아래’라는 문장이 열 번 이상 나오는 애잔한 이야기입니다.

협죽도.

외도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맥문아재비였습니다. 이름처럼 맥문동 비슷한데, 잎과 꽃 모두 맥문동보다 큽니다. 꽃대 높이가 30~50cm 정도. 전남·경남 등 남부지역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꽃은 흰색 바탕에 연한 자줏빛이 돕니다. 열매는 아직 익지 않았는데 청색입니다. 외도 전체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외도보타니아 맥문아재비.

외도보타니아 식물을 소개하면서 아왜나무를 빠뜨릴 수 없겠습니다. 관람로 중 ‘천국의 계단’에 긴 아왜나무 터널이 있었습니다. 아왜나무는 방화용수나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이용하는 나무입니다. 외도만 아니라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상록수입니다. 1차로 두껍고 커다란 잎이 불을 막아주고 나무 몸통이 탈 때는 속에서 거품이 나와 방화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외도보타니아 아왜나무.

농원 내 리스하우스 앞에 있는 담팔수 두 그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담팔수는 우산 모양의 수형이 아름다운 나무로, 제주도에 가면 가로수로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상록수이면서도 일 년 내내 붉은 단풍잎 몇 개씩을 꼭 달고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담팔수(膽八樹)라는 이름은 중국 이름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잎 8개 중 하나는 꼭 붉은 잎이 들어서 담팔수라고 기억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외도보타니아 담팔수와 담팔수 붉은 잎(오른쪽).

천선과나무도 외도만 아니라 거제도 전체 해안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한창 열매가 익고 있습니다. 천선과나무는 남쪽 바닷가에서 자라는 나무로, 하늘의 신선·선녀들이 즐기는 열매라는 뜻입니다. 무화과나무 비슷한데, 열매의 모양이나 색깔, 거기서 나오는 하얀 즙액까지 젖꼭지 닮았다고 ‘젖꼭지나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천선과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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