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줄었는데..집값은 '보란듯' 더 가파른 상승세 [시장 오판 부동산 정책]
정부 '옥죄기' 영향으로 감소세
매도 대신 증여..공급효과 한계
양도세공제 다주택 기간 제외
다시 규제 고삐 '압박' 통할지 주목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한 다주택자의 비중이 지난 1년간 꾸준히 줄어들었으나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되레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시장에 나오긴 했으나 대부분 ‘버티기’를 택했고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매도 대신 증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정부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다주택기간을 제외하기로 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더 바짝 죄고 나섰지만 그동안의 숱한 압박에도 꿈쩍 않던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뱉어낼지는 미지수다.
2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지난 7월 기준 16.22로 전달(16.28) 대비 0.06포인트 감소했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 집합건물을 소유한 사람 중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다. 전체 집합건물 소유자의 16.22%가 다소유자라는 의미다. 오피스 등도 포함하고 있어 다주택자의 비율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 집합건물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전반적인 추이는 유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꾸준히 증가해온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정부가 다주택자 옥죄기에 나선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7년 상반기 15 안팎이었던 이 지수는 2018년 말 16선을 넘었고 점차 보폭을 넓히다가 지난해 7월에는 16.70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다소유자 비율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고 올해 1월 16.50, 3월 16.41, 5월 16.28을 지나 7월에는 16.22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수치는 2019년 상반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해 7·10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취득세), 보유(종합부동산세), 매각(양도세)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는 등 규제 강화책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시장에선 주택가격 조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나타나며 집값이 뛰었고 올해 들어선 상승 폭이 더욱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8.73%로 작년 한 해 상승률(7.57%)을 넘어섰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집값 오름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11.12% 상승했으며 주간 기준으로도 8월 셋째 주(0.40%)까지 5주 연속 역대 최고 상승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03년 12월 이래 1~7월 누적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으로 매수세가 줄었지만 매물이 더 많이 줄면서 적은 거래량 속에서도 높은 가격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매물 확대 효과가 미미하다고 업계는 봤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에 다주택자 매물 출회가 충분하지 않고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다주택자가 매매보다 증여를 택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가격 조정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증여건수는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증여는 4만72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5454건)보다 33.4% 상승했다. 지난 1년간 매매가 크게 줄면서 전체 거래량은 75만7279건에서 65만2369건으로 13.9% 감소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의 벽이 높다고 느껴 매각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다주택자가 ‘적폐’라는 기조 아래 이들에게 세금을 강력하게 매기면 어쩔 수 없이 집을 내놓게 되고 시장에 매물이 확보될 것이라고 봤지만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며 “일련의 세 강화 조치도 오히려 매물을 잠기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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